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칼럼]바다안개가 눈앞을 가릴 때

디지털콘텐츠팀 2024. 4. 28.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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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동 기상청장

유명한 배우이자 영화감독인 찰리 채플린의 명언 중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다.”라는 말이 있다. 비단 인생뿐 아니라 기상현상도 이와 비슷하다. 매년 기상청에서 개최하는 기상기후 사진 공모전 수상 작품을 봐도 그렇다. 사진 속의 눈 덮인 새하얀 세상, 칠흑같이 어두운 밤하늘에 번쩍이는 번개, 안개에 둘러싸여 고개만 내민 산봉우리 등은 감탄을 자아낼 만큼 경이롭다. 하지만 멀리서는 보이지 않는, 그 상황 속에 있는 사람들도 과연 이와 같은 감정을 느낄까? 아닐 것이다. 누군가는 제설작업을 하느라 진땀을 흘릴 것이며, 누군가는 위험한 상황에 놓여 생명의 위협을 느낄 수 있다. 이렇게 멀리서는 아름다운 기상현상이라도, 우리 앞에 위험기상으로 다가온다면 순간 눈앞이 캄캄해지며 당황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기상현상 중 소리 없이 가까이 다가왔다가 갑자기 사라지고, 예측하기도 어려워 때때로 운전자들의 시야를 가려 위험한 상황에 이르게 하는 것이 있는데, 바로 안개다.

부산 수영구 광안대교 일대에 짙은 해무(바다안개)가 밀려와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국제신문 DB


안개는 아주 작은 크기의 많은 물방울이 대기 중에 떠 있는 현상을 말하는데, 기상청은 수평 가시거리 1km 미만일 때를 안개로 정의한다. 안개는 대기 중에 수증기가 대량으로 함유되어 있어야 하고, 공기가 이슬점 이하로 냉각되어야 하며, 대기 중에 핵을 이루어 응결을 촉진시키는 흡습성의 미세입자가 분포하여야 한다. 이러한 조건이 충족될 때 안개가 발생하며, 특히 해상에는 염분을 띤 작은 결정들이 좋은 응결핵 역할을 하여 바다안개가 자주 발생한다. 우리나라는 주로 4~10월에 바다안개가 발생하는데, 따뜻해진 공기가 상대적으로 차가운 해수면과 만나 짙은 안개가 자주 발생하는 봄철 농무기에 해양 사고 발생 비율이 높아 해양 안전을 관리하는 기관들에서는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또한, 지난 2015년 2월 영종대교 106중 추돌사고 이후 바다안개로 인한 해상교량 대형사고의 심각성이 대두되면서 바다안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기상청은 해상에 발생하는 안개를 조기에 감시하고 관계기관의 의사결정에 도움을 주기 위해 전국적으로 해양안개관측장비와 해안감시 CCTV를 설치하여 운영 중이며, 천리안 기상위성을 활용하여 바다안개를 탐지하고 있다. 이러한 정보는 해양기상정보포털을 통해 사용자 맞춤형 정보로 제공하는데, 특별히 연안 및 도서 지역 대교의 바다안개로 인한 대형 교통사고를 예방하고 교통안전을 확보하고자 대교 맞춤형 바다안개 정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광안대교, 영종대교, 인천대교, 서해대교, 새만금 방조제 등 5개 대교에 대하여 대교 위 CCTV 정지영상, 시정관측 등의 관측자료와 단기예보, 시정예측정보 등의 바다안개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는 것으로, 실시간 안개 발생 정보와 예측 정보를 누구나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올해는 신안군의 천사대교 지점을 추가하여 서비스를 한층 더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부산지방기상청은 관계기관에서 운영 중인 CCTV를 활용한 영상 기반 안개 탐지 기술을 개발하였다. 먼저 2022년에 통영시와 협업으로 해안감시 CCTV를 활용한 인공지능 바다안개 탐지 및 가시거리 산출 기술을 개발하고 통영시로 기술을 이전하였다. 그리고 작년에는 이 기술에 대한 특허 등록을 완료하고, 부산시설공단과 협업으로 광안대교 CCTV에 기술을 적용했다. 올해는 고도화 사업을 통해 광안대교 맞춤형 바다안개 알림서비스를 개발하고 부산시설공단으로 이전할 예정이다. 이러한 정보들은 해안 및 해상교량에 안개가 발생했을 때, 관계기관에서 신속하게 정보를 확인하고 재난에 대비한 교량 통제 및 사고 예방 등 방재 의사결정을 하는 데에 중요한 자료로 활용될 것이다.

유희동 기상청장


안개는 우리 눈앞을 흐려지게 하므로 언제 어디서든 주의가 필요하지만, 특히 육지보다 바다 위에서 안개를 만났을 때 우리는 더욱 당혹스럽고 주위의 도움을 받기도 더 어려운 상황이 된다. 하지만 기상청에서 제공하는 안개 발생 정보와 예측 정보를 활용한다면 크게 당황하지 않고 안개 속을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이며, 관계기관에서도 기상청의 정보를 활용한 발 빠른 대처로 국민의 안전한 해양활동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 앞으로도 기상청은 국민이 다양한 해양 활동을 안심하고 즐길 수 있도록, 관계기관들과 협력하여 적재적소에 필요한 해양기상정보를 제공해 나가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유희동 기상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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