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성덕’ 할배의 성공비결?…아침 8시~10시엔 나만의 루틴 있다는데 [푸디人]

안병준 기자(anbuju@mk.co.kr) 2024. 4. 28.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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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디인-26] 스카치 위스키 최고의 사업가 ‘빌리 워커’ (feat. 글렌알라키)

빌리 워커(Billy Walker)! 그 이름만으로도 위스키 애호가의 마음을 설레게 합니다.

스카치 위스키 업계의 전설 중 한명으로 단순히 위스키만 잘 만든 게 아니라 천재적인 사업가 역량을 발휘해 수천억 원에 달하는 수익을 챙겨 더욱 주목받는 인물이죠.

이번 기사는 지난 22일 열린 ‘빌리워커 인 서울 VIP 마스터 클래스’와 23일 빌리 워커와의 인터뷰를 종합했습니다. 올해로 52년째 위스키 업계에 몸담고 있는 그의 천재적인 재능과 위스키에 대한 무한한 열정을 잠시라도 엿볼 수 있어 영광이었습니다.

혹시 모르시는 분을 위해 아주 짧게 그를 소개하자면,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하고 1972년 하이람워커앤선즈에 입사해 위스키 업계에 입문합니다. 이후 여러 브랜드에서 마스터 블렌더를 맡아 위스키를 만들어오다가 2003년 벤리악을 시작으로 2008년 글렌드로낙, 2013년 글렌글라소를 차례로 인수했죠.

그의 위스키들은 얼마 안되어 전세계적으로 대박을 쳤고 2017년 ‘잭 다니엘’로 유명한 미국의 브라운 포맨에 세 브랜드를 모두 매각해 막대한 차익을 남겼습니다. 이 때 매각금액은 무려 2억 8500만 파운드, 약 4000억원이 넘는 돈이었죠. 당시 그는 은퇴해도 이상하지 않을 70대였지만 남다른 위스키에 대한 열정으로 2017년 글렌알라키를 또다시 인수했고 여전히 노익장을 과시하는 중입니다.

※빌리 워커의 약력 1945년 스코틀랜드 출생 1967년 글래스고대학교 화학전공 1972년 하이람워커앤선즈 입사, 위스키 생산 교육받음 1974~1976년 발렌타인 1976~1983년 인버 하우스의 마스터 블렌더(Master Blender of Inver House) 1983~2003년 번 스튜어트의 마스터 블렌더(Master Blender/Operations Director of Burn Stewart 2004~2016년 벤리악의 마스터 디스틸러(Master Distiller of BenRiach) 2017~현재 글렌알라키의 마스터 디스틸러(Master Distiller of GlenAllachie)
친필 사인 받기 위해 새벽부터 백화점 앞에 줄 세운 스카치 위스키 전설 빌리 워커
빌리 워커와의 인터뷰 ; ‘성덕 그 잡채!’
빌리 워커와의 짧지만 황홀했던 약 30여분의 인터뷰. 그와 이야기를 나눈 것 자체가 ‘성덕’ 그 잡채였다!
빌리 워커와의 짧지만 황홀했던 약 30여분 남짓 인터뷰는 ‘성덕’ 그 잡채였습니다! 특히 내년이면 여든이라는 그에게서 인터뷰 내내 누구보다 강렬한 위스키 열정을 느낄 수 있었네요. 아래는 빌리 워커와의 일문일답입니다.

-전세계적으로 술을 적게 먹는 추세인데, 위스키 시장은 성장하고 있는지?

▶ 전반적으로 사람들이 술을 적게 마시지만 더 좋은 술을 마시려고 한다. 다만 정치·경제적인 문제, 특히 높은 금리로 한동안은 사람들이 위스키 사는데 많은 돈을 쓰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이 또한 지나갈 것으로 생각하고 위스키 시장은 성장할 것이다.

- 한국 위스키 시장은 어떻게 생각하나?

▶ 아시아 전체가 중요하지만 한국이 ‘넘버원’ 시장이다. 대만도 중요하다. 아시아를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다이내믹한 경제상황, 성장성을 보면 세계 어느 곳보다 아시아가 중요하다.

- 글렌알라키의 전세계 판매량과 위치는?

▶ 연간 약 120만병을 판매한다. 대형 싱글몰트 위스키 업체들은 물량 위주인 반면, 글렌알라키는 소규모이기 때문에 물량을 시장에 풀어넣는 것보다 위스키 애호가들에게 글렌알라키만의 특별함을 선사하려 한다.

- 올해 ‘페이스 리프트’를 하게된 이유는? (글렌알라키는 빌리 워커가 인수한 이후 처음으로 로고와 라벨 디자인을 재단장했다)

▶ 증류소를 처음 매입하고 7년간 시장에 글렌알라키를 선보이면서 반응도 좋았지만 시간이 지나면 트렌드가 변하기 때문에 새로운 얼굴을 찾게 된다. 지금의 시점이 적절한 타이밍이라고 생각했다. 로고와 라벨이 바뀌었다고 해서 위스키가 그 자체가 변한 건 없다(참고로 새 라벨 윗부분 테두리는 글렌알라키의 증류소 지붕 모양을 형상화했다).

글렌알라키 영문 위에 두꺼운 테두리는 글렌알라키의 증류소 지붕 모양을 형상화 했다. 안병준 기자
- 증류소에서의 하루 일과는?

▶ 마스터 디스틸러로서 증류소 가까이 있다. 하루에 약 500개 캐스크 샘플을 테이스팅한다. 어떻게 숙성되고 있는지, 얼마나 더 숙성되어야 완성도가 높아질지를 살펴본다. 캐스크의 특성이 증류 원액에 잘 묻어나는지 중점적으로 매일 보고 있다.

- 500개 캐스크 샘플 테이스팅이 힘들지 않는지?

▶ 쉽지는 않지만 내가 직접 하나하나 시음해야 한다. 테이스팅을 통해 캐스크에서 얼마나 숙성할지, 또한 추가적으로 다른 캐스크에 숙성할지 결정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캐스크 혁신을 위해 새로운 오크통도 다루고 있다. 일일이 맛보는 것이 내 본업이라고 생각한다.

- 본인만의 테이스팅 루틴이 있는지?

▶ 나이가 들수록 감각이 둔해지는 것은 누구나 겪는다. 나만의 최적의 프로토콜이 있다. 가장 좋은 시간은 오전 8시~10시 사이이다. 이른 오전에는 향과 맛이 강한 음식을 먹지 않은 상황이라 감각이 살아있다. 혀와 코, 이걸 인지하는 뇌가 많이 열려 있도록 한다.

- 글렌알라키 제품 중 가장 좋아하는 제품은?

▶ 모든 제품을 좋아하지만 15년을 가장 선호한다. 전체적인 풍미와 밸런스, 가격까지 고려해 가장 좋다. 많이 마셔서 위험한 제품이다.

- 글렌알라키 외에 즐겨 마시는 술은?

▶ 화이트 등 와인을 즐겨 마신다.

- 글렌알라키를 이끌 후계자가 있는지?

▶ 앞으로 최대 과제이다. 아들이 하면 좋겠지만 글렌알라키에 관심이 없고 본인만의 증류소를 갖고 있다(빌리 워커의 아들 아리스타 워커는 ‘알리스테어 워커 위스키 컴퍼니’를 세우고 ‘인프리퀀트 플라이어스’라는 위스키를 선보이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훌륭한 마스터 블렌더가 있지만 이상적인 것은 글렌알라키 내부에서 나오는 것이다. 우리의 문화와 소비자를 잘 아는 사람이 적합한 사람인 거 같다.

- 언제쯤 은퇴할 것 같은지?

▶ 내 몸이 허락하는 한 계속하고 싶다. 나는 위스키를 사랑하고 이 일을 하는 게 행복하다.

- 증류소 추가 인수 등 앞으로 계획이 있는지?

▶ 지금 당장은 없지만 인수하지 않는다고 말하면 바보 같은 것 같다. 성장을 하지 않으면 도태되기 때문에 무조건 기회가 오면 잡을 것이다.

“누군가 제게 예술을 하고 있는지 과학을 하고 있는지 묻는다면 과학이 뒤따르는 예술을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국내 위스키 애호가를 녹인 빌리 워커!
22일 글렌알라키의 공식 수입사인 메타베브 코리아 주최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빌리워커 인 서울 VIP 마스터 클래스’. 안병준 기자
지난 22일 글렌알라키의 공식 수입사인 메타베브 코리아 주최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빌리워커 인 서울 VIP 마스터 클래스’는 국내 위스키 애호가들로 열기가 뜨거웠습니다. 클래스는 1·2부 두차례로 나뉘어 진행되었는데 성은을 입은 400명만이 빌리 워커의 육성을 직접 들을 수 있었죠. 그의 친필 사인을 받기 위해 더현대서울 앞에는 이른 새벽부터 사람들이 줄을 서는 진귀한 장면도 연출됐다고 하네요.

빌리 워커는 10년만에 한국을 다시 찾았다고 합니다. 2017년 글렌알라키를 인수한 이후 처음으로 로고와 라벨을 리뉴얼한 새 글렌알라키를 한국 소비자들에게 선보이기 위해서라네요.

또한 내년 공식 출시 예정인 ‘글렌알라키 18년 PX 싱글캐스크’와 ‘쉐리우드 컬렉션’ 3종(클렌알라키 9년 피노쉐리 피니시·아몬틸라도 쉐리 피니시·올로로쏘 쉐리 피니시)을 아시아에서 최초로 공개했으며 한국 헌정 위스키 ‘글렌알라키 2007·2011 싱글캐스크’ 2종도 한정 판매하는 등 선물 보따리를 한껏 챙겨왔습니다.

‘빌리워커 인 서울 VIP 마스터 클래스’에서 제공된 시음용 위스키 5종. 안병준 기자
산타클로스 같은 그의 선물 중 단연 돋보였던 것은 시음용 위스키 5종이었습니다.

이날 시음은 ‘글렌알라키 10년 캐스크 스트렝스 배치11 싱글몰트 위스키’, ‘맥네어스 럼릭 12년 블렌디드 몰트위스키’, ‘화이트 헤더 15년 블렌디드 위스키’, ‘글렌알라키 18년 PX 싱글 캐스크 싱글몰트 위스키’, ‘글렌알라키 30년 캐스크 스트렝스 배치 4 싱글몰트 위스키’였습니다.

애초 아시아 최초로 한국에서 공개하는 ‘글렌알라키 18년 PX 싱글 캐스크’를 시음 위스키로 내놓을 예정이었지만 배송사의 실수로 화물이 분실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발생했다고 하네요. 설마 술이 탐나 슬쩍한 건 아니겠죠?

그러나 그 배송사 덕분에 오히려 평생 한번 마셔볼까 싶은 위스키가 대타로 나왔습니다. ‘글렌알라키 30년 캐스크 스트렝스 배치 4 싱글몰트 위스키’가 그 주인공이었죠. 메타베브 코리아의 통 큰 결정에 박수를 보냅니다.

‘글렌알라키 10년 캐스크 스트렝스 배치11’ 설명. 안병준 기자
먼저 ‘글렌알라키 10년 캐스크 스트렝스 배치11 싱글몰트 위스키’는 PX셰리, 올로로쏘 셰리, 아메리칸 버진 오크, 레드와인 캐스크에서 숙성했으며 고소한 셰리, 모카, 건과일의 특징이 잘 어우러지는 위스키입니다.

빌리 워커는 이 제품에 대해 “병입하기 전에 숙성 정도를 확인하고 물이 필요한지 확인하는데 테이스팅 했을 때 물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해 물을 넣지 않았다”면서 “시음할 때 되도록 물을 마시지 말고 풍미를 느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맥네어스 럼릭 12년 블렌디드 몰트위스키’ 설명. 안병준 기자
‘맥네어스 럼릭 12년 블렌디드 몰트위스키’는 글렌알라키 증류소에서 찾을 수 없는 피트감이 강한 제품입니다. 피트감은 흔히 소독약 같다고 해서 호불호가 갈리는 위스키 풍미 중 하나이죠.

빌리 워커는 스코틀랜드만의 피트 위스키를 개발하기 위해 반세기 동안의 경험을 활용했다고 합니다. 피트감이 강한 아일라 싱글몰트 원액을 엄선한 뒤 오랜 기간 숙성한 글렌알라키 싱글몰트 원액과 함께 블렌딩해 버번 캐스크, PX 셰리 캐스크, 레드와인 캐스크, 버진오크 캐스크에 담아 추가 숙성을 거쳤습니다.

개인적으로 피트감 있는 위스키를 좋아한다는 빌리 워커는 “46도로 병입된 럼릭은 강하고 복잡한 맛의 집결체”라면서 “섬세하면서도 달콤한 피트의 풍미와 모카, 스코틀랜드 헤더꿀, 버터스카치 노트를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화이트 헤더 15년 블렌디드 위스키’ 설명. 안병준 기자
‘화이트 헤더 15년 블렌디드 위스키’는 달콤함과 피트, 그 사이에서 최상의 맛과 벨런스를 찾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 결과물이라고 합니다. 몰트와 그레인 최상의 조합으로 만든 원액을 캐스크에 이중 숙성했고, 이 원액을 셰리, 아메리칸 버번 캐스크에 12년간 숙성하고 3년간 PX 셰리 캐스크, 올로로쏘 셰리 캐스크, 아메리칸 버진 오크 캐스크에서 추가 숙성했습니다.

빌리 워커는 “3% 정도의 가벼운 피트감을 느낄 수 있는데 피트감이 더 많으면 다른 향을 침해할까 봐 조금만 느낄 수 있게 섞었다”고 설명했습니다.

피트감이 3% 들어갔다는 표현은 미각이 크게 예민하지 않은 저에게는 아주 생소한 느낌이었네요.

‘글렌알라키 18년 PX 싱글 캐스크 싱글몰트 위스키’ 설명. 안병준 기자
‘글렌알라키 18년 PX 싱글 캐스크 싱글몰트 위스키’는 아직 국내에 출시되지 않은 제품입니다.

빌리 워커는 “이 싱글캐스크를 테이스팅했을 때 물을 타지 않아도 완벽 조화를 느낄 수 있었다”면서 “추후 정식으로 한국으로 수입됐을 때를 기대해달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 제품을 테이스팅하면서 크리스마스케익, 모카, 커피, 건포도, 스파이스, 시나몬, 아몬드 등을 느낀다고 얘기했는데 크리스마스케익은 도대체 뭘 의미하는 것일지 궁금하네요.

‘글렌알라키 30년 캐스크 스트렝스 배치 4 싱글몰트 위스키’ 설명. 안병준 기자
‘글렌알라키 30년 캐스크 스트렝스 배치 4 싱글몰트 위스키’는 9회말 투아웃 주자 만루 상황에서 대타로 나와 홈런을 친 경우였습니다. 3가지의 PX셰리 캐스크와 2가지의 올로로쏘 셰리 캐스크에서 숙성이 되었으며 셰리 위스키의 정점을 표현하려 했다네요. 49.1도라는 높은 도수에도 불구하고 목 넘김이 부드러웠습니다. 다크초콜릿, 건포도버터, 플럼 시럽 슈가코팅 아몬드 향이 난다고 하는데 위스키의 세계는 참으로 오묘하네요

빌리 워커는 “위스키 숙성 과정에서 연간 약 4%의 알코올이 날아가는데 이 과정에서 위스키의 특징을 잃지 않고 캐스크의 풍미를 얻게 된다”면서 “색깔도 중요한 만큼 매우 좋은 셰리 캐스크를 사용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그는 이 제품을 “베리 굿 보이”라고 평한 것이 인상적이었네요.

글렌알라키, 자본의 간섭으로부터 벗어난 위스키
빌리워커와 글렌알라키 제품들
빌리 워커는 글렌알라키의 가장 큰 특징으로 자본의 간섭에서 벗어난 독립적인 위스키라는 점을 VIP 마스터 클래스와 인터뷰에서 일관되게 강조했습니다. 유명 스코틀랜드 증류소가 거대 자본에 의해 인수되는 시점에서 글렌알라키 증류소는 스코틀랜드 출신인 빌리 워커 개인이 소유하고 운영하는 유일한 증류소라고 하네요. 그러다 보니 단기성과에 집착하지 않으면서 독자적인 길을 갈 수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가 글렌알라키를 인수한 배경에는 과거 블렌딩 위스키를 만들기 위해 글렌알라키에서 싱글몰트를 받아쓰면서 그 품질과 방대한 배럴 재고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네요. 글렌알라키는 16개 숙성고에 약 5만개에 이르는 캐스크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빌리 워커는 “증류소의 목표는 일관성이 아닌 완벽함을 추구하는 것이고 위스키를 더 다듬고 보완하여 이전의 위스키를 뛰어넘으려 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이같은 그의 제품에 대한 고집은 기존 생산방식을 크게 흔든 것에서부터 알 수 있습니다. 그는 글렌알라키를 인수하자마자 품질 혁신을 위해 증류 원액량을 연간 400만ℓ에서 50만ℓ까지 감축했고, 발효시간은 업계 평균인 48시간보다 3배 이상인 160시간으로 늘렸습니다. 발효 시간을 늘리면 더 부드러운 풍미를 자아낸다고 하네요.

또한 위스키 숙성통인 ‘캐스크’에 대한 중요성을 누구보다 강조해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셰리와 버번 캐스크 외에도 직접 선별한 다양한 셰리 및 와인 캐스크, 여러 국가의 토종 오크 캐스크를 과감하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글렌알라키 증류소에서 강조하는 또 다른 가치는 정직과 진실함입니다.

제품에 인위적인 색소를 넣지 않고 자연적인 컬러를 고수하고 있죠. 그래서 동일 연산이더라도 배치(Batch·한 번에 묶어 생산되는 단위)마다 색상이 다를 수밖에 없음을 오히려 대놓고 인정합니다.

빌리 워커는 “우리 제품에 인공적 요소가 전혀 없다는 것을 뜻한다”고 자부하죠.

또한 위스키를 모두 46도 이상에서 병입해 냉각여과를 거치지 않습니다. 냉각여과는 위스키 숙성이후 온도를 0~4도 가량 낮춰 위스키를 한번 걸러주는 작업을 말합니다. 낮은 온도에서는 에스테르, 단백질, 지방, 지방산 등이 응고되어 필터로 걸러지게 되죠. 이 때 위스키의 아로마를 내는 성분 중 하나인 에스테르가 빠지게 되면 위스키 특유의 풍미를 잃게 됩니다. 그럼에도 냉각여과를 하는 이유는 위스키 온도가 낮아졌을 때 에스테르와 지방산들이 응고되어 뿌옇게 변하거나 침전물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죠.

제가 지금 위스키의 거장과 같은 시대를 살고 있다는 것을 우리 조상들과 후대들은 아주 부러워 할 것 같습니다. 빌리 워커가 은퇴하지 않고 더 위대한 위스키를 만들어내길 저 또한 욕심부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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