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지키려는 아빠, 몸무게 절반으로 줄어…눈물겨운 사랑도 사라질 위기라는데 [생색(生色)]
[생색-26] 붉은 꽃이 피어났을 때, 아비와 새끼는 서로를 부둥켜안았다. 기쁨과 환희가 아니었다. 그들의 몸에 타고 흐른 건 절멸과 죽음의 공포였다. 꽃은 삶의 터전이 모두 무너진다는 징후였다. 사멸의 상징이었다.
그들이 사는 곳은 바로 영원한 동토(凍土)였어야 할 남극이었다. 공포를 느낀 이들은 황제펭귄 부자. 푸르른 남극에서 부자는 삶의 위협을 느꼈다. 꽃은 얼음이 모두 녹았다는 최후의 메시지이자, 종(種)에 내려진 ‘시한부’ 선고였다.
얼음은 누대가 일궈온 삶의 터전이었다. 이곳에서 사랑을 나누고, 먹이를 구했으며, 새끼를 키웠다. 얼음 없이는 그들도 존재할 수 없다. 피부에 따스한 바람이 부자를 스쳤다. 온화한 바람결이 칼날처럼 아팠다.
천적의 부리를 피하더라도, 자기 부리를 간수 못해 죽는 일이 허다했다. 몇몇 황제펭귄은 바다에 떠내려온 형형색색의 무언가를 먹고 죽어 나갔다. 플라스틱이었다.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는 삶. 전대미문의 죽음이었다.
저주의 기원을 이들은 알지 못했다. 왜 이 땅에 꽃이 피는지, 따스한 바람이 부는지, 이상한 부유물들이 바다에 떠다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지구를 지배하는 어떤 종의 무심함 속에 벌어지는 끔찍한 사실을 알지 못한 채 그들은 그저 죽음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붉은꽃이 불러온 조용한 대학살이었다.
황제펭귄은 남극에 서식하는 몇 안 되는 종 중 하나입니다. 영하 수십도로 떨어지는 극한의 환경에서 살아남도록 진화한 동물이지요. 강력한 생존본능을 지닌 덕분에 그들에게 ‘황제’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먹이도 당연히 입에 대지 않습니다. 사냥을 나섰다가 알이 위험에 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두 달에서 석 달 동안 알을 품고 있는 수컷의 몸은 야위어만 갑니다. 38kg에 달하는 몸무게는 어느덧 20kg으로 줄어 있었지요.
어느덧 알이 꿈틀대기 시작합니다. 마침내 앙증맞은 얼굴을 아비에게 보여줍니다. 아비 황제펭귄은 위 속에서 우유와 같은 음식을 게워내 새끼를 먹입니다. 아직 어미가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황제펭귄 개체마다 고유의 음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어미는 가정으로 돌아와 남극 크릴새우, 빙하 오징어와 같은 양질의 음식을 먹이지요. 가족 잔치가 시작됩니다.
70년이 지나면 황제펭귄은 백과사전 속에서만 존재할지도 모릅니다. 지구의 지배자로 불리는 어떤 종의 윤택함 때문에, 수 많은 생명체가 절멸의 절벽에 서게 된 셈입니다. 남극에 꽃이 피기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ㅇ남극에 사는 황제펭귄은 귀여운 모습과 더불어 넘치는 부성애로 주목받은 동물이다.
ㅇ두 달 동안을 먹지도 않고 알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ㅇ그런 그들이 멸종위기에 처했다. 우리 탓이다.
<참고문헌>
ㅇ피터 T. 프렛웰, 남극 해빙 감소로 번식에 실패한 황제펭귄, 네이처, 202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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