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박정훈 대령 모친 "대선 때 尹 적극 지지…'채상병 사태' 과오 바로 잡아야"
'해병대 채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 관련 특검 법안이 다음달 2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여야의 신경전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7월 채상병이 수해 지원 활동 도중 숨진 이후 기초 수사를 맡았던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은 '집단항명 수괴'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채상병 사건 조사와 이첩 과정에서 수사 외압 관련 논란이 발생했지만 박 대령은 "채상병의 시신 앞에서 '너의 죽음에 억울함이 남지 않도록 철저히 조사하고 재발 방지가 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하고 다짐했다"고 밝힌 바 있다.
'질문하는 기자' CBS노컷뉴스 이정주 기자는 27일 박 대령의 모친 김봉순씨를 만났다. 포항 우창동 새마을금고 이사장을 역임한 김씨는 지금도 자신은 '국민의힘 당원'이라며 지난 2022년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를 위해 전국을 돌며 지원 유세를 했던 일화를 소개했다.
김씨는 "원칙대로 수사한 박 대령 같은 군인을 재판장에 세우면 이 땅에 정의가 설 자리가 있겠냐"며 "지금이라도 윤 대통령이 박 대령에 대한 공소를 취소하고, 자신의 잘못을 바로 잡는 모습을 보여달라"고 촉구했다.
다음은 박 대령 모친 김씨와 일문일답.
◇ 이정주>박 대령 재판이 시작된 이후 첫 인터뷰입니다. 힘든 결정이었을 건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박 대령이 다음달 17일 4차 공판을 앞뒀습니다. 심경이 어떠신지요.
◆ 김봉순>글쎄요. 저희들은 뭐 이 법이란 걸 잘 모르지만 살아온 인생으로 보면, 통상적으로 흑백을 가리는 게 재판이잖아요. 그런데 박 대령에 대해 무슨 흑백을 가릴 게 있어서 이 재판장에 서야 되는 건가 싶어요. '최선을 다해서 한 점 남김없이 성역 없이 수사하라'고 했던 게 국방부 장관이었고, 다른 윗사람들이 그런 얘기를 해서 박 대령이 원칙대로 수사를 한 겁니다.
◇ 이정주>채상병 사건을 담당한 박 대령 역시 고심이 깊었겠군요?
◆ 김봉순>그렇죠. 박 대령 혼자 (수사)한 게 아니고 해병대 사령관한테 결재, 국방부 장관한테 결재 다 받았죠. 결재 받고 나서 (윗사람들에게) '수고했다'는 소리까지도 들었는데, 그걸 또 다시 (피의자에서 특정인 배제 등) 바꾸라고 하고, (박 대령이) 안 바꾼다고 하니까 이걸 항명죄로 처리를 한 거잖아요. 제가 듣기로는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도) '절대로 이걸 이첩하면 안 된다' 그렇게 명령한 적이 없대요.
◇ 이정주>최근 보도된 통화 녹취록을 보면 이 와중에도 박 대령이 김 사령관을 걱정하는 대목도 나옵니다.
◆ 김봉순>박 대령도 그런 얘기를 하더라고요. 저한테 '어머니, 제가 정말 소신껏 한 겁니다' 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잘했다고 했어요. '너도 상관이다. 무슨 일을 당할 때 상관이 책임지는 것, 그건 모든 조직에서 인지상정이다'라고 했어요. 그러니까 박 대령이 '어머니, 저를 믿으세요' 이러더라고요. 박 대령 본인은 채상병이 숨진 후 맹세를 했대요. '채상병이 편히 눈 감고 갈 수 있도록, 누명은 내가 어떤 일이 있어도 다 밝히겠다'고 결심했다 하더라고요.
◇ 이정주>가족분들도 심경이 복잡하실 건데, 어쨌든 현재는 항명죄로 박 대령이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정치권에선 특검 도입도 논의되는데, 국민의힘은 당론으로 반대 입장을 확정했다는 보도도 있어요. 어떻게 보십니까.
◆ 김봉순>저는 제 자식 일이라고 해서 주관적으로 이번 일을 바라보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제가 포항에 사는데 경북 쪽이 (보수 진영의) 골수 분자들이잖아요. 저는 2022년 대선 앞두고 윤 대통령이 구미 거쳐서 포항에 선거 운동 온다고 해서 바로 (연설하는 곳) 그 앞에 앉아 있었어요. (윤 대통령이) 뭔가 화끈해 보이고, 일을 잘할 거라는 믿음이 가더라고요. 대선 과정에서 국민의힘 '경제인 여성위원장'이라는 임명장을 보내셨더라고요. 그래서 전국을 돌며 선거 운동을 하러 다녔어요. 그렇게 기대를 했는데 제가 막상 이런 일을 당하고 보니까 참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아직도 국민의힘 당원이에요. 대통령도 사람이기에 누구라도 잘못할 수도 있잖아요. 어떤 경로로 해서 그러시는지는 모르겠지만, 잘못을 했더라도 지금이라도 털어놓고 '이렇게 해서 내 생각이 잘못했다' 국민들한테 사과만 하면 국민들의 분노도 사그라들 수 있다고 봐요.
◇ 이정주>박 대령은 현재 재판을 받으며 심적 압박감 때문에 치료도 받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 김봉순>박 대령이 하는 말이, 자기는 꽃이 피는 계절이 왔는지도 모른대요. 언제 꽃이 피고, 낙엽 지는 지도 모른대요. 박 대령의 심리 치료를 받을 때 나온 말, 그 얘기를 듣고 제가 가슴을 쳤어요. 제가 박 대령 집에 가보면, 새벽 4시만 되면 가방을 들고 밖으로 나가요. 왜 이리 일찍 출근하냐고 물으면, 그 정신력으로 버티고 있다고 하더라구요. 저는 엄마로서 호소를 드립니다. 박 대령에 대한 재판을 계속 끌고 나가서 이렇게 하는 건 너무 가혹하지 않느냐는 거죠. 박 대령에 대해선 '공소 취소'를 결단해주시고, 이런 게 빨리 정리가 됐으면 합니다.
◇ 이정주>채상병 유족들과 최근에 연락을 주고 받으신 적은 있습니까.
◆ 김봉순>최근에는 연락한 게 없고, 몇 달 전에 문자가 온 게 있어요. 채상병 아버지가 저한테 '어머니 저는 꿈이 있습니다' 하더라구요. 그게 뭐냐면 '잠에서 깨어났을 때, 눈을 안 뜨는 게 꿈'이라고요. 박 대령이 채상병 수사로 이렇게 재판을 받을 때는 채상병 할아버지께서 직접 국방부에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고 합니다. 박 대령을 항명죄로 재판하는 것에 대해 '천인공노할 사건이다' '왜 벌을 받아야 할 사람이 벌을 안 받고, 철저하게 수사한 수사단장을 이렇게 하느냐'고 했대요.
◇ 이정주>일련의 과정들을 보면서 어머님께선 윤 대통령에 대한 배신감도 느끼셨을 것 같아요.
◆ 김봉순>저는 참 100일 기도를 하면서 그래도 윤 대통령이 망가지길 원하진 않았어요. '바른 길로 가서 마음을 돌리게 해달라'는 거죠. 국민들이 볼 때 아마 윤 대통령이 늦게나마 모든 걸 바로 잡으면 용서할 수도 있어요. (대선 당시) 그 자리에 올라가길 원하고, 돕고 있었던 한 사람으로서 대통령이 '이렇게 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조금이라도 한다면, 빨리 이 공소 취소 결정을 해주길 바랍니다.
◇ 이정주>이달 29일이죠. 월요일에 윤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간 영수회담이 있어요. 그 자리에서 윤 대통령에게 원하는 메시지가 있을까요.
◆ 김봉순>온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잖아요. (채상병 사건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사건들을 국민들이 하나하나 다 알 순 없잖아요. 그건 정치 영역에서 하는 것이고, 적어도 박 대령을 항명죄로 재판장에 세우는 건 그만 했으면 해요. 윤 대통령도 박 대령이 잘못한 게 없다는 생각이 든다면 (박 대령이) 재판장에 서게 하는 일은 여기서 멈춰주셔야 된다.
◇ 이정주>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 있으시면, 한 마디만.
◆ 김봉순>제가 (해병대 김계환) 사령관님께도 한 말씀 드리고 싶어요. 사령관님, 손바닥으로 하늘을 못 가립니다. 이렇게 하시고 그 다음에 뒷감당을 어떻게 하시렵니까. 해병대를 생각해주세요. 박 대령은 한 번도 사령관님을 원망하는 얘기를 안 합니다. 박 대령 같은 정의로운 사람을 나라에서 잘 키우면 되잖아요. 왜 이리 짓밟습니까. 이번 사건을 계기로 많은 국민들이 정말 바르게 서는 걸 원하잖아요. 정의로운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이정주>'질문하는 기자'도 현재 진행형인 '채상병 사건'의 진실을 밝힐 때까지 함께 하겠습니다. 오늘 긴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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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이정주 기자 sagamore@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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