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내 미간이 빌런이었다"…김무열, 백창기의 한수

[Dispatch=김소정기자] "김무열 밖에 생각 안 났습니다"(마동석)

'범죄도시4' 빌런은 특수부대 용병 출신 백창기. 마동석은 다크하고, 간결하고, 날렵한 캐릭터로 밑그림을 그렸다. 그리고 곧장 김무열에게 연락했다. 

수락 버튼은 쉽사리 눌리지 않았다. 시나리오 속 백창기는 난해했다. 도저히 속을 알 수 없었다. 전편 빌런들과 온도차가 극명히 갈렸다. 

SOS를 쳤다. 마동석, 박지환에게 털어놨다. 다같이 백창기를 덧그렸다. 김무열은 실제 용병부터 연구했다. 입은 무겁게, 칼은 날카롭게, 악과 깡은 눌렀다. 

그렇게 '범죄도시'의 전투력 최강 빌런, 백창기가 탄생했다. 

(※ 이 기사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 평범하지만 강렬한

'범죄도시4' 오프닝은 백창기다. 그만큼 빌런에 힘을 줬다는 것. 백창기는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단검을 내리꽂는다. 

강렬한 임팩트였다. 마석도가 살짝 걱정될 정도였다. 중요한 신이기에, 마지막에 찍었다. 촬영 직전까지 어디를, 어떻게 찌를지 논의했다. 

"사실 오프닝을 통해 백창기라는 인물에 대한 설명이 끝났어요. 불필요한 건 거둬내고 간결하게. 특히 백창기의 평범함을 강조했어요." 

평범함은 옷차림 이야기다. 영화 내내 그는 단출했다. 짙은 남방에 바지, 무늬 하나 없는 티셔츠. 그가 모았다는 자료 속 밀리터리 차림의 근육질 용병과는 달랐다. 

허명행 감독의 요청이었다. "나의 고정관점을 날려주셨다. 외형적으로 강렬함을 접근하지 않았다. 백창기의 내면, 태도에 대해 더 집중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 백창기의 디테일 

백창기는 목적이 뚜렷하다. 약속을 중요시 여긴다. 선입금, 후미션. 단, 내 것이 아닌 돈에는 흔들리지 않는다. 이전 빌런들과의 차별점이다. 가장 이성적이다. 

"용병들은 작전을 짤 때, 초 단위로 설정해요. 생존과 직결되다 보니 그걸 아주 중요하게 여겨요. 또 선금 없인 움직이지 않아요. 이게 백창기의 포인트다."

백창기의 액션은 깔끔하다. 마석도와의 공통점은 '한방'. 느낌은 다르다. 마동석의 펀치는 묵직, 백창기는 간결 그 자체다. 마동석은 그를 보며 '흑표범'을 떠올렸다. 

몸선은 유려하다. 작은 단검을 손에 쥐고, 춤을 추듯 적진으로 돌진한다. 20대 때 배운 아크로바틱, 필리핀 단검 무예 '칼리 아르니스' 덕을 톡톡히 봤다. 

(참고로 '칼리 아르니스'는 맷 데이먼이 '본' 시리즈에서 선보인 무술이다.)

백창기는 감정의 동요가 없다. 또 다른 빌런 장동철은 "창기는 두려움을 느끼는 세포가 없다"고 표현했다. 힘을 쓸 때도 무표정을 유지한다. 

비결을 물었다. 고개를 내저었다. "가장 어려웠던 부분이다. 제가 몰랐던 입버릇과 미간의 움직임이 있더라. 그런데 힘을 줄 때마다 인상을 쓰더라. 몇 번을 다시 찍었는지"라고 말했다. 

◆ 박지환, 그리고 마동석  

장이수(박지환 분)는 여전히 웃음을 전담한다. 존재감은 전편들과 비교 불가. 해외까지 매료시켰다. 지난 2월 베를린영화제 객석에선, 장이수가 등장만 해도 웃음이 터져 나왔다. 

김무열의 시선은 달랐다. 

"장이수를 웃음 메이커라고 하지만, 정말 처절하게 자기 인생을 살고 있는 거예요. 장이수만 놓고 보면 비극을 써도 될 만큼 마석도에게 이용당하고 버려져요. 저는 그게 좋았어요."

마동석에겐 존경심을 표했다. 그의 열정과 성실을 치켜세웠다. 마동석은 매일 1~3시간 쪽잠을 자고, 촬영장에 나타났다. 밤새 장면을 고민한 것. 

"아침에 일어나서 보면, 새벽 3시쯤 동석이 형에게 문자가 와 있어요. '오늘 찍을 건데 봐봐'라며 몇 가지 버전을 보낸 거예요. 촬영 없는 날에는 다음 편을 준비하고요."

김무열은 "어느 정도 반열에 올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배우 아닌가. 아직까지 일을 누구보다 사랑하는 모습이 정말 대단하다. 캐릭터고 뭐고 모든 면에서 독보적이다"라고 극찬했다. 

◆ 마지막 당부 

시리즈가 거듭될 수록, 범죄도시의 평가는 뚜렷해진다. '역시'라는 호평 뒤엔, '식상' 혹평이 달린다. 김무열은 담담했다. 신선함보단, 고유의 세계관 유지가 더 중요했기 때문. 

"범죄도시의 매력은 아는 맛, 검증된 맛이 아닐까요? 개인적으로 시리즈물을 보면 오랜 친구를 만난 것 같은 느낌이 들거든요. 제 바람은 이 세계관 속에서 관객들이 안락함을 느꼈으면 좋겠어요."

쓴소리는 더욱 소중하다. 미래를 위해서다. "범죄도시 시리즈를 더욱 오래갈 수 있도록 만드는 원동력이다. 앞으로 계획된 5~8편은 더욱 좋아질 것"이라며 기대했다. 

1편 조선족 조폭 두목 장첸(윤계상 분), 2편 연쇄살인범 강해상(손석구 분), 3편 악질 경찰 주성철(이준혁 분). 김무열은 어떤 빌런으로 남고 싶을까. 

"나쁜 사람, 기억하지 마세요. 범죄도시 빌런마다 명대사가 있는데 백창기는 말이 없어서 없어요. 그냥 영화 자체를 즐겨주세요. 저는 그거면 됩니다."

<사진제공=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영화 '범죄도시4'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