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지 않는 ‘슈퍼 엔저’…달러당 엔화 158엔까지 급락

이승훈 특파원(thoth@mk.co.kr) 2024. 4. 28.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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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엔저’ 둘러싼 3가지 궁금증
(1) 엔화 얼마까지 떨어질까
(2) 일본정부 언제 개입할까
(3) 일본 금리인상 빨라질까
달러당 엔화값이 158엔까지 추락한 전광판 [연합뉴스]
미국과 일본의 금리 차로 약세를 보여온 달러당 엔화값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 지난 26일 일본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한 이후 속도를 내면서 158엔까지 추락한 것이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슈퍼 엔저’가 언제까지, 어느 수준까지 이어질 것인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2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엔화값은 장중 158.4엔까지 급락했다. 엔화가치가 1달러당 158엔대로 추락한 것은 1990년 5월 이후 34년 만에 처음이다.

시장에서는 한 때 마지노선을 여겨졌던 155엔이 깨진 데 이어 160엔대 추락 가능성까지 점치고 있다. 엔화값은 1990년 4월 2일에 장 중 한때 160.38엔까지 떨어진 적은 있지만, 종가 기준으로 160엔은 플라자합의 시기인 1980년대 중반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지난 26일 금융정책결정회의 이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 [연합뉴스]
(1) 엔화 하락 어느 정도까지 갈까
엔화값 급락과 관련해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일본은행의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한 것이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금리 동결과 함께 양적완화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확고히 하면서 당분간 미국과 일본의 금리 차가 이어질 것으로 시장은 판단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6일 일본은행의 금리 동결 발표 직후 도쿄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엔화값은 156선으로 떨어졌고, 이후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의 기자회견 내용이 전해지면서 하락세가 더 가팔라졌다.

여기에 닛케이는 미국의 높은 경제성장률, 높은 인플레이션, 높은 금리 등 ‘3고(高)’가 엔화값 하락에 지속적인 영향을 준다고 분석했다.

구체적으로 지난 25일 발표된 미국 1분기 국내총생산(GDP)에서 개인 소비와 설비 투자의 견조함이 확인됐다. 또 지난 26일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3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2.7%로 2월의 2.5%를 넘어섰다.

여기에 장기 금리의 지표가 되는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25일 4.73%까지 상승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미일 금리격차를 더욱 크게 하고 있다.

결국 최근의 물가상승으로 미국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줄어든 가운데, 일본마저 지난주 금융 완화 정책을 유지하겠다는 발표가 나왔다. 이에 따라 양국의 금리차를 이용한 엔 매도, 달러 매수의 주문이 몰리고 여기에 투지꾼마저 가세하면서 엔화값 하락세가 가속화됐다는 분석이다.

일본 중앙은행인 도쿄 치요다구에 있는 일본은행 전경 [연합뉴스]
(2) 일본 정부 시장 개입 언제일까
달러당 엔화값이 가파르게 떨어지면서 시장에서는 언제 일본 정부가 시장 개입에 나설 것인지 주목하고 있다. 일본 당국이 마지막으로 시장 개입에 나선 것은 지난 2022년 9월과 10월이었다. 당시 일본 정부는 3차례 시장에 개입해 9조2000억엔의 자금을 쏟아부었다.

9월 개입의 경우 일본은행 금융정책결정회의 직후 이뤄졌다. 10월에는 환율 개입에 대한 경계심이 약한 시간대를 노려 21일 자정과 24일 새벽 등 두 번 진행됐다. 특히 9월 개입 직후에는 간다 마사토 일본 재무성 재무관이 직접 개입 사실을 밝히기도 했다. 반면 10월은 개입 사실을 바로 공개하지 않는 ‘위장 개입’으로 진행했다.

당시 시장 개입을 통해 일본 정부는 엔화값을 어느 정도 반등시키는 데 성공했다. 타이밍도 좋았지만 일본 정부가 동원한 실탄도 상당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일본 정부는 시장 개입에 신중한 입장이다. 스즈키 쥰이치 재무상은 “언제라도 준비되어 있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지만 실제 행동에는 나서지 않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대로 미국의 ‘3고’ 현상이 달러당 엔화값을 강하게 끌어내리는 상황에서 섣부른 공세는 실탄 낭비가 될 수 있다는 것이 내부 의견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근 집권 자민당의 오치 다카오 중의원이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160엔, 170엔이 되면 뭔가 손을 써야 한다”고 말함으로써 일본 정부의 환율 방어선이 160엔까지 내려간 것이 아니냐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한 주에 3엔 이상이나 엔저가 진행되는 것은 매우 드물고, 2022년 시장 개입 때도 전주말 대비 3엔 전후 엔저로 이어졌을 때다. 이 때문에 일본 정부가 이번 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회의 결과를 지켜본 뒤에 ‘위장 개입’ 형태로 시장 개입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엔화값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도쿄 중심가에 위치한 환전소 모습 [연합뉴스]
(3) 일본 추가 금리 인상 빨라질까
엔화값 하락세가 속도를 내면서 시장에서는 일본 내 수입 물가가 빠르게 오를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 경우 일본은행이 예상하는 범위의 물가 수준을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물가상승에 맞춰서 올해 초 기업들이 임금을 대거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수입 물가가 급격히 오른다면 물가수준을 반영한 실질임금은 여전히 마이너스에 머무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시장에서는 달러당 엔화값이 157엔을 넘어설 경우 수입 물가 상승으로 인해 실질임금이 플러스로 돌아서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의 실질임금은 23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수입 물가가 전반적인 물가수준에 영향을 줄 경우 금리 인상 시기도 빨라질 수 있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도 최근 “무시할 수 없는 크기의 영향이 발생했을 경우는 금융 정책의 변경도 있을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에 따라 10월로 공감대가 형성됐던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이보다 앞선 6~7월로 전망하는 애널리스트들도 나왔다. 엔화값의 기조적인 하락세를 돌리는 데에 가장 강력한 수단이 금리 인상이기 때문이다. 물론 1000조엔이 넘는 국가 부채를 보유한 일본 정부로서는 금리 인상으로 인한 이자 부담 또한 면밀히 따져볼 것으로 보인다.

재계에서도 엔화값 하락에 대해 경계하는 목소리가 높다. 수출 기업인 캐논마저도 최근 실적 발표에서 엔화 약세로 원자재 수입 물가가 많이 올라 수익에 부담이 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니이나미 다케시 일본경제동우회 대표간사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최근 기업들이 임금인상을 통해 임금과 물가의 선순환을 진행하고 있지만 엔저가 이를 방해할 가능성이 커졌다”며 “정부는 단순한 시장 개입을 넘어 엔이 매력적인 통화가 되도록 국내 투자 환경을 정비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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