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의협 회장 2차 압수수색영장 들여다보니…경찰 “전공의 법률지원” 집중 수사

강은 기자 2024. 4. 28.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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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 당선인이 28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대한의사협회 제76차 정기대의원 총회에서 의사윤리강령 선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이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 당선인을 수사하면서 집단 사직한 전공의에게 법률지원을 한 부분에 대한 혐의 입증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공의에 대한 법률지원은 앞서 보건복지부가 임 당선인을 고발할 때 주요하게 든 혐의 중 하나다. 임 당선인 측은 전공의에게 법률지원을 제공한 사실만으로는 범죄 행위가 될 수 없을뿐더러 경찰이 관련 내용을 압수수색할 경우 피의자 방어권이 침해될 수 있다며 반발했다.

28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지난 26일 임 당선인에 대한 2차 압수수색을 하면서 임 당선인이 전공의들에게 법률지원을 연결한 구체적 정황을 확보하겠다고 압수수색 영장에 적시했다. 구체적으로 경찰은 압수 자료 목록에 “피의자(임 당선인)가 결성한 ‘미래를 생각하는 의사 모임(미생모)’과 ‘아미쿠스 메디쿠스’를 통해 전공의에 대한 법률지원을 하게 된 경위 및 진행 과정 등의 내용이 포함된 자료”를 포함했다. 전공의 법률지원 관련 내용은 지난달 1일 있었던 1차 압수수색 당시에는 영장에 없던 내용이다.

아미쿠스 메디쿠스는 의대 증원에 반발해 집단으로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들을 지원할 목적으로 지난 2월 임 당선인이 주도해 꾸린 법률지원단이다. 경찰은 임 당선인이 전공의의 변호사 선임 등을 돕는 방식으로 단체행동을 부추겼다고 보고(의료법 위반 교사·방조) 이를 집중 수사하고 있다.

임 당선인 측은 전공의에 대한 법률지원을 범죄 행위로 보는 경찰의 접근법 자체가 ‘무리한 수사’라고 주장한다. 임 당선인 측 변호인인 이재희 법무법인 명재 변호사(전 의협 법제이사)는 “이미 법적 문제에 직면한 전공의에게 변호사 조력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게 어떻게 의료법 위반 교사·방조가 되느냐”라며 “이는 정당한 변호사 선임 권한을 가로막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임 당선인 변호인인 제가 곧 아미쿠스 메디쿠스의 설립자이기도 해서 관련 자료를 확보한다는 건 사실상 의뢰인과 변호인 간 대화 내용을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경찰은 지난 26일 “첫 압수수색 때 확보한 휴대전화는 임 당선인이 과거에 사용했던 것이라 재차 압수수색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임 당선인 측은 “지난달 1일 경찰은 이번에 압수한 기기를 포함해 휴대전화 총 3대를 확보했으며 9시간 넘는 포렌식에서 아무것도 찾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임 당선인 측은 경찰의 추가 압수수색이 위법하게 이뤄졌다며 법원에 준항고를 제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준항고는 피의자가 압수수색 등 수사기관 처분에 불복해 법원에 취소를 요구하는 절차이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 측이 과도하게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임 당선인 측이 준항고를 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선 “필요한 자료는 이미 충분히 확보했기 때문에 수사에 큰 지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임 당선인의 전공의 법률지원 관련 혐의에 대해서는 “수사 중인 사안이라 자세히 언급할 수 없다”면서 “경찰이 왜 자신 있게 수사했는지는 향후 수사 결과로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 달 1일부터 공식 임기를 시작하는 임 당선인은 이날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서울에서 열린 의협 제76차 정기 대의원총회에 참석해 정부가 의대 증원 계획을 백지화하지 않는 한 어떠한 협상에도 나서지 않겠다고 밝혔다.


☞ 경찰의 의사협회 압수수색 한 달…“정권 따라가다 수사 꼬였다” 비판 나와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403311718001


☞ 임현택 의협 차기 회장 “의대 증원 백지화 안 하면 의료계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을 것”
     https://www.khan.co.kr/national/health-welfare/article/202404281143001

강은 기자 e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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