[노래와 세상]제비
“정답던 얘기 가슴에 가득하고/ 푸르른 저 별빛도 외로워라/ 사랑했기에 멀리 떠난 님은/ 언제나 모습 꿈속에 있네/ 먹구름 울고 찬 서리 진다 해도/ 바람 따라 제비 돌아오던 날/ 고운 눈망울 깊이 간직한 채/ 당신의 마음 품으렵니다.”
‘제비’는 조영남의 히트곡이다. ‘딜라일라’ ‘내 고향 충청도’ ‘물레방아 인생’ ‘최진사댁 셋째딸’ 등과 함께 조영남이 불러 히트시킨 번안곡 중 하나다. ‘조영남은 남의 노래로 먹고산다’라는 얘기가 나올 만하다. ‘딜라일라’의 히트 이후 TV 쇼프로그램을 연출하는 PD들이 원곡을 주면서 번안곡을 만들어달라는 주문이 잦았다는 게 조영남의 증언이다. 대개 2~3일 만에 원곡에 노랫말을 붙여 완성했다.
이 곡의 원곡은 멕시코 민요인 ‘라 골론드리나(La Golondrina, 제비)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애절함을 담은 조영남의 노래와 달리 원곡은 뜨거운 조국애를 담고 있다. 1862년 프랑스 나폴레옹 3세가 멕시코를 침공했을 때 포로로 프랑스에 잡혀갔던 의사이자 작곡가인 나르시소 세라테르가 만들었다. 여러 가수가 번안하여 불렀는데 카테리나 발렌테와 나나 무스쿠리의 곡이 유명하다.
모델 출신 여가수 윤승희(사진)가 1977년 발표한 ‘제비처럼’도 봄이 되면 생각나는 노래다. “꽃피는 봄이 오면/ 내 곁으로 온다고 말했지/ 노래하는 제비처럼/ 언덕에 올라보면/ 지저귀는 즐거운 노래소리/ 꽃이 피는 봄을 알리네”라는 가사처럼 밝고 흥겨운 노래다. 윤승희는 허스키한 목소리에 가창력도 뛰어났지만, 결혼과 함께 가수 생활을 접었다.
제비는 음력 삼짇날(3월3일)이면 강남 갔다가 돌아오는 여름 철새다. 동화 ‘행복한 왕자’나 ‘흥부와 놀부’에 등장하는 친숙한 새이기도 하다. 그러나 예전에 그렇게 흔하던 제비가 요즘엔 잘 보이지 않는다. 어디로 갔을까. 그 많던 제비는.
오광수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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