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에 따른 공급부족, 만성적 인플레이션 일으킨다[이정희의 경제돋보기]

2024. 4. 28.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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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황 부진에 필수 농작물 공급 감소 심화
고물가에 저성장으로 민생 위기, 적극적 대응 필요해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최근에 사과를 포함한 농산물가격 급등은 기후변화에 따른 생산 감소와 공급 부족에 따른 가격 상승이었다. 이러한 이상기후 현상은 앞으로 더 커질 수 있어서 농산물 공급부족에 따른 가격 불안정성은 더 커질 수 있다.

따라서 기후변화에 따른 인플레이션 현상인 기후플레이션에 대한 대응책 마련이 농산물가격 불안정에 대한 중장기 대책으로 필요해 보인다. 앞으로 기후변화에 따른 작황 부진은 세계적으로 심해져서 곡물, 과일, 카카오, 설탕, 올리브유 등의 농산물 생산에 크게 영향을 줄 것이다.

이로 인해 농식품가격 인상 압박은 커질 것이고, 결국 물가상승에 의한 가계의 소비지출이 증가하고, 이는 소비를 위축시키며 경기를 침체시키는 경기 악순환이 이어질 것이기에 이에 대한 대응책 마련이 경제정책에서 그 무엇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이미 기후변화로 인한 과일, 커피, 카카오, 설탕, 올리브유 등 전 세계인들의 식음료에 없어서는 안 될 농작물들의 작황 부진에 따른 공급 감소와 가격 상승이 지금의 물가관리에 크게 부담이 되고 있다.

지난해 극심한 가뭄으로 브라질,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의 커피 생산이 크게 타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뉴욕 선물시장의 커피 가격이 크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현상은 설탕, 카카오, 올리브유 등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어서 앞으로 기후변화에 따른 물가상승이 인플레이션의 주범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기후변화가 농작물 생산에 크게 영향을 미치게 되면서 각국 물가당국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으며, 특히 경기침체 속에서의 고물가 문제가 소비침체를 야기하며 경기의 악순환으로 이어지는 상황이 심각하다고 하겠다.

지난 물가변동을 살펴보면 2008년 이명박 정부가 출범했을 때 소비자물가상승률은 4.7%를 기록하며 물가관리에 비상이 걸렸으며, MB물가지수까지 만들어서 대통령이 직접 물가를 챙긴 사례를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당시 고물가는 1년 정도 지속되었고, 다음 해부터 2%대로 하락하여 어느 정도 안정세를 이어갔다.

그러다가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물가상승으로 해당 연도에 5.1%, 지난해 3.6%로 3%를 넘는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들어서도 1월에 잠시 2%대로 내려가는가 싶었는데, 2월부터 다시 3%대로 올라오면서 물가가 쉽게 안정이 되지 않고 있다.

특히 국민들이 일상생활에서 가장 밀접하게 접하는 먹거리 물가가 크게 오르며 국민들의 체감물가는 상당히 크게 나타나고 있다. 최근 3년간 신선식품물가는 6.13%로 소비자물가상승률을 크게 상회하고 있다. 또한 OECD 발표에 따르면 지난 2월 한국의 식품 및 비주류음료 물가상승률은 6.95%로 OECD 평균 5.32%보다 높으며 35개 회원국 중 3번째로 높은 국가로 알려졌다.

이렇게 고물가 행진이 계속 이어지는 가운데, 경제성장은 느리고 경기는 침체되어 국민들의 주머니 사정이 좋지 못하면서 내수경기가 살아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경기침체 속에서의 고물가 현상은 서민들에게 큰 타격이 되고 있어서 민생경제 측면에서 가장 중대한 문제인 것이다. 지난해 전 가구의 전년 대비 소비지출 증가율은 5.8%인데 처분가능소득 증가율은 1.8%로 이는 결국 실질적으로 순소득은 줄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가계수지에서 소득보다 소비지출이 많아지며 가계수지는 악화되고 있는데, 이 현상은 특히 저소득층에 더욱 크게 나타나고 있다. 소득 하위 20%에 해당하는 1분위 소득 가구는 이미 가계수지의 적자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그리고 지난해 4분기 가계소비지출을 보면 1분위 소득자의 식료품 및 비주류음료 소비 비중이 21.1%로 엥겔계수가 20%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으며, 음식 및 숙박 12.5%의 외식비용까지 고려하면 체감하는 엥겔계수는 30%를 넘어선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소비자물가상승률을 2%대로 안정화시키려는 정부 당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3%대에서 하락할 기미가 잘 보이지 않는 것은 특히 국내외 농산물 가격 불안정성이 크기 때문이라 하겠다.

기타 국제 원자재 가격의 불안정성은 논외로 하더라도 기후변화에 따른 주요 신선식품 가격의 불안정이 앞으로 소비자물가 안정에 큰 걸림돌이 될 것이다. 따라서 중장기적으로 기후변화에 따른 농산물 생산 감소에 대응하는 방안이 강구되어야 한다.

그리고 고물가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저소득층을 위해서는 미국의 저소득층을 위해 식품구매를 지원하는 푸드스탬프와 같은 농식품구매쿠폰을 지급하여 실제적인 민생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적극적 대응이 필요해 보인다. 지금의 고물가가 경지침체의 주요 원인의 하나가 되고 있고 만성화되어 가는 상황에서 물가안정과 고물가에 따른 민생의 어려움 해소에 정부 그리고 정치권 모두 협력적으로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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