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R&D 투자 늘려 기술 격차 줄일 것"...SK 첫 중국인 임원이 꺼낸 14억 인구 잡을 묘안은

나주예 2024. 4. 28.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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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리엔춘 SK지오센트릭 중국사업개발실장
中 민영기업, 코로나19 기간 동안 투자 강행 
R&D 투자로 전 산업 부문 기술력에서 '굴기'
"현지 기업과 조인트 벤처로 경쟁력 강화"
25일 중국 상하이시 SK타워에서 차이리엔춘 SK지오센트릭 중국사업개발실장이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제공
코로나19 동안 중국이 봉쇄됐지만 민영 기업들은 하루도 쉬지 않고 일한 결과 무서운 상승세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차이리엔춘(蔡连春) SK지오센트릭 중국사업개발실장

차이리엔춘(蔡连春) SK지오센트릭 중국사업개발실장은 SK그룹에서 중국 현지 최고 사업개발 전문가다. 중국 베이징대 도시공학과를 나와 2000년 SK차이나의 GR(대관) 팀에 입사한 그는 SK종합화학의 우한 프로젝트 등에서 성과를 내는 등 2017년 중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임원이 됐다. 현재는 상하이에서 SK이노베이션 계열 석유화학 자회사인 SK지오센트릭의 현지 사업 추진을 총괄하고 있다.

25일 오전(현지시간) SK의 중국 사업 전초 기지인 상하이 SK타워에서 만난 차이 실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은 중국 민영 기업들에 오히려 성장 발판을 제공했다"고 말했다. 중국 국영 기업들이 정부 정책에 따르고, 외국 자본 기업들이 중국 내 사업 진출과 투자를 망설이는 상황에서 중국 민영 기업들은 끊임없는 연구·개발(R&D) 투자로 그 빈자리를 꿰찼다는 것이다.

저가 범용 제품을 무기로 내세운 중국산 공습에 가장 큰 영향을 받고 있는 곳은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이다. 국내 석화 제품 최대 수출국이었던 중국이 2010년 시작한 대규모 증설 투자로 공급량을 늘리고 자급률을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국내 석유화학 제품의 대(對)중국 수출 비중은 2010년 48.8%에서 지난해 36.3%까지 급감했는데 2030년에는 그 비중이 30% 아래로 떨어질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도 나온다.


고부가 제품 앞세워 中 석유화학 시장 선제공략

지난달 중국 산둥성 칭다오항에서 컨테이너에 담긴 수출품을 크레인으로 분주히 실어 나르고 있다. 연합뉴스

SK지오센트릭은 일찌감치 중국산 제품이 석유 화학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일 것으로 예상하고 사업 포트폴리오를 과감히 뜯어고쳤다. 사업의 무게 중심을 적절한 가격의 범용 제품에서 스페셜티(고부가가치) 상품으로 옮긴 것. 2017년 미국 다우케미칼의 에틸렌 아크릴산(EAA) 사업 인수를 통해 미국 텍사스, 스페인 타라고나 생산 공장을 돌리면서 고부가 화학 제품 관련 기술을 확보했다.

빠른 판단은 적중했다. EAA 함량이 20% 이상인 고품질 제품 수요가 특히 중국 시장을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SK지오센트릭의 고품질 EAA 판매량은 2022년보다 5.8% 늘어났다. 업계에 따르면 기존에 미국·유럽 등이 중심이었던 EAA 시장은 2030년까지 아시아 지역에서만 그 규모가 연평균 62.2%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중국 시장 내에서 EAA 수요가 큰 폭으로 늘 것이라는 게 회사의 판단이다. 차이 실장은 "인구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2만 달러 이상은 돼야 고기능성 제품을 찾는다"며 "지난해 말 기준 인구 1인당 GDP 2만 달러 인구 규모가 중국에서만 2억 명이 넘었으니 중국 시장은 확실한 수요처"라고 말했다. 이에 대비해 SK지오센트릭은 2025년 하반기 중국 롄윈강시 EAA 제3공장에서 상업 생산을 시작해 전 세계에서 총 8만5,000톤(t)가량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계획이다. 그렇게 되면 이 공장은 아시아 유일의 EAA 공장으로 발돋움한다.


中 현지기업과 합작 투자… 현지 고부가 석화시장 공략

25일 중국 상하이시 SK타워에서 차이리엔춘 SK지오센트릭 중국사업개발실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제공

차이 실장은 "최근 중국 민영기업들은 생존 경영에 몰두 중"이라며 "자신들보다 뛰어난 기업들이 주춤하는 사이 빈틈을 비집고 들어가 이들을 뛰어넘으려 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중국 정부 또한 '민영 기업이 살아야 중국이 산다'는 취지로 국영 경제와 민영 경제 공동 발전을 위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그는 "중국인들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며 "모든 산업 분야에서 R&D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며 기술 격차를 좁히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중국은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다. SK지오센트릭은 현지 기업과 조인트 벤처(공동출자회사) 투자를 통해 중국 민영기업과 차별화에 나서겠다는 전략이다. SK지오센트릭은 앞서 2013년 중국 석유화학 기업 시노펙과 합작법인 '중한석화'를 설립해 큰 성과를 거두는 한편 EAA 글로벌 제3공장을 짓기 위해 중국 웨이싱화학과 공동 투자를 진행하는 등 여러 차례 중국 현지 기업과 협력해 왔다. 차이 실장은 "원료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현지 기업과 파트너가 되는 건 엄청난 혜택을 보장해 준다"며 "SK지오센트릭의 차별화된 기술력과 제품군을 앞세워 중국 고부가 화학제품 시장의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상하이= 나주예 기자 juy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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