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오 "의정평가 매년 해야"… 문희상 "실종된 정치부터 복원"
국민이 4년마다 직접 선출해 입법 권력을 위임한 곳이 바로 국회다. 대표자인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리인으로서 민의를 받들어 입법 활동을 해야 할 의무가 있다. 선거철만 되면 후보자들이 길거리로 쏟아져 나와 유권자들에게 충성을 맹세하지만 금배지를 단 뒤에는 유권자의 뜻이 아니라 진영논리로 움직인다. 거대 양당의 공천 시스템 등이 빚어낸 씁쓸한 현실이다.
18대 국회에서 의장을 지낸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매일경제 인터뷰에서 "22대 국회에서는 의장이 취임하자마자 여야 원내대표의 약속을 받아 '의정활동 평가지침서'를 외부 용역을 통해 만들어보라"고 제안했다.
김 전 의장은 "국회에 (의원들이) 들어오는 이유는 의정 활동을 잘하기 위해서인데, 그렇다면 무엇이 제대로 된 의정 활동인지 알아야 한다"며 "매뉴얼을 만들어 각 당이 이를 기준으로 매년 평가 결과를 발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잘하는 사람은 공천을 보장하고, 잘하지 못하는 사람은 경쟁시켜야 한다"며 "이러면 의정 활동을 잘하는 사람은 당의 눈치를 보지 않고 제대로 일할 수 있게 된다"고 했다.
김 전 의장은 식물화된 국회 윤리특별위원회를 강화해 의원에 대한 국민의 부정적인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고도 제언했다. 그는 "국회 윤리위원회를 독립적·객관적 기구로 상설화시켜야 한다"며 "위원회에 국회의원을 배제하고 사건이 발생하면 즉각 윤리위를 소집해 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윤리위는 징계안을 국회의원들이 뜯어고쳐서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만들어 버린다"며 "독립기구여야 본회의 때 게임이나 하는 사람들이 사라진다"고 강조했다.
김 전 의장은 선거구 획정 문제에 대해서는 "총선 1년 전까지 획정을 완료하지 못하면 해당 국회의 의원들은 모두 출마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며 '극약 처방'을 제시했다.
20대 국회에서 의장을 지낸 문희상 전 의장은 "지금은 정치 자체가 없어진 정치 실종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문 전 의장은 "한국 정치가 삼류라는 말에는 동의할 수 없다. 역동적인 격변을 거치며 민주주의를 정착시킨 나라는 상당히 드물다"면서 "민주주의라는 관점에서 정치를 본다면 한국 정치 수준은 세계 초특급"이라고 말했다.
다만 문 전 의장은 정치 복원을 위해 무엇보다 대통령과 국회의 관계를 재설정해야 한다고 봤다. 그는 "대통령이 먼저 국회를 반듯하게 예우해야 정치가 복원될 수 있다"며 "지금은 대통령이 야당은 물론 여당까지 무시하고 있지 않냐"고 되물었다.
문 전 의장은 더불어민주당에서 일부 의장 후보들이 중립성을 무시하는 발언을 한 데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문 전 의장은 "임기 동안 당적을 버리고 '선공후사'하라는 것이 국회법 취지"라며 "후보들이 당내 경선에서 표를 더 많이 얻기 위해 하는 언행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두 전직 의장은 국회가 국민의 신뢰를 되찾으려면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 전 의장은 "국회는 싸움을 하는 곳이 아니다"면서 "제헌국회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전 의장은 "국회는 회의를 하는 기관인데, 법안을 내버려 두다가 얼렁뚱땅 통과시키고 있다"며 "안건만으로 회의를 해야 하는 최소 시간을 내부 규칙으로 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국민의 대표로 선정됐지만 지금은 진영의 대변인 역할, 각 당 대표의 심부름꾼에 지나지 않는다"며 "공동체에 대한 책임의식과 공인의 자세를 확립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 전 의장은 "품격과 권위는 국회의 기본이다.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법치주의와 삼권분립의 원칙을 지키고 주권자인 국민의 대표에 걸맞게 언행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서로 싸우고 무시하면 대통령도 국회를 무시하게 돼 있다"며 "국회는 스스로 값을 매기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경운 기자 / 김유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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