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달리러 온 日직장인 10km 1위 “삼겹살·청국장이 비결”
“은퇴한 뒤 제 최고 기록(1시간13분45초)이네요. 선수 시절엔 이뤄보지 못한 우승을 이렇게 많은 사람이 참여하는 대회에서 경험하게 돼 더욱 뜻깊습니다.”
28일 열린 2024 서울하프마라톤(조선일보사·서울특별시·서울특별시체육회 공동 주최)에서 하프마라톤(21.0975km) 남자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한 최범식(27)씨는 장거리 육상 선수 출신이다. 괴산군청에서 1년여 실업 선수 생활을 하다가 2020년 은퇴한 후 프리랜서 육상 코치와 인물 사진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최근 달리기 붐이 불면서 개인 레슨 수강생만 20여 명. 즐겁게 러닝을 가르치며 자신의 기록도 향상됐다고 했다.
본격적인 대회 준비는 1997년생 소띠들이 모인 러닝 크루 ‘소란스런’과 함께 했다. 금방 신청이 마감되는 바람에 작년엔 서울하프마라톤 참가 기회를 놓쳤지만, 이번 첫 출전에 우승이란 성과를 남겼다. 최씨는 “레이스 중반 터널을 통과하는 구간에서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와 페이스를 끌어올릴 수 있었다”며 “다른 대회에선 느껴보지 못한 색다른 경험이었다”고 했다.
하프 여자 1위 문보연(45)씨는 1시간26분59초에 골인했다. 마라톤 경력 15년 차로 서울 송파구에서 러닝 아카데미를 운영하며 코치로 활동 중인 그는 “작년 10km 부문에서 3위를 한 다음 이번에는 꼭 1위를 하고 싶어 고된 훈련을 소화했다”며 “덕분에 레이스 중반까지 2위로 달리다가 추월에 성공할 수 있었다. 좋은 결과가 나와 나 자신이 기특하다”고 했다.
문씨는 “서울하프마라톤은 달리면서 국회의사당과 여의도, 한강대교 등 서울의 명소를 두루 볼 수 있다”며 “날씨도 더웠고, 의외로 오르막길도 있어 꽤 힘들었지만 또 달리고 싶은 매력적인 대회”라고 했다.
남자 10km 부문에선 인천 인동초 육상 코치인 김성하(32)씨가 32분36초 기록으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2위(34분15초)와는 1분 이상 차이가 났다. 초등학교 4학년 무렵 마라톤에 입문해 선수로 활동하다가 2019년 은퇴한 그는 “선수로서의 아쉬움이 있었다. 코로나 기간 몸무게가 90kg(평소 60kg대)에 달하는 등 한동안 달리기와는 거리를 두며 살았는데 ‘이러면 안 된다’는 생각에 작년 새해 결심으로 다시 달리기를 시작했다”며 “마라톤은 오직 자신과의 싸움이라 무엇보다 매력적이다. 남녀노소 선의의 경쟁을 펼칠 수 있다는 것도 특별하다”고 했다.
일주일에 4~6회 인천 집 근처 승기천 일대에서 15km씩 뛰면서 경기 감각을 끌어올렸다는 그는 “(인동초) 학생들에게도 동기부여가 됐으면 한다. 차차 풀코스에도 도전할 것”이라고 했다.
여자 10km 1위는 39분10초 기록으로 들어온 일본인 가와바타 에리(40)씨였다. 2위(39분16초)를 간발의 차로 제쳤다. 외국인이 이 대회 여자 10km 부문 정상을 차지한 건 처음이다. 일본 도쿄의 한 금융 회사 직장인인 그는 서울하프마라톤에 참가하려고 지난 26일 한국에 왔다. “일주일에 3~4번씩 출근 전에 10km를 뛰는 게 10년째 생활 루틴”이라며 “D그룹에서 출발해 힘들었지만, 도착하고 나니 1등이었다. 삼겹살과 청국장을 든든하게 먹은 것이 1위 비결”이라고 기뻐했다.
초등학교 시절 3년간 800m와 1500m 육상 선수로 잠시 활동한 그는 “일본에는 이렇게 강을 보며 달릴 수 있는 마라톤 대회를 찾아보기 어렵다”며 “마포대교 위를 달리면서 한강을 바라보는데 가슴이 벅차오르는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 필요하다. 마라톤은 다리보다 마음가짐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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