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의 탈을 쓴 여우’ 전창진 감독이 꺼낸 ‘깜짝’ 드롭존, kt의 아킬레스건 제대로 찔렀다 [KBL 파이널]
‘곰의 탈을 쓴 여우’ 전창진 감독은 자신이 왜 KBL을 대표하는 명장인지 증명했다.
부산 KCC는 27일 수원 kt 소닉붐 아레나에서 열린 수원 kt와의 2023-24 정관장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서 90-73으로 대승, 69.2%(18/26)의 우승 확률을 차지했다.
전반까지 다소 고전했던 KCC, 그러나 후반부터 트랜지션 게임이 살아나며 15-0 스코어 런을 기록하는 등 순식간에 kt를 무너뜨렸다. 예상외 대승에는 분명 시나리오가 있었고 모든 걸 구성한 건 전창진 감독이었다.
전창진 감독은 서울 SK와의 6강, 원주 DB와의 4강 플레이오프에서도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 어느 정도 점수를 줘야 할 선수보다 ‘주지 말아야 할 선수’에게 집중했다. 그렇게 오재현, 강상재를 묶으며 당당히 챔피언결정전에 올랐다.
이번 챔피언결정전에서 주목한 건 배스와 허훈을 제외한 문·문 듀오(문성곤, 문정현), 그리고 정성우와 마이클 에릭이었다. 전창진 감독은 울산 현대모비스와 창원 LG가 왜 무너졌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배스와 허훈이 50점을 합작해도 결국 다른 쪽에서 흐름을 내주지 않거나 실점하지 않으면 승리할 수 있다는 공식이 자리 잡았다.
중요한 건 어떻게 막는지였다. 전창진 감독은 챔피언결정전 미디어데이에서 자신의 전술에 대해선 1%도 언급하지 않았다. 그저 경기를 통해 보여주겠다는 메시지만 전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챔피언결정전 1차전 직전 라커룸 인터뷰에서 밝힌 것이 드롭존이었다.
전창진 감독은 “에릭이 나올 때 (플레이오프)처음으로 드롭존을 설 것이다. 배스가 나오면 다시 맨투맨 디펜스로 바꾼다. DB와 4강 시리즈에서 드롭존을 하려고 준비했다가 공격이 잘 풀리면서 쓰지 않았다”며 “드롭존을 쓰다가 안 되면 바로 바꿀 것이다. 훈련이 제대로 되지는 않았다. 맥만 짚었다. 존 디펜스는 길목을 잘 알아야 한다. 완벽하지 않지만 과감하게 활용할 생각이다”라고 설명했다.
사실 ‘도박수’에 가까웠다. KCC는 드롭존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선수들이 있다. 전창진 감독도 드롭존을 활용해왔던 지도자. 올 시즌에 아예 꺼내지 않은 수비 전술도 아니다. 다만 적극적으로 사용하지 않은 만큼 챔피언결정전과 같은 큰 무대에서 자칫 역효과가 나올 수도 있었다.
그러나 전창진 감독의 승부사 본능이 빛난 순간이기도 했다. kt가 17년 만에 챔피언결정전에 오를 수 있었던 포인트로 에릭을 지목했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효과를 무력화할 무기가 바로 드롭존이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kt는 2쿼터 에릭 투입 후 KCC 드롭존에 막혀 전혀 득점하지 못했다. 오히려 알리제 존슨이 에릭을 스피드와 타이밍으로 공략, kt를 흔들었다. 송영진 감독은 결국 1분 30초 만에 에릭 대신 배스를 투입해야 했다. 24-23으로 앞서고 있다가 24-27로 밀렸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결과적으로 예상하지 못한 배스의 조기 투입은 오히려 독이 됐다. kt는 현대모비스, LG를 상대하면서 배스의 체력 안배, 그리고 집중력 저하를 에릭 투입으로 보완했다. 배스는 이 시간 동안 재정비했고 후반 ‘각성 모드’로 승리를 이끌었다. 그리고 에릭이 코트 위에서 X 팩터 역할까지 해주면서 2배의 효과를 봤다.
송영진 감독은 “존 디펜스에 대한 대처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3점슛이 나오지 않아 배스를 일찍 투입해야 했다. 결국 체력적인 문제가 있었다”고 돌아봤다.
전창진 감독은 100%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는 “배스가 나왔기에 100% 만족한다. 그의 체력을 더 쓰게 만들어서 좋다. 그 부분이 후반까지 연결됐다. 배스는 좋은 득점원이지만 플레이를 보면 체력을 많이 쓰는 선수다. 송영진 감독도 배스의 휴식을 위해 에릭을 넣었지만 드롭존에 적응하지 못해 배스가 다시 나올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배스가 나올 때 드롭존을 사용하지 않는다. 그건 바보짓이다”라며 자신했다.
이외에도 전창진 감독은 1쿼터 1분 24초 만에 작전타임을 부르기도 했다. 이례적인 일이었지만 결과적으로 큰 변화를 준 선택이었다. 전창진 감독은 “어느 정도 주의를 줬다. 6일을 쉬고 경기하는데 나태한 모습이 보였고 주지 않아도 될 점수를 주고 말았다. 4점을 너무 쉽게 내줬다. 경기 시작부터 이미 이겼다고 생각한 것 같다. 챔피언결정전과 같은 무대에서 기세 싸움에서 밀리면 안 되니 그 부분을 꺾고 들어가려고 했다”며 “감독을 하면서 이렇게 빠른 작전타임은 나도 처음이다. 정규리그는 더 지켜보려고 하는데 챔피언결정전은 한 번 넘어간 기세를 바로잡기가 어렵다. 그래서 작전타임을 빠르게 가져갔다”고 밝혔다.
kt의 분위기로 흘러갈 듯했던 경기는 1쿼터 초반 KCC의 작전타임 후 흐름이 바뀌었고 접전이 됐다. 물론 전반 내내 100% 만족할 수 없는 경기력이었으나 그럼에도 kt의 좋았던 출발을 순간 끊어낸 건 전창진 감독이기에 할 수 있는 일이었다.
2007-08시즌 이후 명장이란 타이틀에도 좀처럼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던 전창진 감독. 그는 올봄 내내 소름 끼칠 정도의 정확한 플랜, 그리고 날카로운 순간 판단 능력을 과시하며 자신이 왜 최고인지를 재증명하고 있다. 전창진 감독이 보여주고 있는 디테일한 플랜은 이번 플레이오프를 보는 재미를 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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