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이재명, 오늘 첫 영수회담… "성과 집착말고 협치틀 마련"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9일 첫 영수회담을 한다. 여야 협치의 시험대다.
전문가들은 영수회담의 '연속성'을 강조했다. 대통령과 야당 대표의 회동이 이번 한 번으로 끝나서는 안되며 계속 만나 협치의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었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임 인선과 두 달을 넘긴 의정갈등 해법을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해결해야 할 현안으로 꼽았다. 민주당이 요구하는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을 비롯해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 외압의혹, 김건희 여사 명품가방 수수의혹 등을 규명할 특검법안 도입 등은 첫 회동에서 합의를 기대하기보다는 장기적인 여야의 협치로 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난 2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갖고 "이 대표로부터 많은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윤 대통령의 뜻과, 의제 합의 여부와 상관 없이 신속히 만나겠다는 이 대표의 뜻에 따라 오는 29일 오후 2시 대통령실에서 차담 회동을 진행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배석 인원은 대통령실에서는 비서실장, 정무수석, 홍보수석 민주당은 비서실장, 정책위의장, 대변인 등 각각 3인이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정해진 시간과 의제에 구애받지 않고 대화를 나눌 예정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가장 중요한 의제는 현안이다. 민생 현안과 국민적 관심 사항에 대해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의 만남 속에서 (해결할) 동력을 찾으려고 하고 있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대체로 이번 회동에서 가시적 합의를 이룰 수 있는 의제는 국무총리 인선과 의정갈등 해법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 총리는 4·10총선에서 여당이 참패한 뒤 사임 의사를 밝혔다. 총리는 인사청문회를 거쳐 국회 임명동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과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의 동의 없는 인선이 불가능하다. 전문가들은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총리 후보를 추천받을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이번 회담에서 대통령실의 중요한 목적 중 하나는 총리 임명이다.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어떤 인사면 수용하겠나' 혹은 '야당이 제안하라'고 할 가능성이 많다"면서 "윤 대통령의 제안을 수용할지는 이 대표에게 달렸다"고 내다봤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총리를 추천해달라'고 해야 한다. '(윤 대통령이 지명한 후보를) 반대하지 말아달라'고 하면 안 된다"면서 "그래야 야당에도 책임이 생긴다"고 했다. 신 교수는 의정갈등과 관련해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의정갈등을 해결해야 한다는 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같이 이 문제에 대해 의사들에게 호소하고 의료계를 정상화하는 것은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 의료계에도 정부의 개혁의지를 야당이 뒷받침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윤 대통령에게는 '경청'의 자세, 이 대표에게는 '대승적' 여유를 주문했다. 그래야 다음 회담으로 소통이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최창렬 용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민주당이 총선에서 압도적으로 이겨 입법부를 장악했지만, 이 대표가 첫 회담에서 너무 많은 것을 밀어붙이면 안 된다"면서 "대승적으로 윤 대통령에게 운신의 공간을 주면서 풀어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에게는 "야당의 합리적 요구는 수용하겠다는 전향적 자세가 필요하다. 본인이 정치적으로 (야당에) 백기투항한다고 생각하면 안 되고, 총선의 민심을 따른다는 명분으로 수용해야 한다"면서 "그래야 서로 윈윈(win-win)이 되고, 다음 만남도 이뤄진다. 이번에 빈손회담으로 끝나면 다음을 기약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최악인 회담 결렬은 피했지만, 첫 회담부터 생산적이고 깊이 있는 현안, 예를 들어 (채상병·김건희) 특검법 등에 윤 대통령이 동의하기는 어렵다"며 "양측 모두 마음의 준비를 하고 만날테니 적어도 이번 회담에서는 민감한 얘기를 하기보다는 듣는 중심의 회담이 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아울러 "첫 회담에서는 '이번이 끝이 아니라 다음이 있다'는 합의가 분명히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성수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첫 만남에서 무엇을 해결한다는 것보다는 '이런 만남이 시작이고 앞으로 자주 갖겠다. 민생을 위해 한번 열심히 해보자'는 상징적인 자리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김미경·한기호·권준영기자 the13oo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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