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비탕 끓여 연매출 300억 만들더니…70살 넘어도 “도전 계속된다” [남돈남산]

신수현 기자(soo1@mk.co.kr) 2024. 4. 28.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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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만 미트프라자 회장
17살에 3만원 들고 상경해 배달부터 시작
갈비탕, 육개장 등 300억대 회사 키워
“50년 넘어 100년 기업 키우는 게 꿈”
이재만 미트프라자 회장이 미트프라자가 직접 개발·생산하는 여러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신수현 기자]
“남들이 저한테 미쳤다며 비웃더군요. 나이 70살 거의 다 돼서 빚내서 공장 짓고 또 도전한다고 하니까 다들 미쳤다고 말했죠. 사람들이 믿고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잘 만들어야 한다는 사명감에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지난해 준공한 인천 검단 2공장 건립에 투자한 자금만 약 250억원입니다.” <이재만 미트프라자 회장>

가난한 현실이 싫었다. 어린 시절 또래들보다 키 크고 체격도 좋은 데다 운동 신경도 뛰어나 배구선수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꿈을 향해 달려보기도 전이었던 11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가세가 급격히 기울었다. 끼니를 거를 때가 많았다. 어느 때부턴가 항상 배고팠다. 하루라도 일찍 돈을 벌어야겠다고 다짐했다.

학비를 낼 돈이 없었다. 중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17살이었던 1969년 건축현장에서 소위 말하는 막노동을 했다. 몇 달 동안 일한 끝에 약 3만원을 모았다. 그 돈을 들고 고향 전남 무안에서 무작정 서울로 가는 기차에 몸을 실었다. 고기 도소매업, 배달, 발골, 판매 등 육류와 관련된 거의 모든 것들을 닥치는 대로 익히며 일했다.

17살에 맨손으로 육류업에 뛰어들어 육류업, 식품업에 평생 종사해온 이재만 미트프라자 회장(창업자) 이야기다. 미트프라자는 1991년 육가공 업체 ‘우촌유통’으로 출발했으며, 2001년 현재의 법인명인 미트프라자로 사명을 바꿨다.

미트프라자는 기업이나 브랜드로부터 의뢰받아 식품을 맞춤 생산(OEM)하거나 기업 등에 직접 제품 개발을 기획·제안한 후 생산(ODM)하는 식품 전문 제조업체다. 갈비탕, 육개장, 곰탕 등 국류, 탕류와 양념육 등 각종 가정간편식(HMR) 등을 개발·생산한다. 지난해 매출액은 321억원이다.

홈쇼핑이나 라이브 커머스(온라인에서 실시간으로 방송하면서 제품 등을 판매) 방식으로 판매되는 가정간편식의 포장지 뒷면을 자세히 보면 제조사란에 미트프라자라고 적혀 있는 경우가 많다. 이 회장은 2000년대 초반부터 홈쇼핑에 제품을 기획해서 판매한 홈쇼핑 1세대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홈쇼핑 시장이 형성되던 2000년대 초반 여러 홈쇼핑 상품 기획자(엠디, MD)를 직접 만나 집에서 쉽게 먹을 수 있는 육류를 기획해서 판매해보자고 제안했어요. 예를 들어 포장을 뜯어서 집에서 바로 구워 먹을 수 있는 소갈비 같은 상품입니다. 당시에는 깔끔하게 손질된 고기를 집까지 배송해주는 기업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상품 반응이 매우 좋았습니다. 2004년 농수산 홈쇼핑 우수 협력 업체에 선정될 정도였습니다.”

이 회장은 한 발 더 나아가 2010년대 초반 가정간편식 시장에 본격 뛰어들었다. 홈쇼핑 MD들에게 전자레인지 등에 음식을 데운 후 바로 먹을 수 있는 국, 탕 등 여러 가정간편식을 개발·판매하자고 제안했다. 그의 전략은 적중했다. 고객 반응이 뜨거워 홈쇼핑 방송 때 여러 번 매진 행렬을 이어갔다.

“2011년부터 고기를 직접 발골하고, 해당 고기 등을 이용해 여러 식품을 생산하고 홈쇼핑 등 여러 유통 채널에 판매할 수 있는 원스톱 체제를 구축했습니다.”

미트프라자는 여러 중소기업들의 성장을 도왔다는 공로를 인정받아 2022년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으로부터 표창장도 받았다.

미트프라자가 여러 브랜드, 기업을 고객으로 확보한 배경에는 안전한 먹거리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기술력, 원가 절감 등을 통한 가격 대비 우수한 제품 생산 등이 있다. 미트프라자는 생산 단가를 낮추기 위해 고기를 직접 발골하는 기술력도 갖췄다. 잘 다듬어진 고기를 다른 업체에게 공급받은 후 해당 고기를 사용하는 동종 업체들과 달리 미트프라자는 전문 발골사들이 고기의 뼈, 살 등을 직접 바르면서 각종 부위별로 해체한다.

중소기업이지만 기술 개발에 적극 투자해 기업의 생산, 물류, 재무, 회계, 구매, 재고 등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도 2022년 갖췄다. 미트프라자의 올해 목표 매출액은 지난해(324억원) 보다 50% 이상 증가한 500억원이다.

“미트프라자는 식품공학, 영양학, 조리학 등을 전공한 석·박사 출신의 우수한 인재를 확보한 덕분에 여러 브랜드, 기업이 원하는 제품을 원하는 시기에 개발·생산할 수 있으며, 기술 개발과 대규모 대량 생산이 가능한 공장까지 확보한 강점에 성장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회장이 만 70살이었던 지난해 준공한 인천 검단 공장, 2011년에 마련한 인천 가좌공장 등 총 2개의 공장을 갖고 있다. 인천 가좌공장은 현재 보수 공사 중이며,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 가동될 예정이다. 앞으로 가좌공장은 밀키트(MealKit·식재료·양념 등이 들어 있는 즉석조리식품) 생산 중심의 공장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미트프라자는 ‘고기명가’, ‘육미본가’, ‘오롯담’ 등 3개의 자체 식품 브랜드로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준공한 인천 검단 2공장에서 하루에 생산 가능한 규모가 즉석조리식품(레토르식품)은 약 3만8000개, 냉동 파우치 형태로 포장·판매되는 식품은 약 6만개, 플라스틱 용기 같은 곳에 넣어서 판매되는 식품은 약 10만개 이상입니다. 고객 요구에 맞게 냉동, 상온(레토르트), 냉장(살균제품) 식품 등을 맞춤 생산할 수 있어요.”

강성 노조 등의 이유로 우리나라에서 사업하기 힘들다는 제조업, 제조업 중에서도 특히 경영하기 힘들다는 식품 제조업에 종사하는 과정에서 겪었던 어려움은 없었을까.

“식품 제조업은 다른 제조업과 비교해 경영 난이도가 특히 높습니다. 작업자들이 철저히 위생에 신경 써야 하는 것은 물론 음식 맛을 두고 갑론을박 말도 많고 탈도 많기 때문에 매우 힘들죠. 단 한 번의 실수로 회사가 문을 닫을 수도 있습니다. 다른 업종의 제조업과 비교해 이익률도 매우 낮습니다. 그래서 항상 힘들었죠. 특히 2021년 가좌공장에 화재가 발생해 큰 손실을 입기도 할 만큼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음식은 사람의 생명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자부심, 책임감이 없으면 식품 제조업을 하면 안 됩니다. 책임감, 사명감으로 지금까지 달려왔네요.”

이 회장은 미트프라자가 50년을 넘어 100년 기업으로 도약하는 것을 꿈꾸고 있다.

“제가 세상에 없어도 회사가 운영될 수 있는 효율적인 시스템을 구축해왔고, 지금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맛있으면서 건강 증진에 도움 줄 수 있는 음식, 싱싱한 식재료로 생산된 음식을 제공해 많은 사람들이 건강하고 행복해지는 세상을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17살에 혼자 서울로 올라와서 이룰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고생했습니다. 고객, 직원, 인생 선배, 지인 등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은 덕분에 지금의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기업을 키워 그 감사함에 보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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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튜브 ‘팩토리5F’에서 ‘미트프라자’의 전문 발골사가 미트프라자 소고기를 발골하는 과정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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