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패 수습 '첫 단추'도 못 꿴 與…'구인난' 비대위원장은 언제?
국민의힘이 빠르면 29일 당선인 총회에서 앞으로 전당대회까지 당을 이끌 비상대책위원장을 추대한다. 그러나 후보군으로 꼽히는 중진 의원들이 비대위원장직을 고사하고 있어 원내사령탑을 선출하는 5월3일 전까지 비대위원장을 지명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민의힘이 당 수습을 위해 '비대위원장 임명'이라는 첫발을 뗄 수 있을지 주목된다.
28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은 29일 오전 당선인총회를 소집했다. 이 자리에서 윤 원내대표는 비대위원장 인선 및 '채상병 특검법' 등 현안 관련 상황을 보고하고 당선인들과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국민의힘은 앞서 두 차례의 당선인 총회를 열고 전당대회를 준비할 '실무형 비대위'를 꾸리기로 했다. 총선 참패로 혼란을 겪고 있는 당 쇄신 작업을 선출된 지도부에 맡기겠다는 구상이다. 또 윤 원내대표는 신임 원내대표를 뽑는 내달 3일 전까지 비대위원장 인선을 마무리 짓겠다고 했다. 당헌·당규상 비대위원장 임명에 전국위원회 개최가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윤 원내대표는 이번 당선인총회에서 비대위원장을 추천하고 인선 배경 등을 설명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당 일각에서는 다음 달 3일까지 비대위원장을 지명하겠다는 목표가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비대위원장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중진 의원들이 선뜻 나서지 않고 있어서다.
국민의힘은 당 중진 간담회 등을 통해 4~5선 현역 중진 의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기로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정작 간담회에 참석한 당사자들조차 비대위원장을 맡지 않겠다고 손사래를 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당대회를 준비하기 위한 두 달짜리 비대위원장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당원 투표 100%인 당 대표 선거 규정 개정 논의를 중재해야 하는 등 정치적 부담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자칫 수도권과 영남, 친윤(친윤석열)과 비윤(비윤석열) 양쪽으로부터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날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통화에서 "(중진들이) 두 달짜리 비대위원장을 맡겠느냐"며 "6개월이나 1년 정도 (임기를 부여받아) 실권을 가지고 무언가 하는 자리라면 모르겠지만 두 달짜리 실무적인 비대위원장은 중진 의원들이 내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4·10 총선을 통해 5선 이상 고지에 오른 인물은 권성동·권영세·김기현·윤상현·조경태·주호영 의원과 나경원·조배숙 당선인 등이 있다. 4선은 김도읍·김상훈·김태호·박덕흠·박대출·안철수·윤영석·이종배·이헌승·한기호 의원 등이다.
이 중 현재까지 비대위원장직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건 조경태 의원이 유일하다. 다만 윤 원내대표는 조 의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제안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외 나경원·권성동·안철수·윤상현·김태호 의원 등은 당권 주자, 권영세·주호영 의원은 국무총리 후보로 거론된다.
총선에서 불출마했거나 낙선한 중진까지 범위를 넓혀도 '구인난'은 여전하다. 박진 의원은 비대위원장 제안을 받았지만 고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원내대표가 29일 당선인총회에서 비대위원장 인선을 마무리 짓지 못할 경우 내달 3일 선출되는 차기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맡거나 비대위원장 임명 자체가 더 미뤄질 수도 있다.
새 원내대표 후보로는 소위 '찐윤'(진짜 친윤)으로 분류되는 이철규 의원이 출마할 가능성이 높다. 친윤계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대표적 '친명'(친이재명계)인 박찬대 의원을 단독 후보로 내세워 사실상 원내대표로 추대하는 수순을 밟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여당 내에서도 대항할 카드가 필요하다는 논리를 주장한다.
지난 22일 당선인 총회 이후 당선·낙선한 영입인재를 연이어 만난 이 의원은 "어떤 결심도 한 것이 없다"면서도 "검토를 해보려고 한다"고 원내대표 출마 가능성을 열어놨다. 다만 총선 패배 책임론 등을 들어 이 의원이 차기 원내대표에 부적합하다는 당내 일각의 시선은 부담이다.
한편 계파색이 옅고 협상 능력이 뛰어나 다수 의원으로부터 출마를 권유받은 것으로 알려진 김도읍 의원은 이날 "원내대표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의원은 원내수석부대표, 정책위의장,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등을 거치며 원내 경험이 풍부하다는 점에서 차기 원내대표 주요 후보로 꼽혀왔다.
또 다른 원내대표 후보로는 4선의 박대출, 3선의 김성원·송석준·성일종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적극적인 출마 의사는 내비치지 않고 있다.
박상곤 기자 gonee@mt.co.kr 안재용 기자 po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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