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제2시립미술관 건립…'과학 도시' 강조한 콘텐츠 먼저"

지역 특성 고려한 미술관 정체성 확립 선행
대전시 '선 디자인 후 사업계획' 우려도
"실무자 의견 적극 반영해 콘텐츠 맞춤 건축해야"

26일 옛 충남도청사 소통협력공간에서 대전 제2시립미술관 건립 방향 모색을 위한 전문가 포럼이 열렸다. 유혜인 기자

대전 제2시립미술관 건립이 성공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선 지역 특성을 강조한 콘텐츠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특히 실무자 의견을 적극 반영한 콘텐츠 맞춤 건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컸다.

대전시가 주최하고, 대전세종연구원·M.A건축사가 공동 주관한 대전 제2시립미술관 건립 방향 모색을 위한 전문가 포럼이 26일 대전 옛 충남도청사 소통협력공간에서 열렸다. 제2시립미술관의 성공적 건립을 위한 의견이 오갔다.

포럼에는 이보경 포항시립미술관 학예연구팀장, 김경진 부산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 김준기 광주시립미술관 관장 등 미술관 설립 유치 경험이 있는 전문가들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이들은 제2시립미술관의 성공적 건립을 위한 방향성을 제시하고, 미술관 운영 및 미래 예술 정책에 대해 논의했다.

이 팀장은 포항시립미술관 제2관을 사례로 들며 "(포항은) 1관이 전형적 역할의 미술관이라면 2관은 '철'이라는 지역 특성을 가진 동시에 시민, 작품, 작가 등 모든 매개가 소통할 수 있는 이례적 역할을 하는 미술관"이라며 "이 도시에 미술관이 더 필요한지를 어필할 수 있는 충분한 정체성과 앞으로 어떻게 예술을 선보일 것인지를 보여주는 명확한 지향점이 필요하다"고 했다.

대전시가 추진 중인 '선 디자인 후 사업계획'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현재 제2시립미술관 대상지가 자연녹지지역, 근린공원, 하천중점경관관리구역인 중촌시민공원 일원으로, 공원 및 미술관 관리 주체에 따라 혼선이 빚어질 수 있어서다. 또 미술관 성격 부여 전 건축을 할 경우 콘텐츠와 건축물 사이 이질감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

김 관장은 "(대전시립미술관) 로비 중앙에 전시된 백남준 작가의 '거북이' 작품이 2개의 큰 기둥에 가려졌는데, 이런 문제는 시 건축본부와 사업소인 미술관이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라며 "2관 위치가 공원이라는 점과 과학 기술을 접목한 예술을 전시한다는 점 등 이전과는 전혀 다른 공간 구조가 필요하기 때문에 학예사 등 전문 인력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는 조직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실장도 "1관의 문제점을 보완하는 동시에 1관과 차별화된 미술관을 만들려면 2관이 '무슨 기능을 하는 어떤 미술관'인지 먼저 정해야 한다"면서 "과학 도시라는 지역 장점으로 어떻게 시각예술의 다양한 수요를 대응할 건지, 구체적인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대전 제2 시립미술관은 대전 신·구 도심 간 문화 격차 해소를 위한 제2문화예술복합단지 조성 사업의 일환으로, 과학기술 기반 복합문화공간이다. 규모는 연면적 1만 6852㎡(지하 1층, 지상 2층)으로, 1202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