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질문

2024. 4. 28.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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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 몸에 혹이 생겼어요.

언니야, 왜 똥은 노란색일까? 우리 몸속이 모두 노란색이야.

똥은 찌꺼기를 빡빡 긁어서 밖으로 나오는 거니까 몸속은 모두 노란색일 거야.

아이는 몸을 약간 옆으로 틀며 내게 팔짱을 두르고 몸을 바짝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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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 몸에 혹이 생겼어요. 동물병원 가야 하나요? 피부과 가야 하나요? 어느 병원 갈까요? 바셀린을 발라주었어요. 혹이 점점 작아졌어요. 다 나았어요.

눈사람아 베란다 밖에 있던 너를 추울까봐 데리고 와 내 이불 속에서 재워줬더니 눈 코 입 떼어놓고 도망갔었지? 엄마한테 나 혼났어. 오줌 쌌다고.

언니야, 색연필과 크레파스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색연필이 키 크니까 달리기 잘해. 크레파스가 뚱뚱하니까 씨름 잘할 거야. 색연필 위에 크레파스 칠하면 색연필 안 보여 그러니까 크레파스가 이길 것 같아. 엄마, 크레파스와 색연필이 싸우면 누가 이길까요? 걔네들 왜 싸우는 거니 사이 좋게 놀아야지.

언니야, 바람은 왜 불까? 깊은 산속 요정이 숨 쉴 때 바람이 되는 거야. 재채기하면 태풍이 되고. 겨울에 눈은 왜 오는 걸까? 하늘나라 천사님이 날개로 솜을 솔솔 뿌려주는 거야. 왜? 겨울날 아이들을 밖으로 불러내려고. 아아, 천사님이 우리랑 놀고 싶어서 그러는구나.

햇빛 쨍쨍 빨랫줄에 널어놓았던 이불 까슬까슬 따뜻해. 보시시 햇빛 냄새도 나네. 해님이 이불에 붙어서 따라와서 그래.

어두워지면 내 방에 별들이 찾아옵니다. 카시오페이아 북두칠성 오리온 안드로메다 자잘한 은하수. 엄마가 야광별을 붙였어요.

나무젓가락에 까만색 크레파스 칠해서 눈썹 붙이고 당근 쬐끔 잘라서 입 붙이고 파란 색종이 둥글게 뭉쳐 이쑤시개 꽂아 코 만들었어요. 어젯밤 베란다에 올려놓았는데 아침에 눈썹 한쪽 떨어지고 입은 목으로 내려오고 코만 커져 파란 색종이 달랑달랑. 눈사람 너 밤새 테크노춤 추었니? 눈 코 입이 이상해졌어.

엄마 나는 화가가 되고 싶어요. 과학자 의사 K팝 가수도 되고 싶어요. 나는 무엇이 되면 좋을까요? 네가 좋아하는 것, 네가 잘하는 것, 네가 하고 싶은 것, 직접 경험해 보면서 천천히 찾아보렴. 오래 걸릴 수도 있어.

이 그림은 왜 나무 위 가지가 없을까요? 아이가 나무 그림을 보면서 생각합니다. 도화지가 작아서 못 그렸을까요? 아마도 나무가 밤에 별을 보러 도화지 밖으로 나갔을 것 같아요. 오늘 밤에는 도화지 속으로 돌아올 거예요.

파도가 빈 깡통, 찢어진 검정 비닐, 나무 도막을 모래 위에 가져다 놓았어요. 작은 꽃게는 바다로 가기 싫은가 봐요. 구멍을 파고 모래 속으로 숨었어요. 구멍을 파보면 꽃게는 놀라서 또 도망가요.

언니야, 왜 똥은 노란색일까? 우리 몸속이 모두 노란색이야. 위 창자 폐 그런 것들이 모두 노란색일 거야. 똥은 찌꺼기를 빡빡 긁어서 밖으로 나오는 거니까 몸속은 모두 노란색일 거야.

기댔다. 작은 내 어깨에. 아이는 목을 기역자로 꺾어야만 기댈 수 있었다. 아이가 불편할까 봐 내 어깨를 높이려 허리를 쭉 폈다. 아이는 몸을 약간 옆으로 틀며 내게 팔짱을 두르고 몸을 바짝 붙였다. 다람쥐가 쳇바퀴에서 앞으로 달린다고 착각하듯 행복을 잡으려고 지칠 때까지 달렸다. 아이도 나도 달렸다. 독립한 아이가 와서 이틀을 잤다. 아이의 체온, 고린내, 숨소리가 가득하니 평안하게 잠을 잤다. 꿈 찾아 헤매다가 또 쉼 찾아 방황하다 비틀거리다가 기댄다. 아이야 기대렴. 무지개 별 하늘 구름 어머니 메아리. 쉬렴.

[권명희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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