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코리아 R&D 패러독스`는 틀렸다
R&D(연구개발) 패러독스는 'R&D 투자는 많은데, 경제적 성과는 그에 미치지 못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1990년대 스웨덴 패러독스와 유럽 패러독스 현상이 논의되기 시작하였으며, 우리나라에서는 2013년경부터 코리아 R&D 패러독스라는 용어가 등장하기 시작해 지난 10여년 간 우리나라의 과학기술혁신 성과 부진을 비판하는 용어로 자리 잡아 왔다.
유럽 패러독스와 스웨덴 패러독스의 경우 관련한 이론적·실증적 연구들이 수반되어 왔으나 코리아 R&D 패러독스 현상은 체계적인 연구를 통해 거의 다뤄지지는 못했다. 이 같은 관점에서 작년 과학기술정책연구원에서는 코리아 R&D 패러독스 현상의 실재 여부, 심화 및 개선 여부 등을 진단하기 위해 국가 전체 R&D와 정부 R&D를 구분하여 그 성과의 투입 대비 효율성, 질적 수준, 경제적 파급효과 등을 다각적으로 분석하였다.
연구에서 도출된 주요 결과들을 종합할 때 '코리아 R&D 패러독스'라 할 만한 우리나라 연구개발의 효과 및 효율성 측면에서의 부진은 드러나지 않았다. 먼저 누적 투입 대비 효율성 관점에서 비교분석한 결과, 논문의 생산 측면에서는 주요국들의 효율성 수준에 준하는 수준이었으며, 오히려 특허 생산 측면에서는 가장 우수한 편에 속했다. 우수한 '지식'의 생산과 수출은 다소 평이한 반면, 산업에 직접적으로 활용되는 우수한 '기술'의 생산과 수출에는 강점을 가지는 경향을 보여주었다.
다만 우수 논문의 글로벌 점유율 측면에서 고인용 논문일수록 우리나라의 점유율이 감소하는 등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질적 수준 면에서의 약점은 확인되었다. 그러나 점유율 수준 및 우수논문 생산 비율 등이 크게 향상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점은 고무적으로 평가할 만한 수준이다.
정부 R&D인 국가연구개발사업 성과들도 투입 대비 성과의 효율성이 점진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기술료 지표 등의 경제 지표 효율성도 향상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R&D를 통한 특허는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민간 특허 대비 활용률이 높으며, 후속 연구에 대한 지식 파급효과가 있음이 발견되었다. 경제적 파급효과를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는 공공 R&D가 민간 R&D 및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국가 유형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R&D에 참여한 기업들의 경제적 파급효과는 미참여 기업들에 비해 크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결과들을 종합하면, 국가 및 정부 연구개발 투자와 관련한 '코리아 R&D 패러독스'라는 표현은 그 근거와 실체가 불분명한 것으로 판단된다.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투입 및 성과 수준에 대해 객관적으로 재인식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GDP 대비 연구개발투자 비율은 세계 최고 수준임이 널리 알려져 있다. 또한 주목할 만한 부분은 연구개발 투자액의 절대 규모 수준 또한 세계 5위 수준으로 성장하였다는 사실이다. 이는 누적 투자량의 기준으로 보아도 크게 다르지 않다. 연구개발 투자의 절대 규모 측면에서도 적절한 비교 대상국을 찾기 어려운 수준의 국가로 발전하였음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규모의 증대를 고려할 때, 우리나라의 연구개발 투자 규모에 맞는 효과 및 효율 증대 전략을 모색하기 위해 다양한 점검과 개선이 지속되어야 함은 분명하다. 다만 올바른 처방은 올바른 진단이 선행되었을 때 가능하다. 혁신은 부진한 지점과 영역에 대한 객관적인 증거와 분석을 기반으로 정교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연구개발 환경과 성과 전체에 대한 근거 없는 부정적 인식에서 시작돼서는 안 될 것이다.
이 같은 측면에서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혁신 수준을 지속적으로 제고해 나가기 위해서는 우리의 현 상황을 질적으로, 다각적으로 진단할 수 있는 심층진단 체계와 이를 수행하기 위한 데이터 및 분석 기반을 구축하고 이에 기반한 전략을 수립해 나갈 수 있는 환류체계를 고도화하는 것이 화급하다. 이는 올바른 방향으로 지속적인 개선과 혁신을 이루어 나가기 위한 필수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STEPI Outlook 2024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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