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습적 가뭄에 타들어가는 지구… 韓도 안전지대 아니다 [심층기획-재난이 온다]
101명의 목숨 앗아간 하와이 산불
가뭄에 강풍 더해져 최악의 피해
사계절 뚜렷한 한국도 예외 아냐
2016·18년 돌발가뭄↑ 여름 산불↑
“산불 연중화에 진화대 확대 필요”
“돌발가뭄, 뉴노멀 규정” 목소리
“재난 대비계획 업데이트 나서야”
6년간 1509억원 투입 홍수·가뭄 예측
국내 자체 제작… “한반도 맞춤형 대응”
선진국들도 위성 활용 이상기후 연구
전 세계적으로 돌발가뭄으로 인한 피해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단순히 환경 피해를 넘어 경제적 손실과 인명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여름철 열돔현상(공기의 흐름이 엉키며 뜨거운 공기가 쌓이는 현상) 등 기온 상승에 따른 돌발가뭄으로 한반도에 여름 산불이 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열돔현상의 경우 상층의 티베트 고기압과 하층의 북서태평양 고기압 영향으로 발생해 폭염이 장기간 지속될 수 있다.
지난 3월 열돔현상으로 체감온도 섭씨 62.3도를 기록한 브라질의 상황을 고려했을 때, 우리나라에서도 열돔현상에 따른 높은 기온으로 인한 돌발가뭄 심화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지난해 2월 설립된 잠재재난위험분석센터는 지난 1월 올해의 잠재적 재난위험 중 하나로 돌발가뭄을 꼽았다. 센터는 “우리나라는 돌발가뭄에 따른 여름 산불 등에 관한 객관적 자료가 많지 않지만 최근 학계에서 돌발가뭄의 증가와 여름철 산불의 위험성에 주목하고 있다”며 “열돔현상 및 기온 상승, 돌발가뭄 증가, 토양수분 감소 등을 고려할 때 여름철 대형 산불 피해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짚었다.
국내에서 온난화에 따른 돌발가뭄 발생 횟수와 여름철 산불 발생 건수는 비례해 늘고 있다. 2016년과 2018년은 폭염일수(최고 기온이 섭씨 33도 이상인 날의 수)가 각각 24일, 35일로 가장 길었다. 2016년과 2018년에는 돌발가뭄이 각각 145회, 127회 발생했다. 같은 해 여름(7∼8월) 산불도 함께 증가했다. 산림청에 따르면 2016년과 2018년 여름 산불은 각각 15회, 61회 발생했다. 반대로 돌발가뭄이 적었던 2015년과 2017년에는 각각 12회, 3회에 그쳤다.
이상기온 및 돌발가뭄 등에 따른 새로운 재난에 맞는 대비책 마련이 시급하다. 산림보호법 시행령 제22조에 따르면 산불조심기간은 매년 봄철(2월1일∼5월15일)과 가을철(11월1일∼12월15일)로 지정돼 있다. 하지만 여름 산불이 늘고 있는 만큼 산불조심기간에 여름철을 포함해 산불 진화 및 감시를 위한 인력과 예산을 확보해야 할 필요가 있다. 정 센터장은 “(우리나라에서) 장기적으로 산불의 연중화에 대비해 산불재난특수진화대 고용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국내 돌발가뭄에 대한 기초자료를 축적하고 기반기술을 확보하는 방안 등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센터는 매년 행정안전부와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발표하는 ‘여름철 폭염종합대책’에 폭염으로 인한 돌발가뭄에 따른 여름 산불 발생 위험성 등을 추가하는 등 새로운 재난에 맞는 정책이 확립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돌발가뭄 ‘뉴노멀’돼야
“예측이 어려울 정도로 돌발가뭄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지만 ‘뉴노멀(새로운 기준·new normal)’이 됐는지에 대한 합의가 없다. (기후변화로) 더 뜨거워질 미래에 대비해 하루빨리 돌발가뭄에 적응해야 한다.”
◆‘K수자원 인공위성’ 2027년 발사
봄·가을엔 가뭄과 산불, 여름엔 홍수와 같이 과거 재난은 일정한 패턴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기후변화에 따른 이상기후로 예상치 못한 시기에, 생각보다 더 큰 강도의 재난이 발생해 인명 피해도 커지고 있다. 기후위기에 맞춰 대비할 수 있는 맞춤형 재난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정부는 2022년부터 6년간 1509억원을 투입해 홍수와 가뭄 등을 감시하는 한국형 차세대 중형위성인 수자원위성 발사를 준비중이다. 국내 연구진이 자체 제작하는 수자원위성은 영상 관측을 통해 재난을 예방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그간 미국 또는 유럽과 같은 ‘기후 선진국’은 이상기후 대응 및 재해 예방 등을 위해 첨단위성 기술을 활용해 왔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내 수자원위성이 없어 해외 자료를 구입해 제한적으로 사용했다. 한반도 지형 특성을 고려해 설계된 위성이 아니기에 정보 활용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밤 시간대나 악천후에 관계없이 한반도 지표를 관측하고 빠르게 정보를 송신하는 기술을 장착한 수자원위성으로 국내 맞춤형 재해 대비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외국에서도 이상기후 현상이 심화하자 우주연구를 통한 재난 대비에 나서고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은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기후 연구에 집중하고 있는데, 지난해 6월 ‘지구정보센터’를 개소해 기후 데이터 분석에 나섰다. 지구정보센터는 25개 위성으로 관측하는 실시간 기후 데이터를 종합한 것으로, 정보를 분석한 후 일반에 공개하고 있다.
지난해 7월 미 워싱턴 나사 본부에서 열린 기후 관련 기자회견에서 나사 산하 고다드우주연구소의 개빈 슈미트 소장은 “우리는 전 세계적으로 전례 없는 변화를 마주했다. 2024년은 훨씬 더 더운 해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우주 연구기관의 기후 연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기후 연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유럽연합(EU)은 대기 중 주요 온실가스인 메탄 배출량을 추적하며 기후변화의 원인을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유럽우주국(ESA)은 2017년 대기 성분 관측 장비 ‘트로포미(Tropomi)’가 장착된 위성을 쏘아 올려 대기 중 메탄 분포량을 측정 중이다. 2022년 미국의 비영리단체 카본매퍼는 트로포미 관측 자료를 활용해 미국, 러시아, 투르크메니스탄 등에서 거대한 ‘메탄 기둥’이 포착됐다고 공개하기도 했다.
이민경 기자 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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