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드의 철학자’ 이정민, KLPGA 메이저 첫 우승... 홀인원으로 벤츠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데뷔 15년 차 이정민(32)이 역대 투어 72홀 최소타 타이 기록을 세우며 통산 11번째 우승이자 자신의 첫 메이저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이정민은 28일 경기도 양주 레이크우드 컨트리클럽(파72·6554야드)에서 열린 크리스에프앤씨 제46회 KLPGA 챔피언십(총상금 13억원) 4라운드를 2위 방신실(20)에게 1타 앞선 단독 선두로 출발했다. 2~4번홀과 6~8번홀에서 3연속 버디를 두 차례 잡아내며 앞서나간 이정민은 10번홀(파4) 보기 후 16번홀(파4) 버디를 추가했다. 6타를 줄여 최종 합계 23언더파 265타를 기록, 2위 전예성(23·19언더파)을 4타 차로 제쳤다.
이정민은 2013년 MBN·김영주골프 여자오픈 김하늘(36), 2020년 제주삼다수 마스터스 유해란(23)과 나란히 역대 KLPGA 투어 최소타 타이 기록을 작성하며 우승했다. 또한 역대 이 대회 최소타 기록을 새로 썼다. 종전 기록은 장수연(30)이 2017년 KLPGA 챔피언십에서 세운 19언더파 269타였다. 우승 상금은 2억3400만원이다.
이정민은 마지막까지 리더보드를 보지 않아 2위와 타수 차를 알지 못한 채 경기했다고 한다. 그는 전날 3라운드에서 10언더파를 몰아치며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홀인원을 포함해 버디만 8개 잡아냈다. 17번홀(파3)에선 홀까지 152야드 남겨두고 친 8번 아이언 티샷이 그린 앞쪽에 떨어진 뒤 그대로 홀로 들어갔다. 그의 투어 통산 3번째 홀인원이었다.
이정민은 지난 7일 두산건설 위브 챔피언십 4라운드 때도 홀인원을 했지만, 최은우(29)가 앞서 먼저 홀인원을 하는 바람에 이정민은 부상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이번에 약 7600만원 상당 메르세데스 벤츠 EQB 차량을 홀인원 부상으로 받게 된 이정민은 “운이 많이 작용했지만 분명한 것은 샷이 점점 좋아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나서 하루 뒤 높은 그린 적중률과 날카로운 퍼트 감각을 앞세워 우승을 거머쥐었다.
이정민은 우승 후 “솔직히 전에는 부담을 느끼고 싶지 않아서 메이저 대회든 일반 대회든 다 같은 대회로 생각한다고 말했지만, 막상 메이저 우승 타이틀을 갖게 되니 너무 좋다”고 했다. “골프라는 게 하루 몰아치면 다음날도 잘 치는 게 쉽지 않아 사실 어제 잠들기 전까지도 그 부분을 걱정했다”며 “동료 선수가 ‘벌써부터 생각이 많아 보인다. 그냥 하던 대로 하라’고 조언을 해줬는데 그때 뭔가에 맞은 것처럼 정신을 차렸다”고 했다. “골프에 관한 것은 항상 진지하고 신중하게 생각한다”며 “어릴 때는 그냥 ‘왜 안 되지?’ 했지만 지금은 차분하게 생각을 더 많이 한다”고 했다.
이정민은 지난 동계 훈련 때 후배 선수 백규정(29)에게 퍼팅 관련 조언을 들은 것이 도움이 됐다고 했다. “항상 고민을 많이 하고 고치는 방법을 연구하고 연습하는데도 계속 실수하는 패턴이 있었는데, 안 좋은 습관을 백규정 선수가 정확하게 짚어줬다”며 “이번 대회도 2라운드 때 퍼트가 가장 안 풀려서 그린에서 캐디와 퍼트 연습만 했다”고 말했다. “내 목표는 남을 이기는 것이 아니고, 단 한 번도 그런 목표를 세워본 적이 없다”며 “내가 하고자 하는 퍼포먼스를 하는 것이 항상 목표이고 더 성장했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고 했다. “오늘도 우승을 하긴 했지만 아쉬운 부분이 분명히 있다. 스스로 완벽함을 추구하는 것 같다”며 “내가 원하는 샷을 구사할 수 없을 때가 올 텐데 그때 아마 (선수 생활을) 정리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러지 않도록 스스로 관리를 잘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준우승으로 마친 전예성은 이날 4라운드에서 12언더파 60타를 쳐 2017년 OK저축은행 박세리 인비테이셔널 이정은(28)과 나란히 KLPGA 투어 18홀 최소타 타이기록을 세웠다. 역대 KLPGA 투어 메이저 대회로는 18홀 최소타 신기록이다. 종전 기록은 2011년 KLPGA 챔피언십 최혜정(40)과 전날 이번 대회 3라운드에서 이정민이 세운 10언더파 62타였다.
전예성은 이날 버디만 12개를 잡았는데 이는 KLPGA 투어 사상 18홀 최다 버디 기록이다. 종전 기록은 11개였다. 전예성은 “최근 특별히 달리 한 것은 없고 마인드를 바꾸려 했다”며 “어제보다 나은 내가 되자는 생각으로 매일 임하고 있다”고 했다. 각종 기록을 세우고도 우승을 달성하지 못했지만 “이렇게 스코어를 줄이고 순위를 끌어올린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며 “자신감이 더 붙었고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방신실과 박지영(28), 김민별(20)이 공동 3위(16언더파), 윤이나(21)가 9위(12언더파), 박민지(26)는 공동 14위(10언더파)였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웅산 테러’ 마지막 생존자, 최재욱 전 환경부 장관 별세
- 법원 “택시조합 기사 실업급여 반환 처분은 과해”
- "엔저 효과" 올해 韓-日 항공편 이용객 역대 최다 기록
- “경매장 생선 회뜨기 금지 안된다“…공정위, 노량진시장 상우회에 경고
- ‘수렴청정’ 박단, 의협 비대위 합류하나... 15명 중 3명 전공의 채우기로
- 美 전기차·배터리 업계, 트럼프 전기차 보조금 폐지에 반대 성명...“미국 일자리 성장 해칠 것
- 음주운전 사고 후 도주, 운전자 바꿔치기까지 시도한 40대… ‘징역형 집유’
- 유리창 청소하다 추락사한 일용직…법원 “유족급여 대상 근로자”
- 학교 인근 보드 카페, 알고보니 키스방
- 北에 떨어진 초코파이…김여정 “똥개도 안 물어갈 더러운 오물짝” 격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