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의 로딩 끝, 준비 완료···‘고려대 슈터’ 이건희의 늦은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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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명지대 자연캠퍼스 체육관에서 열린 2023 KUSF 대학농구 U-리그 고려대와 명지대의 맞대결.
고교 최고의 선수들이 모이는 고려대답게 이건희의 출전 시간은 자연스레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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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명지대 자연캠퍼스 체육관에서 열린 2023 KUSF 대학농구 U-리그 고려대와 명지대의 맞대결. 대학 최강 강호 고려대답게 전반부터 격차를 벌렸다.
전반 종료 당시 고려대는 이미 14점 차 리드(45-31)를 잡고 있는 상황. 그런데, 하프 타임, 같은 자리에서 슛을 쏘고 있는 한 선수가 유독 눈에 띄었다. 팀 미팅 이후 코트에 나와 오른쪽 코너에서 하프 타임이 끝날 때까지 내내 3점슛을 연습하던 이건희(21, 186cm).
처음 던진 슛이 가볍게 림을 통과하더니 한자리에서 연속 10개의 3점슛을 성공시켰다. 11번째 3점슛이 림을 맞고 빗겨 나간 후에도 이건희는 묵묵히 연습을 이어나갔다. 전반 단 1분 1초를 출전했지만 후반 풀 타임을 소화하며 쾌조의 슛 감각을 자랑했다. 이건희는 21분 1초 동안 13점 4리바운드 2어시스트로 활약하며 32점 차 팀의 압승(93-61)을 이끌었다.
경기 종료 후 이건희에게 이를 묻자 이건희는 “진짜요?”라고 되물으며 수줍어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면서 “오른쪽 코너를 제일 좋아한다(웃음). 그래서 항상 그 위치에 있는 것 같다. 요즘 연습을 많이 해 슛에는 자신이 있었다. 경기에 많이 뛰며 자신 있게 슛을 던질 수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연습과 실전은 다른 걸까. 이건희는 교체 출전 후, 자신이 가장 좋아하던 오른쪽 코너에서 시도한 3점슛 2개를 연달아 실패했다. 그럼에도 다시 자신 있게 슛을 던져 결국 불과 몇 분 전 슛을 연이어 성공하던 그 자리에서 3점슛을 성공해냈다.
“부담감이 다르긴 하다. 그래도 부담감보다는 몸에 힘이 들어갔다. 교체된 후 초반에는 넣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처음 3점슛 두 개를 던졌다. 들어가지 않았다. 그래서 힘을 빼고 던져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이후부터 슛이 들어가서 원래 슛감대로 던질 수 있었다”
고려대를 이끌고 있는 김태형 코치 또한 이건희의 깜짝 활약에 미소 지었다.
“생각보다 좋았다. 건희는 참 열심히 하는 선수다. 그런 부분에서 많이 눈여겨봤었다. 코치라는 자리가 그런 것 같다. 감독님에게 ‘이 선수 좋습니다’하고 어필했을 때, 선수가 믿음을 주면 그런 부분에서 큰 보람을 느낀다. 이번 경기, 건희가 잘해줘서 굉장히 기분이 좋다. 앞으로도 건희의 페이스가 좋다고 하면 더 기용할 생각이다”
“실제로 조금 할 만하면 계속 부상을 당하는 일이 반복됐다. 사실 올해 초에도 발목을 심하게 다쳤다. 당시, 자신감도 잃고 자존감도 많이 떨어졌다. 그럴 때마다 연습을 계속 했다. 마음은 좋지 않아도 연습을 하면서 언제든 기회가 올 수 있고, 기회가 오면 그 기회를 무조건 잡아야겠다고 항상 생각했다. 이번 경기처럼 계속 이런 경기력을 보여준다면 경기에 더 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건희가 부상으로 주춤하는 2년 동안, 뒤를 이을 후배 슈터들이 고려대에 입학했다. 이날 경기 14점 7리바운드 2어시스트 2스틸로 팀 내 최다 득점을 기록한 윤기찬과 시즌 초반부터 신입생 답지 않은 활약으로 주목받는 심주언까지. 그럼에도 이건희는 흔들리지 않았다.
“동 포지션으로 (심)주언이가 있다. 주언이가 나보다 경기를 많이 뛴다고 해도 싫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다. 오히려 같은 포지션이다 보니 더 잘 해주고 한 마디라도 더 해주고 있다. 주언이가 후배지만 잘하는 게 있으면 ‘저렇게 하는구나’하면서 나도 배우고 있다. 선의의 경쟁 중이다. 경기를 뛰면서도 양쪽에서 같이 슛을 넣어줄 수 있는 팀을 만들고 싶다”
“개인적인 목표는 평균 출전 시간 20분을 찍는 거다. 경기를 많이 뛰고 싶다. 경기를 많이 뛰기 위해서는 수비나 궂은일을 먼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내가 좀 늦었다고 생각한다. 늦은 만큼 더 열심히 해서 앞으로 남은 3, 4학년 모두 좋은 결과가 있을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
#사진_점프볼 DB, 박소민 인터넷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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