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점상도 QR결제"…K-핀테크, 베트남 꽉 잡아라[우보세]

김성휘 기자 2024. 4. 28.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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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몇 년 새 QR코드, 모바일 결제 등 핀테크가 급속 확산했다.

토스와 배민(배달의민족)이 최근 베트남 사업을 접은 것이 상징적이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베트남 중앙은행은 한국의 금융 당국과 한국은행에 나눠진 권한을 모두 갖고있다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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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베트남 하노이의 한 열쇠수리 좌판에 결제를 위한 QR코드(붉은 원)가 붙어있다./사진=김성휘
지난 23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 한인들이 밀집한 랜드마크72(옛 경남빌딩) 인근 재래시장에 작은 가게들이 오밀조밀했다. 길거리 음식 좌판도 열쇠수리점도 결제를 위한 QR코드를 내걸었다. 우리나라 붕어빵 노점에 계좌번호를 써붙인 것이 떠올랐다. 같은 날 하노이 시내에서 차량호출서비스 '그랩'을 이용했다. 모카(moca)라는 모바일 결제 서비스를 통해 비용이 빠져나갔다.

베트남은 현금을 상자째 들고가서 자동차를 산다고 할 정도로 금융 발전이 더뎠다. 그런데 몇 년 새 QR코드, 모바일 결제 등 핀테크가 급속 확산했다. 베트남 정부가 '현금없는 사회' 정책을 펴면서다. 유통매장에 신용카드 결제가 가능하게 인프라를 깔고 전기·수도 등 각종 요금의 비현금 납부도 촉진하고 있다. 기술력이 좋은 우리나라 핀테크 스타트업들에게 큰 기회가 열린 셈이다.

베트남 '그랩'의 요금내역. 모카(Moca)라는 페이서비스가 사용됐다./사진=그랩 화면캡처

하지만 현지에서 만난 국내 창업지원기관과 핀테크 스타트업 대표들은 한결같이 "무조건 성공을 보장할 수는 없다"고 조언했다. 우선 베트남 일반 소비자들을 공략해야 하는 B2C 사업은 기업과 거래하는 B2B보다 까다롭다. 우리와 다른 소비수준과 고유의 문화, 관행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베트남에 적극 진출했다가 철수한 B2C 비즈니스가 여럿 된다. 토스와 배민(배달의민족)이 최근 베트남 사업을 접은 것이 상징적이다.

베트남 정부와 중앙은행(SBV)의 권한이 강력하다는 정책 변수도 있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베트남 중앙은행은 한국의 금융 당국과 한국은행에 나눠진 권한을 모두 갖고있다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이 같은 특성을 면밀히 검토하지 않은 채 한국의 성공모델을 그대로 가져가면 안착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건 금물이다.

데이터 흐름에 국경장벽을 높이려는 세계적 흐름도 리스크다. 세계는 미·중 갈등과 같은 지정학 리스크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을 동시다발 겪고있다. '미래의 원유'라는 데이터(정보)를 함부로 다뤘다간 국가안보가 위험할 수 있단 목소리가 커진다. 이른바 데이터 주권에 대한 경각심이다. 데이터를 다루는 해외 플랫폼 기업에 대해 각국 정부차원의 견제가 고조되고 있다.

핀테크 역시 데이터를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신산업이다. 베트남이 주변국들의 데이터 주권 강화 추세에 올라타며 외국계 핀테크 기업에 새로운 규제 허들을 칠 경우 K-스타트업에게도 상당한 파장이 올 수 있다. 우리 정부 고위당국자는 "베트남 시장을 만만하게 봐서는 안될 것"이라고 당부했다.

그렇다고 좌절은 금물이다. K-스타트업에게 글로벌 진출은 반드시 가야할 길이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 중소벤처기업부 등 관계부처의 지원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 우리금융지주는 스타트업 육성프로그램 '디노랩'의 베트남센터를 하노이에 열고 양국의 스타트업을 발굴, 지원하고 있다. 이를 마중물 삼아 한국 스타트업들이 더 철저한 준비로 베트남 성공 스토리를 써 나가길 기대한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김성휘 기자 sunnyk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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