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한동훈 그리고 검사들 [한겨레 프리즘]
정환봉 | 법조팀장
총선이 끝났다. 국민의힘은 108석을 얻었다. 나머지 192석에는 무소속도 친여도 없다. 모두 ‘윤석열 심판’을 내건 야당이다. 검찰 출신 윤석열 대통령과 검찰 출신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투톱으로 나서 받은 성적표다. 두 사람은 비극으로 끝난 ‘버디무비’의 주연이다. 하지만 주연만으로 영화는 완성되지 않는다. 입체적인 스토리에는 그럴듯한 세계관과 조연이 필수다.
윤·한 ‘투톱’을 검찰 없이 설명할 방법은 없다. 검찰은 이번 총선 결과를 낳은 세계관이자 묵직한 조연이다. 윤 대통령의 이름이 알려진 것은 2013년이다. 그는 박근혜 정부 때였던 당시 ‘국정원 댓글 사건’ 특별수사팀장으로 수사를 이끌다 좌천됐다. 그러다 국정농단 특검 수사팀장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을 잇달아 지내며 승승장구했지만, 이른바 ‘조국 수사’를 기점으로 여당의 표적이 됐다. 진영을 가리지 않는 공정함을 무기로 그는 2022년 3월 20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한 전 비대위원장은 국정농단 특검에서부터 윤 대통령과 같은 길을 걸으며 영광도 고난도 함께했다.
특수 검사 출신인 두 사람은 모두 검찰의 주류였다. 과거 군부독재 시절에는 시국 사건을 전담한 공안 검사의 힘이 셌다. 하지만 민주화 이후에는 특수 검사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전 정권 사정 수사가 이어졌다. 이는 과거 권력이 부패했기 때문에 권력 교체가 정당했다는 설득력을 부여했다. 그 역할을 맡은 것이 특수 검사였다. 전 정권 수사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다. 특수 검사들은 상대가 얼마나 나쁜지 언론 등을 통해 알리며 이 난관을 돌파해왔다.
특수 검사가 정권 안위를 위한 수사만 해온 것은 아니다. 검찰청법에 검사는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고 적혀 있다. 현재 권력의 입맛에 맞는 수사를 한다면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그래서 최소한의 균형을 맞춰왔다. 다만 권력을 상대로 한 수사는 무뎠다. 이른바 ‘정윤회 문건’으로 촉발된 박근혜 정부 비선 실세 의혹에 대해 검찰은 2015년 1월 ‘실체가 없다’는 내용의 수사 결과를 내놓았다. 앞선 2007년에는 대선 2주를 남기고 당시 이명박 후보의 당선이 유력한 상황에서 ‘다스 실소유주’ 의혹에 대한 무혐의 처분 결과를 발표했다. 하지만 두 사건 모두 특검과 검찰에서 결과가 뒤집혔다.
이런 점에서 문재인 정부 당시 청와대와 정권 핵심을 겨냥한 수사는 이례적이었다. 그리고 그 수사에 대한 여러 평가가 있겠지만, 국민은 지난 대선에서 윤 대통령의 손을 들어줬다. 윤 대통령은 당선과 함께 단짝을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했다.
한국 사회에서 가장 힘이 센 권력자가 된 두 사람은 이때부터 검찰의 세계관과 결별을 해야 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반대 세력을 ‘범죄자’로 몰아세우는 데에만 집중했다. 가장 큰 권력이 가장 많은 견제를 받아야 하지만, 자신에 대한 비판은 ‘음해’로 폄훼한다.
지난 2년 검찰은 두 사람과 하나인 것처럼 굴었다.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수사는 끝을 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반면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됐고 명품백 수수 사실이 드러난 김건희 여사에 대해서는 수사할 기미가 없다. 검찰이 이번 정부의 비위를 겨냥한 수사를 한다는 소식 역시 들어본 적이 없다. 검찰에 대한 문제 제기는 모두 음해로 몰아붙인다. 억울할 수 있다. 범죄 혐의가 드러나 수사를 하는 것뿐이라고 항변할 수 있다. 하지만 비판이 나오면 반성도 해봐야 한다. 권력을 쥔 ‘우리 선배’의 허물은 일부러 보지 않으려 한 것은 아닌지, 그 비판 세력의 잘못은 과장하고 있지 않는지 돌아봐야 한다. 범죄를 단죄한다고 스스로가 늘 정의로운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총선은 검사들에게도 질문을 던진 셈이다. ‘모두가 윤·한의 사람들’로 남을 것인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 남을 것인가. 부디 올바른 선택을 하길 바라본다.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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