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기후의 역습 ‘돌발가뭄’…잦은 여름산불 불렀다 [심층기획-재난이 온다]

이민경 2024. 4. 28. 19:29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2022년 5월31일 경남 밀양시의 한 산에서 시작된 불은 주민들의 삶의 터전을 앗아갔다.

산불이 발생한 이유는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급격히 건조해진 날씨와 높아진 기온으로 인한 '돌발가뭄(flash drought)'에 주목했다.

하지만 돌발가뭄은 여름에도 '일시적으로' 건조한 환경을 조성해 산불 등 재난으로 인한 인명·재산·환경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온난화로 고온·건조한 날 지속
기습적 가뭄 30년 새 3.6배 ↑
습도 높은 7∼8월에 산불 발생
20년 새 1건→36건으로 폭증
대형 재난으로 이어질 우려 커

2022년 5월31일 경남 밀양시의 한 산에서 시작된 불은 주민들의 삶의 터전을 앗아갔다. 나흘 만에 진화된 산불로 축구장 1000개 면적(744㏊)의 임야와 건축물 6개 동이 소실됐으며, 75억7900만원 상당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인근 주민, 요양병원 환자 등 1000여명이 긴급 대피하는 소동을 빚었다. 산불이 발생한 이유는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급격히 건조해진 날씨와 높아진 기온으로 인한 ‘돌발가뭄(flash drought)’에 주목했다. 갑작스레 주위 온도가 올라 발생해 단기간에 땅을 메마르게 하는 초고속 가뭄인 돌발가뭄이 이례적으로 산불을 야기했다는 것이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 기후로 발생하는 돌발가뭄이 우리나라에서도 지속해서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돌발가뭄의 피해는 단순히 땅이 마르고 물이 부족해지는 현상을 넘어서 여름철 산불 등과 같은 대형 재난으로 이어질 수 있다.
산림청 산림항공본부 소속 공중진화대원들이 2022년 5월 31일 밀양시 부북면 일원에서 방어선을 구축하며 야간 산불을 진화 하고 있는 모습. 산림청 제공
28일 행정안전부 국립재난안전연구원 잠재재난위험분석센터(전남대 정지훈 교수 연구 자료 재가공) 등에 따르면 돌발가뭄은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82년부터 1990년까지 208건이 발생했지만, 2011~2020년 754회로 3.6배나 늘었다. 1991∼2000년에는 412회, 2001∼2010년에는 468회로 증가세를 보였다.

돌발가뭄은 말 그대로 갑자기 발생하는 가뭄을 뜻한다. 국제적으로도 연구마다 약간씩 차이가 있지만 잠재재난위험분석센터는 돌발가뭄을 강수량 부족으로 서서히 발생하는 일반적인 가뭄과 달리 ‘강수, 온도, 바람 및 방사선의 변화 등 다양한 기상이변에 의해 수주 또는 수개월 만에 급격하게 발전하는 가뭄’으로 정의 내리고 있다.

정재학 잠재재난위험분석센터장은 “국내에선 폭염으로 대부분의 돌발가뭄이 발생한다”며 “돌발가뭄은 단순히 폭염 일수가 증가하는 것 외에도 폭염이 얼마나 지속되느냐가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원인으론 기후변화가 꼽힌다. 지구온난화로 늘어난 고온·건조한 날들이 지속하면서 돌발가뭄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특히 국내 산불은 대기가 건조한 봄과 겨울에 주로 발생한다. 여름에는 습도가 높아 산불 발생 가능성이 낮아진다. 하지만 돌발가뭄은 여름에도 ‘일시적으로’ 건조한 환경을 조성해 산불 등 재난으로 인한 인명·재산·환경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 실제 여름철(7∼8월) 산불 현황을 보면 산불 통계를 작성한 1997년부터 2000년까지 4년간 단 1건에 그쳤지만 2019∼2022년에는 36건으로 대폭 증가했다. 새로운 재난에 대비할 맞춤형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정 센터장은 “그동안의 상식에서 벗어나 돌발가뭄은 여름철에도 산불을 발생시킬 수 있는 환경적인 요인으로 작용하는 등 잠재적 위험요인이 된다”고 지적했다.

이민경 기자 min@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