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꽃 핀 미술관, 나비처럼 몰려드는 청춘들
국현은 관람객 중 65% 차지
입장료 저렴하고 시간제약 없어
데이트 장소로도 인기 끌어
아모레·롯데·대림미술관에선
젊은층 열광한 거리예술 펼쳐
봄꽃이 만발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의 야외 정원에 청춘들이 북적였다. 조경가 정영선이 개인전과 연계해 다시 정원을 가꾼 종친부 앞 잔디밭에는 돗자리를 깔고 소풍을 온 20대가 여럿 눈에 들어왔다.
대학생 박지민 씨(22)는 "이곳은 여러 전시가 동시에 열려 특별한 목적 없이 찾아도 늘 마음에 드는 전시를 만난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데이트를 나온 최한솔 씨(20)는 "영화 티켓도 2만~3만원이라 부담스러운데 미술관 데이트는 무료라 부담 없이 올 수 있는 데다 요즘은 미술관 주변에 맛집도 많다"고 말했다.
미술관이 MZ세대의 성지가 되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서울시립미술관 등 서울 주요 국공립미술관은 물론 사립미술관도 작년 20·30대 관람객 방문 비율이 큰 폭으로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국립현대미술관은 2019년까지도 전체 방문객 중 20대(29%)와 30대(18%)가 47% 수준이었는데, 2023년에는 20대(41%)와 30대(24%)로 총 65% 수준으로 대폭 늘었다. 특히 20대의 증가세가 가파르다. 서울관의 경우 이들 비중이 특히 높은데 '게임사회' 전시는 20대가 60%, 30대가 22%로 도합 82%를 차지했고, 정연두 개인전은 74%를 차지했다. 관람객의 세대교체에 성공하면서 국립현대미술관은 작년 방문객 수 320만명을 돌파했다. 매년 발표되는 세계 100대 미술관 순위에서 10위권에 해당하는 숫자다.
미술관이 2030세대로 가득해진 건 '가성비'를 중시하는 예술 소비 트렌드 영향도 크다. 실제로 최근 블록버스터 전시 티켓값은 1만5000원 안팎이고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의 통합 입장권은 5000원, 학생 입장료는 무료다. 상영시간이 있는 영화나 공연과 달리 느긋하게 전시를 관람해도 되는 미술관은 시간 제약도 없다. 게다가 국립현대미술관이 자리 잡은 삼청동과 안국동 일대와 서울시립미술관이 있는 정동 일대는 런던베이글뮤지엄을 비롯해 '줄 서는 맛집'이 즐비한 데이트 명소가 된 지 오래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20·30대의 미술관 관람 문화가 바뀌는 걸 체감하고 있다. 이들은 사진 찍기 좋아하고 지적인 체험을 하길 원하는데 대학생 입장료가 무료인 점도 부담을 덜어주는 것 같다. BTS RM 등 연예인의 미술관 방문이 늘고 젊은 컬렉터의 등장도 영향력을 미치는 것 같다"고 말했다.
MZ세대가 열광하면서 대형 전시의 흥행도 이어지고 있다. 작년 연타석 홈런을 날린 리움미술관의 경우 마우리치오 카텔란 개인전, 조선의 백자 군자지향전 등 기획전시를 약 48만명이 찾았다. 이 중 약 50%가 2030세대였다. 고미술 전시로 정평 난 리움미술관도 젊어지고 있는 셈이다.
작년 최고 흥행 전시였던 서울시립미술관의 에드워드 호퍼 개인전 '길위에서'는 4월부터 8월까지 약 4개월 동안 무려 33만명을 동원했다. 관람객 중 20대는 21.5%, 30대는 30.8%로 이들 비중이 52.3%를 차지했다.
'아트 마케팅'에 힘쓰고 있는 대기업 사립미술관은 MZ세대를 향한 구애에 더욱 적극적이다. 명품 및 스포츠 브랜드와의 협업으로 스타가 된 스트리트 아티스트들이 속속 미술관으로 들어오고 있다.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은 올해 첫 전시로 나이키·몽클레어·베어브릭 등 유명 브랜드가 앞다퉈 찾는 스티븐 해링턴의 개인전을 선택했다. 롯데뮤지엄도 올해 첫 전시로 나이키·페이스북과의 협업으로 유명해진 윤협의 전시를 열고 있다. 두 미술관의 방문객은 절대 다수가 2030세대다.
원조 MZ 성지인 대림미술관은 미스치프(MSCHF)의 전시를 작년 11월부터 열고 있다. 나이키 에어맥스 97을 커스텀해 제작한 예수 신발, 사탄 신발을 비롯해 패션 아이콘이 된 빅 레드 부츠 등 100여 점을 선보인 이 전시는 '인증샷 맛집'이 되면서 주말마다 긴 줄이 늘어서고 있다. 이 전시에는 20대가 40%, 30대가 35%를 차지할 만큼 MZ 관람 비중이 절대적이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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