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훈아 “이 얘긴 하고 그만둬야겠다, 김정은이라는 돼지는...”
“다리 멀쩡할 때 하고픈 거 다 할 것”
“(내가) 그만두는 게 섭섭하나?”
27일 오후 3시 인천 연수구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단독 콘서트 현장. 가수 나훈아(77)의 물음에 7000여 관객이 “응!”을 외쳤다. 다시, 나훈아가 말했다. “그래서 그만두는 깁니다. 여러분이 제가 돌아서는 모습에 니 가도 괜찮다, 그래 가거라 하면, 만약 서운해 안 했으면 얼마나 슬펐겠습니까?” ‘이제 국민은 누가 달래주나!’ ‘기장 갈매기(나훈아의 지난해 신곡명)는 계속 날아야 한다. 은퇴는 국민투표로’ 등 플래카드로 들어찬 객석 곳곳에서 “안 돼, 안 돼!” 탄식이 터졌다. 일부 관객은 눈물을 훔쳤다.
이날 나훈아는 데뷔 58년 차 가수 생활에 공식 ‘은퇴’를 선언했다. 그는 지난 2월 은퇴를 시사하는 편지와 함께 전국 투어 콘서트 ‘고마웠습니다-라스트 콘서트’ 일정을 발표했다. 하지만 ‘은퇴’ 문구를 직접 쓰진 않아 일각에선 “공연만 그만두고, 작곡은 이어갈 것”이란 추측도 제기됐다. 그가 ‘사랑’ ‘영영’ ‘잡초’ ‘테스형’ 등 직접 쓰고 부른 곡만 1200여 개. 지난해까지도 활발히 신곡을 발표해왔기 때문이다. 이번 투어 일정 포문을 가장 처음 여는 ‘인천 오후 3시 공연’에 이목이 쏠린 이유였다.
하지만 나훈아는 이날 2시간 25분간 총 22곡을 쏟아내며 수차례 ‘완전한 은퇴’를 고했다. 첫 곡 ‘고향역’부터 ‘18세 순이’까지 쉴 틈 없이 내리 6곡을 부른 직후 “우선 인천 공연은 이번이 마지막이지만, 앞으로 한 십년은 더 할 것처럼 할 것”이라고 외쳤다. 공연 막바지 “혹시 누구에게 곡이라도 써주며 연예계를 기웃기웃하지 않을까 싶겠지만, 전 후배 가수들도 잘 모른다. 누구에게 가사나 곡을 주지도 않는다”며 “살짝 옆 눈으로도 연예계 쪽은 안 쳐다볼 것”이라고도 했다. “태어나 직업이라고는 딱 하나 가수였다”며 “제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아시는지요. 길거리 맛있는 게 있어도 ‘아~ 참자’. 먹는다고 누가 뭐라 안 하는데도 그냥 그러고 살았다”고 했다. “이제 피아노 앞에 앉지 않을 겁니다. 기타, 만지지 않을 겁니다. 책은 봐도, 글은 쓰지 않으렵니다. 지금까지 남은 마흔여덟권 일기장. 이제 일기도 안 쓸 겁니다. 여러분, 고마웠습니다. 진짜!” 눈물을 참는 듯한 그의 얼굴에 박수가 쏟아졌다.
공연 전 편지에 ‘은퇴’를 직접 안 쓴 것은 “싫어서 안 썼다”고 했다. “꼭 밀려가는 느낌이라서. 전 아직 더 할 수 있다. 그래서 (미리) 마이크를 내려놓는다”고 했다. 그는 “(유튜브에서) 어떤 점쟁이는 내년에 내가 죽는다, 아픈 게 보인다더라. 금년 2월달에 스물다섯 가지 검사를 했다. (너무 건강해) 의사 선생이 깜짝 놀랐다”며 자신의 건강검진표를 무대 위 전광판에 띄우기도 했다. 은퇴 후 “어떻게 살 것인지”는 이렇게 말해 긴 박수를 받았다. “안 가본 데 가볼기다. 안 묵어본 거 묵어불 끄다. 안 봐본 거 볼 끄다. 제 다리가 멀쩡할 때 저 하고 싶은 거 할 낍니다. 여러분, 하고 싶은 거 하고 사셔야 합니더. 쌔가 빠지게 벌은 돈 다 쓰고 죽어야 됩니더!”
신비주의를 고수해 온 그답지 않게 솔직한 사생활 언급도 이어졌다. 곡 ‘마이웨이’ 도중 “언론에서 제가 세 번 결혼했니, 네 번 했니 하는데. 농담 아니고 전 결혼식을 한 번도 한 적이 없다”며 가사의 ‘Oh No, Oh No’를 능청스레 이어 불러 객석 웃음보를 터트렸다. 그는 “걷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이 노래가 제 인생과 비슷하다”고 했다.
평론가 사이 의견이 분분했던 자신의 공식 프로필(1947년생, 1966년 데뷔)의 일부도 바로잡았다. 살이 비치는 핑크색 상의, 찢어진 청바지 등 총 15벌을 곡 사이사이 무대 위 가림막을 두고 갈아입었는데, 대부분 옷에 ‘1967년~2024년’이 새겨져 있었다. 곡 ‘고향역’ 땐 1967년 출발해 2024년 멈추는 기차 영상을 틀었다. 자신이 여기는 가수 출발점을 ‘1967′년으로 암시한 것. 나훈아는 공연 도중 역대 대통령 사진들과 함께 “11명 대통령이 바뀌고도 전 아직 노래 중”이라며 길었던 가수 생활을 돌아보기도 했다.
나훈아의 대표곡 ‘공’의 무대도 이날은 더 묵직했다. 그는 공연마다 이 노래 후렴구 ‘띠리~띠리띠리 띠리~’에 맞춰 만담처럼 속내를 터놓기로 유명하다. 이날도 “이 이야기는 꼭 하고 (노래를) 그만둬야겠다”며 공의 선율에 맞춰 “전 북쪽을 나라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저긴 이상한 집단이지 나라가 아니다”라고 외쳤다. “북쪽 김정은이라는 돼지는 사람들이 굶어 죽거나 말거나 살이 쪄 가지고. 저거는 나라가 아니다. (김정은) 혼자 다 결정하니깐, 실컷 얘기하고 조약을 맺어도 혼자 싫다 하면 끝이다”라며 비판을 쏟아냈다. “이제 전쟁도 돈이 필요한 시대다. 이스라엘이 이란의 미사일을 막는 데 하루 1조를 써서 99%를 막았다고 한다. (북쪽에서) 치고 싶어도 칠 수 없을 만큼 강해져야 한다. 힘이 있어야 평화도 있다”는 그의 호소에 ‘옳소!’ ‘그렇지!’ 관객 호응이 쏟아졌다.
이날 나훈아의 마지막 인사곡은 ‘사내’였다. “큰 소리로 울면서 이 세상에 태어나~”로 시작된 그의 노래는 “훈아(원곡 가사는 사내)답게 살다가/훈아답게”에서 뚝 멈췄다. 나훈아는 “전 이제 마이크를 내려놓기에 노래할 수 없다. 여러분이 대신 (마지막 가사 ‘갈 거다’를) 노래해 주시라”며 드론에 마이크를 달아 날려보냈다. 돌아선 그의 뒷모습이 리프트를 타고 무대 밑으로 완전히 사라진 뒤에도 관객들은 박수를 치며 쉽게 자리를 뜨지 못했다.
나훈아는 27·28일 양일간 인천 이후에도 5월 청주(11일), 울산(18일), 6월 창원(1일), 천안(15일), 원주(22일), 7월 전주(6일)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전주 외에 예매가 진행된 13회 차 공연 전석(12만1000원~16만5000원)이 ‘나훈아 마지막 공연’이라며 빠르게 매진됐다. 전주 예매는 30일 시작된다. 올 하반기 공연 일정은 추후 발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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