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오피니언리더] 美 대선판 흔드는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트럼프 표` 잠식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에 민주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진보 성향의 제3 후보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사진)가 선거에 중요 변수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예상과 달리 '제3 후보'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의 보수표 잠식 성향이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케네디 후보가 조 바이든 대통령보다 자신에게 더 피해를 준다고 보고 견제하기 시작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26일(현지시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케네디 후보를 "사기꾼 조 바이든을 돕기 위해 민주당이 심은 극좌 진보주의자"로 규정했습니다.

이어 케네디 후보를 지지하는 표는 자신이나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기 위해 '버리는 표'가 될 것이라며 "그의 급진적인 가족은 절대로 그가 공화당이 되도록 두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케네디 주니어의 형제자매들은 지난 18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을 막아야 한다면서 바이든 대통령 지지를 공개 선언했지요.

원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케네디 후보가 바이든 대통령의 표를 더 많이 잠식한다고 보고 그의 출마를 반겼지만, 최근 여론조사에선 기대와 다른 양상이 나타났습니다. 지난 24일 공개된 퀴니피액대학 여론조사 다자 대결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둘 다 37%의 지지율을 기록한 가운데 케네디 후보가 16%를 가져갔습니다.

그런데 케네디 후보가 사퇴할 경우 그의 지지층 가운데 47%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29%는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하겠다고 답해 케네디 후보가 보수표를 더 잠식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케네디 후보가 바이든 대통령의 표를 흡수해 민주당의 눈엣가시였지만 이제는 트럼프의 표까지 가져갈 조짐이 보이면서 공화당에도 갈수록 큰 걱정거리가 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앞서 케네디 후보는 구글 공동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의 전 부인 니콜 섀너핸을 자신의 러닝메이트로 발표하면서 선거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습니다. 케네디 후보의 러닝메이트 지목은 완주 의지를 재확인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섀너핸은 케네디 후보의 재정적 지원의 원천입니다. 섀너핸은 슈퍼볼 광고 등 케네디 후보의 선거 운동을 위해 450만 달러(약 60억원) 이상을 기부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케네디 주니어는 미국 민주당 계열 정치 명문가인 케네디 가문의 일원입니다. 1963년 총격 피살된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조카이자, 1968년 암살된 로버트 F. 케네디 전 상원의원의 아들입니다. 박영서 논설위원, A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