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국경제 3大 미스터리 아세요?…경제학자도 놓친 ‘뜻밖의 사건들’ [뉴스 쉽게보기]

임형준 기자(brojun@mk.co.kr), 신화 기자(legend@mk.co.kr) 2024. 4. 28.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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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지난 16일(현지시간) 워싱턴 싱크탱크 윌슨센터에서 열린 캐나다 경제 관련 포럼에 참석해 ‘인플레이션이 2%로 낮아진다는 더 큰 확신에 이르기까지 예상보다 더 오랜 기간이 걸릴 것’이라고 발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불과 몇 주 사이에 미국 통화 정책을 바라보는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어요. 얼마 전까진 다들 ‘올해 6월에 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이라고 했는데, 이젠 ‘아직 멀었다’는 사람이 많아졌죠.

지난 16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사실상 6월 금리 인하가 무산됐음을 인정했어요. 파월 의장은 “최근 데이터는 (금리 인하에 대한) 확신을 주지 못했고, 그런 확신을 얻는 데에는 예상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어요.

이제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는 9월 이후에 가능하다는 전망이 우세하고, 인하 시점을 내년으로 보는 사람도 꽤 많아졌어요. 오히려 기준금리를 지금보다 조금 더 올릴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어요.

왜 갑자기 분위기가 바뀐 걸까요? 경제 전문가들이 대부분 이런 변화를 예상하지 못했던 이유는 뭘까요?

예상보다 너무 좋은 미국 경제
미국이 기준금리 인하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예상을 뛰어넘는 미국의 경제 호황이에요. 미국은 지난 2022년부터 높은 물가 상승률을 낮추기 위해 빠르게 기준금리를 인상했어요. 불과 1년 반도 안 되는 기간에 0.25%에서 5.5%로 급격히 올렸죠. 그리고 그 여파로 경제가 침체를 겪을 것으로 봤어요. 긴축적 통화 정책은 대체로 경기 둔화를 이끌기 때문이에요.
*금리 상단 기준
하지만 비슷하게 긴축에 나섰던 다른 주요국들이 경제 침체를 겪는 동안, 미국은 상대적으로 경제 호황을 누리고 있어요. 빠른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경착륙(심한 경기 침체), 연착륙(약한 경기 침체), 스태그플레이션 등 여러 침체 시나리오를 제시했던 전문가들의 예상이 모두 빗나간 거예요.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6일 미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예상치를 기존 2.1%에서 2.7%로 0.6%포인트나 상향 조정했어요. 유로화를 사용하는 유로존(0.8%)보다 3배 이상 높은 수치예요. IMF 또한 작년까지 미국의 경기 침체를 예상해 왔는데, 결국 지난 예상이 틀렸다는 걸 인정한 셈이에요.

미국 경제의 3대 미스터리?
이런 미국 경제의 흐름을 두고 전문가들은 ‘미스터리’라는 표현까지 쓰기 시작했어요. 그만큼 기존의 통념과 분석을 뒤집는 현상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거죠. 미국 경제 호황이 뒤집은 전통적 관점들을 간단히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아요.

① 깨져버린 물가·실업률 반비례 공식

경제학 이론에서 물가상승률과 실업률은 반비례 관계로 설명돼요. 기준금리가 내려갈 땐 돈을 빌리는 이자 부담이 줄어서 각종 투자와 소비가 늘어나고, 경제가 활성화되는 경향이 있어요. 경제가 활성화되니 실업률은 보통 낮아지는데, 소비 증가의 영향으로 물가상승률은 높아지게 되죠. 연방준비제도(Fed)나 한국은행 같은 중앙은행은 기준금리 조정 등 통화정책을 통해 물가와 고용 수준을 적절하게 유지하는 역할을 맡고 있어요.

하지만 미국의 물가 상승률(전년 동기 대비)이 2022년 6월 9.1%로 정점을 찍고 1년 만인 지난해 6월부터 3%대에 안착하는 동안, 실업률은 완전고용 수준인 3%대를 유지했어요. 물가상승률이 6%포인트 하락했는데도, 실업률은 전혀 높아지지 않은 거죠.

*전년 동기 대비 상승률. <자료=미국 노동부>
② ‘장단기 금리 역전’에도 호황

단기 국채 금리가 장기 국채 금리보다 높아지는 ‘장단기 금리 역전’이 발생했을 때 경기 침체가 뒤따른다는 통념도 뒤집혔어요. 이 통념은 무조건 맞았던 건 아니지만, 역사적으로 높은 적중률을 보여왔어요. 실제로 2000년대 미국 ‘닷컴버블’ 붕괴,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등도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일어난 후에 이어졌죠. 하지만 2022년 4월부터 미국 장단기 국채의 금리가 역전됐음에도, 지금까지 미국의 경기는 탄탄한 흐름을 보여주고 있어요.

③ 원격근무 확산에도 높아진 생산성

팬데믹으로 원격·재택 근무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전반적인 노동생산성이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도 완전히 빗나갔어요. 오히려 생산성이 높아진 거예요. 2017년의 노동생산성을 100으로 잡고 측정한 미국 노동생산성지수는 2022년 2분기 108.3에서 작년 4분기 112.1로 꾸준히 상승했어요. 미국 경제 전문매체인 블룸버그에 따르면 최근 세 분기 동안의 노동생산성 상승률은 팬데믹 이전 10년 동안의 평균 상승률보다 3배 이상 높았다고 해요.

왜 미국만 달랐던 걸까?
모두의 예상이 빗나갔으니 당연히 정확한 설명을 당장 찾기는 힘들지만, 전문가들이 대체로 주목하는 요인들은 분명히 존재해요. 주로 높은 노동생산성을 유지하게 만든 특징들이죠.
<자료=국제통화기금(IMF)>
◆노동 수요 채운 이민자

꾸준히 이민자가 노동시장으로 유입된 미국의 특성은 경제 성장을 이끈 핵심 요인 중 하나로 꼽혀요. 저숙련 근로자가 부족할 때도 이 일자리들을 채울 이민자들이 유입되고, 인공지능(AI) 등 신기술 발전으로 정보기술(IT) 분야에서 기술자가 필요할 때도 고숙련 이민자가 밀려드는 국가니까요.

미국 의회예산국은 지난 2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2023년에 노동자는 520만 명 증가한 것으로 보이며, 이는 주로 이민자 증가에 따른 결과”라며 “노동자 증가에 따라 2034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은 약 7조 달러(약 9600조원)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어요.

빠르게 늘어난 이민자는 필요한 노동력을 공급하는 동시에, 미국 내 소비 호조에도 기여했어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최근 한 강연에서 “빨라진 이민자 유입 속도는 긴축 정책이 수요에 미치는 영향을 어느 정도 상쇄했다”고 말했어요.

◆높은 고용 유연성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미국 뉴욕시립대 교수는 미국의 높은 고용 유연성에 주목했어요. 미국은 한국이나 유럽 국가에 비해 해고가 쉬운 나라예요. 그래서 팬데믹 직전 3.5% 수준이던 미국의 실업률은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된 직후 한 달 만에 15%까지 급등하기도 했죠. 기업들은 빠르게 해고에 나섰고, 다시 필요해졌을 때 적극적으로 직원을 늘렸어요.

<자료=미국 노동부>
미국의 높은 고용 유연성은 근로자를 보호하기 힘들다는 분명한 단점이 있어요. 하지만 최근 몇 년간 급변을 겪은 시장에선 이런 유연성 덕분에 기업들이 적극적인 해고와 채용으로 적절히 대응할 수 있었다는 게 크루그먼 교수의 설명이에요.

크루그먼 교수는 지난해 유력 언론인 뉴욕타임스 칼럼에서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유럽과 미국의 근로자 보호 정책을 비교했어요. 유럽 국가들은 고용주들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며 ‘직원들을 해고하지 말라’고 권고했고, 미국은 해고된 근로자들에게 지급하는 실업 수당을 늘렸어요. 크루그먼 교수는 “미국의 대응은 비록 일시적으로 실업률을 높였지만, 강력한 회복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어요.

◆인공지능(AI) 발전

이외에 미국이 최근 세계 산업의 중심으로 떠오른 AI 기술을 이끌고 있다는 점도 미국 경제 호황의 요인으로 꼽혀요. 챗GPT로 AI 열풍을 일으킨 오픈AI와 독보적인 AI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를 보유하고 있고, 마이크로소프트(MS)·구글·애플 등 AI 시장을 두고 경쟁하는 대표적 혁신기업들이 모두 미국 기업이기 때문이죠. 이런 기업들이 급격히 성장한 덕에 미국 주식 시장은 기술주를 중심으로 호황을 누리고 있어요. 발전한 AI 기술이 노동력을 대체해 생산성을 빠르게 높이고 있다는 점 또한 주목할 만해요.

미스터리 호황은 계속될까
미국 경제의 꾸준한 호황세에도 전문가들의 시각은 엇갈려요. 이런 현상이 얼마간 이어질 거라는 시각이 존재하는 반면, 반짝 호황에 불과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어요.

곧 미국 경제가 둔화할 것으로 보는 사람들은 지금의 경제 호황을 팬데믹이라는 특수한 상황 이후에 이어지는 일시적 현상으로 해석해요.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미국 정부가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대대적인 ‘돈 풀기’에 나섰던 효과가 아직 남아있는 데다, 팬데믹으로 발생한 여러 위기가 예상보다 빠르게 해소된 점이 잠시 경제를 좋아 보이게 만들었다는 거예요.

미국 경제는 전반적으로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실제로 불안한 지표들이 존재하는 건 사실이에요. 우선 지난해 4분기 미국 소비자들의 신용카드 연체율은 3.48%로 역대 최고치였대요. 점점 소비 여력이 줄어들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죠. 또한 미국에선 오피스 등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심각한 침체를 겪고 있어요. 재택근무 보편화에 공실 상태인 오피스가 늘어난 탓이에요.

급격한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전례 없는 호황을 맞은 미국 경제. 세계 금융산업 중심인 월스트리트의 기업들조차도 섣불리 앞날을 전망하지 못하는 분위기인데요. 미스터리한 미국 경제의 성장세는 이대로 계속될 수 있을까요?

<뉴미디어팀 디그(di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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