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젖소 감염시킨 조류독감 더 일찍, 더 멀리 퍼졌을 수도"

최근 미국에서 소들 사이에 퍼진 변종 조류 독감 바이러스가 발견되기 전에 수개월간 확산한 것으로 나타났다. 게티이미지뱅크

미국 소들 사이에서 퍼진 변종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수개월간 발견되지 않고 확산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현재까지 보고된 것보다 더 많은 소가 조류 독감에 감염됐을 수 있다는 얘기다. 과학자들은 아직 변종 조류독감 바이러스의 기원과 진화를 정확히 밝혀낼 데이터가 부족하다며 데이터 확보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최근 미국 농무부(USDA)가 공개한 동물과 바이러스 유전자 데이터를 과학자들이 신속 분석한 결과 12월 말에서 1월 초 바이러스가 야생 조류에서 소에게 옮겨지며 시작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27일(현지시간) 발표했다. 

3월 25일(현지시간)에 미국 당국은 텍사스주에 있는 젖소가 조류 독감에 감염됐다고 처음 보고했다. 이후 USDA는 미국 9개 주 젖소 34마리가 'H5N1'이라는 고병원성 조류독감 변종 바이러스에 감염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H5N1은 인간 감염 시 치사율이 52%에 달하는 바이러스로 아직 인간 사이의 감염은 보고되지 않았다.

USDA는 조류 독감에 감염된 젖소와 인간에게서 발견된 조류독감 바이러스의 염기서열을 3월 말과 4월 초에 공유했다. 지난 21일에는 소, 닭, 고양이를 포함한 239개 동물에게서 얻은 바이러스 정보를 염기서열 저장소인 '시퀀스 읽기 아카이브(SRA)'에 게시했다.

과학자들은 USDA가 공개한 데이터를 분석해 지난해 12월에서 올해 1월 초 사이에 야생 조류를 통해 소의 조류독감 발병이 시작된 것으로 추정했다. 3월에 첫 감염이 보고되기 몇 달 전부터 바이러스가 확산됐다는 뜻이다. 현재 알려진 것보다 더 많은 소가 조류 독감에 감염됐을 수 있다.

또 바이러스의 변이 중에는 바이러스가 포유류로 퍼질 수 있는 적응력과 관련된 단백질 영역의 변화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러스는 감염된 소에서 다시 새와 고양이로 되돌아가기도 했다.

과학자들은 USDA가 공개한 데이터에는 소를 감염시킨 바이러스의 기원과 진화를 밝힐 수 있는 중요 정보가 없었다고 지적하며 감염이 처음 발표된 지 거의 4주가 지나서야 동물들의 감염 데이터가 공개됐다는 점에 우려를 표했다. 또 샘플이 수집된 날짜와 위치 정보인 '메타데이터'가 부족해 소들 사이에서 바이러스가 어떻게 전염됐는지 알아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미국 국립생물공학정보센터(NCBI)의 유전자 역학자인 마사 넬슨은 "데이터를 빨리 확보할수록 더 빨리 감염에 대응할 수 있다"고 데이터 확보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이병구 기자 2bottle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