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한 커플’부터 ‘젊은 엄빠’까지...서울하프마라톤 가득 메운 2030 러닝크루들

배준용 기자 2024. 4. 28.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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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하프마라톤은 도전이자 축제”...참가신청자 64~68%가 ‘2030′

“저희한테 서울하프마라톤은 도전이자 축제죠! 자, 화이팅!”

2024 서울하프마라톤의 출발지 광화문 광장에는 출발 1시간 전부터 젊은 러닝크루들이 삼삼오오 모여 함께 몸을 풀며 연신 ‘화이팅’을 외쳤다. 경기도 광명에서 5년째 ‘목감천 러닝크루’를 운영하는 직장인 오유미(36)씨도 이날 멤버 11명과 함께 하프 부문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오씨는 “같이 참가한 멤버 절반 정도는 저처럼 자녀가 있는 젊은 엄마아빠”라며 “하프에 처음 도전하는 멤버들을 도와 꼭 완주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2024 서울하프마라톤에 참가한 '목감천 러닝크루' 멤버들이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출발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고운호 기자

달리기와는 한참 거리가 멀던 오씨가 집 근처 목감천변을 달리기 시작한 건 지난 2019년. 출산과 육아에 허덕이다보니 50kg대였던 체중이 80kg까지 불었고, 체력이 떨어져 아이와 놀아주는 것만으로도 하루하루가 벅찼다.

‘이래선 안되겠다’며 무작정 달리기 시작했는데, 달리는 기쁨을 느끼자 곧 나누고 싶어졌다. 친한 친구부터 동네 주민까지 같이 뛰는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면서 동네 달리기 모임이 러닝크루까지 발전했다. 오씨는 “함께 달리니 더 멀리 달릴 수 있게 됐다”고 했다.

52kg 체중에 마르고 탄탄한 체형으로 광화문 광장에 나타난 오씨는 “체중 얘기 기사에 쓰셔도 된다. 달리기로 이룬 성취이자 자부심”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오씨는 이어 “요즘은 아이가 ‘엄마 너무 힘들어서 더 못놀겠다’고 할 정도로 체력에 자신있다”며 “하프 완주를 위해 멤버들과 일주일에 세 번씩 달리며 맹훈련을 했다”고 말했다.

2024 서울하프마라톤 하프 부문에 참가한 김포구래신도시 청년들의 러닝크루 '김포 TR 러닝크루' 멤버들이 출발 전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고운호 기자

2024 서울하프마라톤은 ‘힙한’ 청년부터 어린 자녀를 둔 젊은 엄마아빠까지 2030세대가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올해 하프 부문 2030 참가 신청자는 총 5480명으로 전체 하프 신청자(8532명)의 64%를 차지했다. 10km 부문도 2030 참가 신청자가 7814명으로, 10km 전체 참가신청자 1만1472명의 68%를 차지했다. 김포구래신도시 청년들이 모인 ‘김포 TR 크루’ 모임장 장현석(29)씨는 “원래 생각이 많은 성격이었는데, 크루들과 함께 달리면서 생각이 줄고 마음이 편안해졌다”며 “오늘 하프에 처음 도전하는 멤버들을 위해 운영진들이 앞장서서 달릴 예정”이라고 했다.

2024 서울하프마라톤에 참가한 '보라매트랙러닝크루(@btrc_official #달리기로하나되는 우리)'가 출발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고운호 기자

러닝크루에서 함께 달리며 연인으로 발전한 커플 참가자들도 곳곳에 보였다. ‘보라매 트랙 러닝크루(BTRC)’ 멤버 김명성(33)씨도 같은 크루 멤버이자 여자친구인 강지호(29)씨와 함께 이날 10km를 완주했다. 김씨는 “러닝을 시작한지 얼마 안 된 여자친구의 완주를 위해 쭉 같이 훈련했고, 오늘도 제가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하면서 달렸다”며 “여자친구가 중간에 힘든 고비도 있었지만 함께 이겨내며 1시간 이내로 완주했다”며 환하게 웃었다.

2024 서울하프마라톤에 참가한 서울숲러닝크루(SFRC·@sfrc_runners_)' 멤버들이 출발 전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고운호 기자

코스 곳곳에선 버스킹 공연이 펼쳐지며 축제 분위기가 더 물씬했다. 크루 멤버끼리 휴대폰으로 서로 달리는 모습을 촬영하거나 셀카로 기념 촬영을 하며 축제처럼 서울하프마라톤을 만끽하는 모습도 쉽게 보였다. 미처 대회에 참가하지 못한 젊은 크루멤버들은 코스 곳곳에서 크루 깃발을 흔들며 지나가는 멤버들과 참가자들을 향해 “화이팅” “힘내세요”를 외치며 열띈 응원전을 펼쳤다.

달리는 중 고비마다 서로를 격려하며 완주에 성공한 2030 러닝크루들은 “크루와 함께 한 덕분에 힘은 덜 들고 성취감은 2배가 된다”라고 입을 모았다. 결승점에서도 크루들은 완주기념 메달을 목에 걸고 제각각 모여 ‘화이팅’을 외치며 환하게 웃었다. 서울숲러닝크루(SFRC)의 멤버로 생애 첫 하프 부문에 도전해 1시간 57분만에 완주한 나선아(28)씨는 “힘든 고비마다 크루 멤버들끼리 서로 격려하고, 코스 곳곳에서 응원 공연과 노랫소리가 들려 좀 더 힘을 낼 수 있었다”며 “이번 대회를 준비하며 목표했던 시간보다 10분 이상 기록을 단축했다”며 기뻐했다. 나씨는 “달리기의 매력에 푹 빠졌다. 크루원들과 계속 훈련해 실력을 쌓아 세계 6대 마라톤을 완주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완주한 크루들은 함께 기뻐하며 도착지 인근에서 소소한 뒷풀이를 하며 축제 분위기를 이어가기도 했다. 김포 TR 크루 장현석씨는 “작년 대회보다 진행도 수월했고 서울 도심을 달리는 즐거움을 만끽했다”며 “완주에 성공한 멤버들이 기뻐하고 뿌듯해 해서 너무 기분 좋은 하루”라고 말했다. 역시 하프 부문에 처음 도전한 멤버들을 이끌며 2시간 23분에 완주한 오유미씨는 “서로 응원하고 고비를 이겨내며 다시 힘을 내 달리는 멤버들을 보며 살짝 뭉클한 마음이 들었다”며 “달리면서 짜릿한 쾌감을 느꼈고, 부상 없이 완주에 성공해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거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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