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이정민, 송곳 아이언에 퍼트로 생애 첫 메이저컵

조수영 2024. 4. 28.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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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PGA투어 시즌 첫 메이저 크리스FnC KLPGA 챔피언십
이정민, 최종합계 23언더파 265타로 압도적 우승
사진=KLPGA

공에서 핀까지의 거리는 14m. 이정민(32)이 긴 거리에서 시도한 버디퍼트가 홀 한뼘 옆에 붙었다. 내내 차분한 표정으로 경기하던 이정민의 얼굴에 그제야 작은 미소가 피어올랐다. 가벼운 스트로크로 공을 홀 안에 넣은 뒤 이정민이 왼팔을 번쩍 들어올렸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데뷔 15년차 만에 거둔  첫번째 메이저 우승, 투어 통산 11번째 우승의 순간이었다. 

이정민이 28일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크리스에프앤씨 KLPGA챔피언십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이날 경기 양주시 레이크우드CC(파72)에서 열린 대회 최종라운드에서 버디 7개, 보기1개로 6타를 줄이며 최종합계 23언더파 265타를 기록했다. 2위 전예성(23)을 4타 차로 제치며 우승상금 2억3400만원의 주인이 됐다. 

이정민은 한국 여자골프의 '원조 아이언 퀸'이다. 2010년 투어에 데뷔해 172cm의 큰 키에서 나오는 장타에 송곳같은 아이언으로 한국 여자골프의 강자로 떠올랐다. 2014년 2승, 2015년 3승을 몰아치며 전성기를 맞았다. 전성기 시절, 여자 선수로는 드물게 2·3번 아이언을 캐디백에 넣고 다녔을 정도로 아이언을 자유자재로 다뤘고 그린 적중률도 내내 상위를 달렸다. 2016년 우승 이후 잠시 부진을 겪었지만 2021년부터 다시 우승을 추가하며 '베테랑의 뒷심'을 보여줬다. 

이번 대회에서 이정민은 3라운드부터 파란을 예고했다. 이날 하루에만 보기 없이 버디 8개에 홀인원까지 기록했다. 지난주부터 살아난 샷감에, 최근 몇년간 그를 속썩였던 퍼트까지 좋아진 결과다. 이정민은 "지난 겨울 절친한 후배인 백규정 프로의 도움으로 퍼트 미스를 줄이는 훈련을 집중적으로 했다"며 "3라운드부터 퍼트감이 올라왔다"고 말했다. 

사진=KLPGA

최종라운드에서도 이정민은 거침없이 질주했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몰아치기를 이틀 연속 이어가지 못한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이정민은 달랐다. 전날 기록한 10언더파가 행운이 아님을 증명하듯, 시작부터 버디쇼를 펼쳤다. 

경쟁자인 방신실(20)이 타수를 좀처럼 줄이지 못하는 가운데 이정민은 자신의 장기인 송곳 아이언을 앞세워 전반 9개홀 동안 6타를 줄이며 훌쩍 달아났다. 아이언과 웨지로 공을 핀 2m 옆에 공을 붙여 찬스를 만들어냈고, 안정적인 퍼트로 버디를 완성시켰다. 10번홀(파4)에서 2.2m 파 퍼트를 놓쳐 이날 유일한 보기를 범했지만 우승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베테랑다운 완벽한 경기력은 기록으로도 증명됐다. 이정민은 이번 대회 4라운드 동안 보기를 단 3개 범하는데 그쳤다. 이번 대회에서 그가 기록한 최종 23언더파 253타는 KLPGA 챔피언십 최소 스트로크 우승 기록이다.

경기를 마친 뒤 이정민은 "마지막 홀 롱 퍼트가 홀 가까이에 붙고서야 우승을 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며 "타수 차이가 그 정도로 난 줄 알았다면 좀더 편안하게 경기를 할 걸 그랬다"고 웃었다. 그만큼 경기 내내 자신의 플레이에만 집중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생애 첫 메이저퀸이 된데 대해 "예전에는 메이저대회 역시 30개 대회 중 하나일 뿐이라고 생각했지만 메이저라는 타이틀이 주는 기쁨은 확실히 다르다"며 환하게 웃었다. 올해로 투어 15년차, 그는 "다른 선수를 이기는 것을 목표로 삼아본 적은 단 한번도 없다. 언제나 제가 원하는 골프, 원하는 샷을 치는 것이 목표였다"며 "골프를 보는 눈이 더 넓고 진지해졌다"고 말했다. 

전예성은 이날 보기없이 버디만 12개 몰아치면서 12언더파 60타를 기록해 단숨에 17계단을 뛰어올라 단독 2위(최종합계 19언더파 268타)로 대회를 마쳤다. 전예성이 기록한 12언더파 60타는 이정은(28)이 2017년 9월 OK저축은행 박세리인비테이셔널 2라운드에서 달성한 스코어와 나란히  KLPGA투어 18홀 최소타 타이기록이다. 메이저대회에서 12언더파 기록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타 차 단독 2위로 최종라운드를 시작하며 역전승을 노렸던 방신실은 이븐파에 그치면서 김민별(20), 박지영(28)과 나란히 공동 3위(16언더파 272타)에 올랐다. 

양주=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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