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스토리] 영상으로 만나는 '미술로 보는 세상' ⑬ 자전거와 여성, 유럽의 제국주의

이세영 2024. 4. 28.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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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 주 = '미술로 보는 세상'은 미술 작품을 통해 당시 화가가 살아갔던 시대상과 현재 세상 곳곳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연재물입니다. 연합뉴스 K컬처팀은 기존 연재물을 영상으로 확장한 크로스 미디어형 콘텐츠인 <영상으로 만나는 '미술로 보는 세상'> 시리즈를 기획했습니다. 미술 이미지는 영화, 광고 등을 넘어서 메타버스와 가상·증강현실까지 끊임없이 확대 재생산되고 있습니다. K컬처팀은 미술 이미지를 통해 생각의 탄생과 사유의 확장을 표방하는 지식 콘텐츠를 선보이고자 합니다. 노석준(전 고려대 외래교수) RPA 건축연구소 소장과 석수선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교수(영상예술학 박사)의 도움으로 제작합니다.]

(서울=연합뉴스) 이세영 기자 =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반까지 프랑스에서 활동한 인상주의 화가 장 베로의 작품 '불로뉴 숲의 자전거 별장'에는 당시 시대상을 보여주는 독특한 포인트가 있다. 이전까지 대다수 작품 속 여성이 긴 치마를 입고 있는 것과 달리 바지를 입고 있다. 제목처럼 자전거 별장으로 보이는 그림 속 여성이 편안한 바지를 입고서 자전거 페달을 밟거나 야외 테이블에 앉아 여유롭게 음료를 마시는 모습이 돋보인다.

'미술로 보는 세상' 칼럼 저자 연합뉴스 도광환 기자는 이 그림을 보며 다른 인상주의 화가의 작품과 비교했다. 도 기자는 클로드 모네의 '우산을 든 여인',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물랭 등 갈레트', '우산', 레세르 우리의 '밤의 빛' 등의 그림과 베로의 작품 속 주인공의 복장을 비교하며, 당시 자전거가 생산되고 귀족을 중심으로 서서히 대중화되면서 여성의 복장까지 바뀌었다고 말했다. 기술이 발전하고 새로운 교통수단이 나옴에 따라 '여성의 권리 확대'로 이어졌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도 기자는 또 "여성이 자전거를 널리 이용하고 바지를 입으면서 남성의 저항이 있었을 것"이라며 "다만 치마를 입고 자전거를 타면 사고 위험이 있으니, 자연스럽게 바지를 입어도 큰 저항이 없는 시대로 넘어갔을 것으로 추측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베로의 작품과 비슷한 시기에 촬영된 많은 사진에서도 여성이 자전거를 타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승마가 굉장히 남성적인 운송의 방식이었던 것에 비해, 자전거는 여성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었던 것도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는 게 도 기자의 설명이다.

석수선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교수는 장 베로 그림의 구성을 설명하며, 작품 속에 특히 여성이 많은 점을 들어, 자전거를 타며 여성의 활동성이 강화된 당시 사회상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노석준 RPA 건축연구소 소장은 "자동차가 발명되기 이전까지 자전거가 가장 혁명적인 운송 수단"이라고 말했다. 말을 주로 이용하던 시기에는, 말을 기르고 타는데 막대한 돈과 노력이 드는 탓에, 그것은 부유 계층의 상징이었다. 노 소장은 그에 비해 자전거는 대량 생산이 가능하고, 개인의 영역이 굉장히 확장되는 매개체가 되는 점을 '혁명적인 운송 수단'의 근거로 들었다.

자전거 사용의 확대는 도시의 발전에도 영향을 줬다. 자전거를 널리 이용하며 활동이 확장되고, 도시와 도시가 연결되며 각종 인프라가 생기고 발전했다는 게 노 소장의 설명이다. 자전거가 등장하고 어떻게 사용됐는지를 통해 도시의 진화 역시 살펴볼 수 있다.

도광환 기자는 19세기 자전거가 급격히 확대될 수 있었던 것은 결국 자전거 바퀴에 들어가는 '고무'의 대중화 덕분이라는 점을 설명하며, 이는 '유럽의 제국주의 역사'와도 연결된다고 말했다. 당시 유럽은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에 식민지를 만들고 상류층의 문화생활을 향유하기 위해 식민지 원주민의 노동력을 착취했다.

출연진들은 19세기, 20세기 인상주의 화가의 여러 작품을 보며, 기술의 발전과 여성 권리의 확대, 식민지에서의 핍박까지, 문화, 역사, 사회적 측면을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 공감했다.

*자세한 내용은 영상을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기획·제작총괄 : 정규득, 책임 프로듀서 : 이동칠, 진행 : 유세진·도광환·노석준·석수선, 촬영 : 김민규·유준하, 스튜디오 연출 : 김혜리, 연출 : 김현주>

s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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