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DT인] "고객과 가까워지는 것이 로보 어드바이저 핵심… 금융상품 유통 혁신"

김남석 2024. 4. 28.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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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일호 업라이즈투자자문 대표
AI로 자산관리 한다고 생각하지만
가장 중요한 사람 역할 여전히 남아
美·日 등 외국 성공 업체 벤치마킹
국내 투자자용 '든든 서비스' 제공
문일호 업라이즈투자자문 대표.

"로보 어드바이저는 단순히 로봇이 자산을 운용해주는 것이 아니라 금융 상품 유통의 혁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전통 자산운용사가 고객과의 접점 없이 판매사만 거쳐야 했던 것과 달리 판매사 없이 운용역과 투자자를 한 번에 이어주는 것이 로보 어드바이저의 핵심이죠."

지난 26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사무실에서 만난 문일호(41·사진) 업라이즈투자자문 대표에게 국내 최고 자산운용사였던 삼성자산운용을 나와 로보 어드바이저 산업에 뛰어든 계기를 묻자 돌아온 답변이다. 로보 어드바이저는 로봇(Robot)과 어드바이저(Advisor)의 합성어로 알고리즘에 의해 자동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운용해주는 서비스를 뜻한다.

그는 금융 유통 혁신의 성공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대학 시절 카이스트에서 만났던 후배가 대표로 있는 로보 어드바이저업체 업라이즈 아래 업라이즈투자자문을 만들었다. 문 대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로보 어드바이저가 인공지능(AI)이 모든 자산관리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 안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의 역할은 여전히 남아있습니다"라며 "저희는 모든 직원들이 고객의 전화를 받습니다. 투자자들은 이 상품은 어떻게 할건지, 매매는 왜 했는지, 금리가 올라갈 것 같은데 앞으로 어떻게 투자할 건지를 결국 사람에게 묻습니다"라고 강조했다.

전통적인 자산운용사들은 과거 고객관리 업무를 증권사 같은 판매사들이 전담했다. 그는 실제 자산을 운용하는 운용사가 고객과 직접 맞닿지 못하는 것이 금융 상품 유통의 문제라며, 고객과의 접점이 가까워 지는 것이 로보 어드바이저의 핵심이라고 진단했다.

업라이즈투자자문은 미국과 일본 등 외국에서 성공한 로보 어드바이저 업체들을 벤치마킹하며 국내 투자자들에 적합한 알고리즘을 만들어 '든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든든은 AI를 통한 냉철함을 강조한 경쟁사와는 달리 오히려 '사람'을 내세우며 성장해왔다.

"해외에서 성공한 로보 어드바이저 업체들은 로봇 운영이 아니라 전통시장에서 롤 베이스에 정량화된 펀드 투자를 했습니다. AI 테크를 강조해 성공한 곳은 한 군데도 없어요. 이런 비즈니스 모델은 시차를 두고서라도 한국에서 똑같이 성공하는 경우가 많다고 저는 확신하고 있습니다."

문 대표는 해외 시장에서 로보 어드바이저가 성공한 또다른 이유로 연금 시장을 꼽았다. 미국과 싱가포르가 국민여금 투자 시장에 로보 어드바이저를 허용한 뒤 폭발적인 성공을 이뤘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 로보 어드바이저 시장 규모는 약 250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단순 자문을 제외한 실제 투자금을 로보 어드바이저에 일임한 액수다. 이 중 업라이즈투자자문은 시장 점유율 약 32%로 870억원의 자금을 운용하며 업계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2020년 7월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누적 고객 수는 4만3000여명, 활성이용자도 1만1000명이 넘어갑니다. 만약 퇴직연금 시장이 열린다면 전체 IRP(개인형퇴직연금) 시장 80조원 중 최소 10%는 로보 어드바이저 시장으로 유입될 것이고, 현재 점유율을 유지한다면 2조4000억원까지 운용 자금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현재 로보 어드바이저는 금융당국의 규제 샌드박스에서 마련된 테스트베드를 통해 알고리즘을 테스트하고 있다. 오는 6월 테스트베드 결과가 나온 후 정부가 허용한다면 빠르면 올해부터 퇴직연금을 로보 어드바이저가 직접 운용할 수 있게 된다.

업라이즈투자자문은 현재 4개 전략, 5개 알고리즘으로 테스트베드에 참여하고 있다. 업라이즈투자자문은 대표 상품 '에버그린'과 '오로라'의 최근 1년 수익률은 연 9~10%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에버그린은 연 평균 7%, 오로라는 10% 수준을 목표로 설정된 알고리즘이다.

문 대표는 "로보 어드바이저 상품의 핵심은 리밸런싱"이라며 "에버그린은 패시브하게, 오로라는 좀 더 액티브하게 더 많은 종목으로 리밸런싱한다는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에버그린이 장기채 비중이 약 50%라면 오로라는 이 비율을 줄이고 단기채나 종목 등에 투자하는 비중을 늘리는 식"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최근 로보 어드바이저 상품의 수익률이 비교적 높게 나온 만큼 이번 테스트베드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를 통해 퇴직연금 시장이 개방된다면 전 생애주기에 맞는 알고리즘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좀 더 공격적 투자를 원하는 주니어들은 물론 결혼 전후 청년층, 안정적인 수익을 원하는 중년층과 여유자금이 생긴 뒤 자산을 배분하려는 장년층까지 전 생애주기에 맞는 상품을 마련하고 싶다"는 것이다.

문 대표는 이런 상품을 마련하기 전 로보 어드바이저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부터 얻고 싶다고 했다. 아직 만들어진지 오래 되지 않았던 만큼 꾸준한 수익률을 통해 안정성과 수익성을 모두 증명해 투자자들의 선택을 받겠다는 것이다.

그는 "처음엔 적금, 다음으로 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 등으로 이어지면서 퇴직연금 시장이 열린 뒤 선택할 수 있는 재료는 많아졌다"며 "하지만 이 재료들을 사용해 요리를 만드는 방법을 제시하는 솔루션은 정작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개인들이 이런 재료를 직접 선택해 요리하는 것보다 로보 어드바이저가 선택해 내놓는 요리가 더 낫다는 인식을 만드는 게 우리의 목표"라고 덧붙였다. 또 "저나 투자자들이나 꿈은 부자가 되는 것"이라며 "우리나라 퇴직연금 시장이 이렇게 커졌던 적이 없었던 만큼, 이 기회를 잘 살려 국민들이 퇴직연금을 더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기반을 다듬고 초석을 쌓는 역할을 한다면 제 딸에게도 나중에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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