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 불던 국내 미술시장 먹구름…4월 들어 경매 낙찰률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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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붙은 미술시장에 훈기를 불어넣던 봄바람이 잠깐 멈춘 걸까.
28일 미술계에 따르면 서울옥션이 지난 23일 진행한 '제178회 미술품 경매'는 낙찰률 55.66%를 보였다.
최근 판화와 에디션 작품 등으로 크리스티 뉴욕 경매가 낙찰률 92%를 기록하고, 필립스 런던의 근현대 미술품 경매도 낙찰률 85%를 나타내는 등 해외 미술품 경매시장 분위기가 나쁜 편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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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찰률 전월비 10%P가량 떨어져
1분기 시장 회복 분위기에 '찬물'
"불경기 여파…반등까지 시간 걸려"
얼어붙은 미술시장에 훈기를 불어넣던 봄바람이 잠깐 멈춘 걸까. 상승세를 타던 올해 미술품 경매시장 분위기가 5월을 앞두고 한풀 꺾인 모양새다. 양대 옥션의 4월 주요 경매에서 거장의 작품마저 새 주인을 찾지 못하고 유찰되는 등 시장 반등 기대감에 제동이 걸리면서다.
28일 미술계에 따르면 서울옥션이 지난 23일 진행한 ‘제178회 미술품 경매’는 낙찰률 55.66%를 보였다. ‘컨템포러리 아트 세일(Contemporary Art Sale)’이란 이름으로 연 지난달 오프라인 경매에서 기록한 낙찰률(67.5%)과 비교해 큰 폭으로 하락했다. 출품작의 평균 가격대가 낮게 형성되긴 했지만 낙찰총액이 28억원을 기록해 지난달(114억원)보다 크게 줄었다.
서울옥션은 계절에 맞춰 봄기운이 물씬 풍기는 화사한 풍의 작품을 중심으로 출품작을 꾸렸다. 이 중 일본 인기 작가 아야코 록카쿠의 ‘Untitled’가 4억5000만원으로 최고가를 찍었지만 이마저도 당초 추정가(5억~8억원)에 미치지 못한 가격에 낙찰됐다. 분홍빛 색감이 돋보이는 하종현의 ‘Conjunction 20-25’(1억5000만원)와 김종학의 ‘무제’(2000만원)도 시작가에서 거래를 마쳤다. 실험미술 거장 이건용의 작품 중 처음 경매에 오른 ‘달팽이 걸음’은 추정가 2억~3억원을 달고 나왔지만 새 주인을 찾지 못했다. 단색화 거장 이우환의 ‘Correspondance’(5억4000만~9억원)도 유찰됐다.
하루 뒤인 24일에 4월 메이저 경매를 개최한 케이옥션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이날 경매 낙찰률은 61%로 전달(71%) 대비 10%포인트가량 떨어졌다. 낙찰총액은 50억원으로 지난달보다 증가했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다소 아쉽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중섭이 절친인 구상 시인의 집에 머무르면서 그린 ‘시인 구상의 가족’이 14억원에 낙찰돼 제 역할을 해냈지만, 낙찰총액 상승을 이끌 다른 대작은 제값을 찾지 못했다. 김환기의 뉴욕 시대 점화 ‘22-X-73 #325’(시작가 35억원), 1955년작 ‘산’(시작가 20억원)을 비롯해 프랑스 화가 앙리 마티스의 1947년작 아티스트북 ‘재즈’가 추정가 9억5000만~12억원으로 출품이 예고돼 기대를 모았지만 모두 출품이 취소되거나 유찰됐다.
다만 점차 상황이 나아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최근 판화와 에디션 작품 등으로 크리스티 뉴욕 경매가 낙찰률 92%를 기록하고, 필립스 런던의 근현대 미술품 경매도 낙찰률 85%를 나타내는 등 해외 미술품 경매시장 분위기가 나쁜 편은 아니기 때문이다. 한 미술계 관계자는 “불경기가 지속되는 등 분명 낙관적인 여건은 아니지만 실구매층은 여전하다”며 “가격대가 합리적인 작품은 경합이 이뤄지는 등 긍정적인 모습도 있다”고 전했다.
유승목 기자 moki912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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