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의 여왕' 모슬희 계략, 현실서도 가능할까 [더 머니이스트-김상훈의 상속비밀노트]

2024. 4. 28.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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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머니이스트
모슬희, 홍회장 대리권 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을까?
드라마 '눈물의 여왕' 스틸컷. 극중 모슬희가 홍회장을 돌보면서 후견인 역할을 했다. / 사진제공=tvN


#. 80대인 Q그룹 회장 H에게는 아들 A, B와 딸 C가 있습니다. H회장은 아내와는 일찍이 사별하였는데, 20년 전부터 가정부로 일하던 M과 동거하며 친밀한 관계를 맺게 되었습니다. M은 H회장을 회유하여 나중에 혹시라도 H회장이 질병, 장애, 노령 등으로 사무처리능력에 문제가 생길 경우 H회장의 모든 재산상 권리를 대신 행사하고 H회장의 신상까지 관리할 수 있는 포괄적인 대리권을 위임받았습니다.

그런데 그 후 정말로 H회장이 불의의 사고를 당했습니다. 거동도 못하고 말도 못하는 상태가 됐습니다. 이로 인해 인지능력도 크게 떨어져서 결국 M이 H회장의 모든 권한을 대신 행사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러자 M이 자신이 Q그룹을 장악할 목적으로 H회장을 가족들로부터 격리시켜서 만나지도 못하게 하고 Q그룹의 경영을 좌지우지하려고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H회장의 아들 A, B와 딸 C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 사례는 인기리에 종영하는 tvN드라마 <눈물의 여왕>에 나오는 퀸즈그룹 이야기를 각색한 내용입니다. 내용은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현실에서 아주 없는 사례는 아닙니다. 드라마를 빗대 현실에서 가족들이 법적으로 대응이 가능한지 알아보겠습니다.

여기서 동거녀 M이 H회장과 체결한 대리권위임계약이 바로 후견계약입니다. 후견계약은 질병, 노령 그 밖의 사유로 인한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부족하게 될 상황에 대비해 자신의 재산관리 및 신상보호에 관한 사무를 타인에게 위탁하고, 그 위탁사무에 관한 대리권을 수여하는 계약입니다(민법 제959조의14). 이를 임의후견이라고도 부릅니다. 법원이 후견인을 선임하는 법정후견에 대응하는 개념입니다.

'눈물의 여왕' 스틸컷. /사진제공=tvN


이러한 후견계약은 반드시 공증을 해야만 성립하고, 가정법원이 임의후견감독인을 선임한 때부터 효력이 발생합니다. 후견계약에 의해 후견인이 된 사람에 대해서는 본인(피후견인)을 위해 감독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때문에 법정후견과 달리 반드시 후견감독인을 선임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임의후견의 절차를 나열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①공정증서에 의한 후견계약의 체결→②후견계약의 등기(후견계약에서 정한 임의후견인의 권한범위를 후견등기부에 기록)→③본인의 사무처리능력 부족상태 발생→④친족 등 이해관계인이 가정법원에 임의후견감독인 선임청구→⑤가정법원의 임의후견감독인 선임→⑥임의후견 개시. 이러한 순서입니다. 

그렇다면 누가 임의후견감독인이 될 수 있을까요? 후견감독인은 후견인을 감독하는 지위에 있는 자입니다. 후견인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사람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임의후견인의 가족(배우자, 직계혈족, 형제자매 등)은 임의후견감독인이 될 수 없습니다(제940조의5). 보통 가정법원에서는 변호사나 후견센터(후견법인)를 임의후견감독인으로 선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번 경우에서 H회장의 자녀들인 A, B와 C로서는 크게 두 가지 방법을 강구해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 방법은 임의후견인을 해임하는 것입니다. 후견계약도 위임계약이므로 임의후견인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써 수임사무를 처리해야 합니다. 따라서 후견계약을 이행할 때에는 본인(피후견인)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해야 합니다.

그런데 사례에서와 같이 임의후견인 M은 자신의 사익을 위해서 대리권을 남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M이 임무에 적합하지 않은 자임을 가정법원에 어필해서 임의후견인에 대한 해임을 청구하는 것입니다(제959조의17). 임의후견인이 해임되면 임의후견은 종료하게 됩니다.

사진 제공: tvN


두 번째 방법은 임의후견감독인에게 후견인 M에 대한 철저한 감독을 촉구하는 것입니다. 임의후견감독인은 임의후견인의 사무를 감독하며 이를 가정법원에 정기적으로 보고해야 합니다(제959조의16). 감독을 위해 언제든지 임의후견인에게 그의 임무수행에 관한 보고와 재산목록의 제출을 요구할 수 있고, 본인(피후견인)의 신상이나 재산에 대해 급박한 사정이 있는 경우 그의 보호를 위해 필요한 행위를 할 수 있습니다.

만약 임의후견감독인이 B와 C의 요구에 불응하여 제대로 감독을 하지 않는 경우에는 가정법원에 임의후견감독인의 변경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가정법원은 피후견인의 복리를 위해 후견감독인을 변경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후견감독인을 변경할 수 있습니다(제940조, 제940조의7, 제959조의16).

이상과 같은 법적 대응책들이 있기 때문에 동거녀 M이 후견계약을 통해 H회장으로부터 포괄적 대리권을 위임받았다는 이유만으로 M이 Q그룹의 경영을 마음대로 하고 H회장을 가족들로부터 격리시키는 일들은 실제로 행해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드라마 <눈물의 여왕>에서는 극적인 전개를 위해 퀸즈그룹 사람들이 용두리로 피신하는 상황이 필요했겠지요. 그래야 주인공인 
백현우(김수현 분)와 홍해인(김지원 분)의 애틋한 러브스토리와 가족들의 에피소드들이 추가됐을테니까요. 

다만 현실에서 이러한 일이 발생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유언대용신탁을 활용하는 것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미리 중요 재산에 대해 유언대용신탁을 해둘 경우 나중에 사무처리능력에 문제가 생겨서 후견인이 선임되더라도 재산관리만큼은 수탁자인 신탁회사가 신탁계약에 정해진대로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김상훈 법무법인 트리니티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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