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해병대 간부가 땅 투기 권유?…구체적 시기까지 언급
해병대 현직 간부가 군 진지를 옮기도록 건의할 테니 그 땅을 사라고 민간인에게 권유하는 녹취 파일을 입수했습니다. 군 내부 정보를 이용해서 부적절한 행위를 한 거 아니냐 하는 의혹이 나오는데, 해병대 사령부 측은 정상적인 민원 대응 절차였단 입장입니다.
뉴스B, 안지현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해 4월, 경기도 김포의 해병대 제2사단 모 부대 안에서 녹음된 음성파일입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당시 2사단 소속으로 A 대대의 대대장을 맡고 있던 박 모 중령이 이야기를 꺼냅니다.
군 방어 시설인 부대 진지가 있는 곳 근처에 도로가 들어설 거란 얘깁니다.
[박 모 중령 : 이제 고속도로가 떨어지는 고속도로 포함 구간이고…]
대화 상대방은 지역 건설업자와 그의 지인.
지역 건설업자가 지인에게 '군 시설이 있는 땅이 있는데, 곧 빠질 수 있으니 사보자'며, 박 중령을 소개시켜 준 겁니다.
[A씨/건설업자 : 빨리 결정해서 사가지고 해서 해야지.]
해당 토지는 군 소유가 아닌 민간이 소유한 토지입니다.
박 중령은 해당 지역 진지를 사용하지 않는 방향으로 작전 계획을 바꾸도록 상부에 건의해 보겠다고 말합니다.
[해병대 박 모 중령(지난해 4월 4일 대화) : 저희 대대급 직결지라 그래가지고 이 안에 대대가 들어갈 수 있는 000들이 이제 포진돼 있어요. 작전 계획을 변경시키면 이제 여기 있는 진지를 다른 데로 옮기든 아니면 이쪽 전방 진지만 놓든 이렇게 좀 바꾸려고 하고 있어요. 제가 그거를 이제 작전 계획을 변경을 건의하려고 하는…상급 부대 승인도 얻어야 하고…]
가능성이 높다고도 얘기합니다.
[해병대 박모 중령 : (건의를 올리면 받아들일 가능성은) 높죠. 주변 지형에 변화가 많기 때문에 타당성이 높다는 거지. 공감대는 많이 형성돼 있는 상태고요.]
구체적인 시기도 언급합니다.
[해병대 박모 중령 : (건의를) 이제 상반기에는 해야죠. 그래야지, 3, 4분기에 결정 날 거니깐, 그전에도 나올 수도 있고 상반기까지 지금 계획을 저도 이렇게 만들고 있거든요. ]
건설업자는 치고 빠져야 한다고 말을 거듭합니다.
[건설업자 A씨 : 공장은 대출 잘 나와. 바로바로 사버려. 그리고 거기 '콤팩트 시티' 보상받을 사람 상대로 팔자 이 말이야…치고 빠져야 되는 거야]
박 중령은 투자 가치가 있다는 취지의 말을 이어갑니다.
[해병대 박모 중령 : 계획 관리가 관리 지역 중에 제일 좋은 데죠. 도시 지역하고 면적도 많이 쓸 수 있고, 허용되는 종목도 많고…도시로 치면 상업지구 같은 거죠]
해당 토지는 현재 군사시설보호구역에서 해제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건설업자는 JTBC 취재진에 '인근 토지를 구매하려고 한 적은 있으나 결국 비싸서 포기'했고 '군사 정보를 듣고 땅을 사려한 적은 없다'는 입장입니다.
해병대 사령부 측은 "박 중령이 작전 계획 변경을 상급 부대에 건의할 것이라는 내용을 언급한 적이 없고 박 중령의 목소리가 맞는지 검증이 어렵다며" 의혹 자체를 부인했습니다.
또 현행 법령에 따라 일반적인 사례를 안내한 것뿐이라고 해명했습니다.
현행 군사기지 관리 법령에 따르면 토지주와 건물주, 그리고 이를 위임받은 사람에 한해 군에 사전 상담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박 중령이 만난 두 사람은 허가를 받으려는 토지주가 아닌 투기를 하려는 사람들이었습니다.
[VJ 한재혁 이지환 / 영상디자인 한영주 신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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