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남은 21대 국회, 인구·기후 위기 논할 '특위' 어디 갔나요
인구·기후위기 등 국가 어젠다 논의
1년 평균 6차례 회의... '개점휴업'
상설특위로 전환, 권한 부여해야
장차관들 모시고 이렇게 얘기하는데 여기서 답변하고 끝나 버리면 의미가 없다.
윤재갑 더불어민주당 의원
지난해 4월 열린 국회 인구위기특별위원회 3차 회의에서 윤 의원이 한 얘기다. 저출생 문제의 심각성 때문에 국회가 출범시킨 인구위기특위는 지금껏 4번의 전체회의만 열었다. 성과라고 내세울 만한 입법도 없다. 출석한 장차관들을 향해 정책을 잘 챙겨달라는 당부만 오갔을 뿐이다. 인구특위 위원장인 김영선 국민의힘 의원은 "입법할 것을 취합해 소위원회를 구성해 심층 토론을 해 나가겠다"고 약속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인구특위는 지난 11월 활동 기한을 21대 국회 임기와 맞춘 5월까지 연장했지만, 총선 국면에 돌입하면서 26일까지 추가 회의는 한 차례도 열지 못했다.
지난 1년간 회의 횟수 평균 6번... '개점휴업' 21대 특위들
21대 국회 임기 종료를 두 달여 앞두고 활동 중인 특위는 △기후위기특위 △인구위기특위 △정치개혁특위 △연금개혁특위 △윤리특위로 총 6개이다. 한국일보가 이들 특위(연금특위 제외)의 활동 내용을 분석한 결과 지난 1년간 평균 6번 회의를 열었다. 한 달에 한 번도 회의를 열지 않았을 정도로 형식적인 논의에 머물렀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한 특위 관계자는 "정치적 일정들에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며 "기존 상임위 우선으로 일정을 추진한 뒤에 따로 일정을 잡아야 하는지라,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말했다.
21대 국회는 한 달여의 임기가 남아 있지만, 사실상 22대 국회 준비에 모든 초점이 맞춰진다. 이 때문에 현재 활동 특위들은 사실상 활동이 끝났다고 봐도 무방하다. 연금개혁특위 정도만 가동되는 수준이다. 국회 때마다 나오는 얘기지만, 또다시 '특위 무용론'이 제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진전은 없는데 예산은 줄줄... '돈 먹는 하마' 특위
총선을 앞두고 선거구 획정을 늑장 처리한 정치개혁특위나 물의를 빚은 의원들 징계를 담당하는 윤리특위는 이미 제 기능을 못 한다는 지적을 수없이 받아왔다. 국회사무처에 따르면, 별도 지출이 없는 윤리특위를 제외한 5개 특위의 지출액 평균은 약 6,300만 원으로 집계됐다. 총 회의 시간 평균은 약 13시간에 불과했다. 시간당 약 560만 원을 지출했지만, 이들 특위에서 성과라고 내세울 만한 업적은 찾아보기 힘들다. 회의 횟수는 인구특위가 가장 적었다. 지난 1년간 회의는 4번에 그쳤다.
첨단 전략 산업의 육성과 보호 방안을 논의한다며 출범한 첨단특위는 회의 시간을 합치면 전체 6시간에 불과하다. 하지만 특위에 투입된 예산은 약 7,800만 원이다. 회의 시간당 약 1,100만 원을 지출한 셈이다. 지난 7월 열린 제4차 회의는 단 4분 만에 끝났다. 위원장이었던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과 여야 간사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과, 홍기원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7월 4박 6일로 헝가리, 폴란드 현장 시찰을 다녀왔다. 첨단특위가 국외 여비로 지출한 금액은 약 4,800만 원에 달한다.
기후특위 역시 지난 1년간 단 6번 회의를 열고 약 6,000만 원을 지출했다. 시간당 약 300만 원을 지출했다. 위원장인 김정호 민주당 의원과 여야 간사인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 김성환 민주당 의원도 지난 8월 6박 8일의 일정으로 영국과 독일, 네덜란드 현장 시찰을 다녀왔다. 기후특위가 국외 여비로 지출한 금액은 약 4,700만 원이지만 뚜렷한 성과는 없다.
상설특위로 전환, 예산 집행권 등 권한 부여해야
중요한 국가적 과제를 다루는 국회 특위를 상설화하자는 주장이 제기된다. 국회 개원 때마다 출범과 해산을 반복하기보다 연속성을 불어넣자는 취지다. 20대 국회 저출산고령화특위와 21대 인구특위에 참여한 강득구 민주당 의원은 "대부분의 비상설특위들이 연속성도 없고 기간에 대한 한계도 뚜렷하다"며 "상임위를 넘어선 내실화를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위의 실효성을 키우기 위해서는 상설 상임위처럼 예산 집행권 등 확실한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인구학자인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강력한 의제 조율 기능과 예산을 포함한 집행 권한이 부여되는 것이 중요하다"며 "지금처럼 행정 편의와 예산 중심의 백화점식 정책 나열만 가지고는 대처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다영 인턴 기자 da0203le@naver.com
배시진 인턴 기자 baesijin1213@naver.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책 읽는 인구, 이러다 멸종된다... 전액 삭감 예산 복구해야" | 한국일보
- "월 324만 원 준비됐나요"... 은퇴 후 부부 생활비 지금 계산해야 | 한국일보
- 르세라핌·아일릿도 못 피했다... 30년 전 H.O.T 영상 인기, 왜 | 한국일보
- 선우은숙 측 "유영재 정신병원 입원? 황당해…고소 유지" | 한국일보
- "나의 스타가 나의 추억을 짓밟았다"… 오재원 17년 응원한 '찐팬'의 절규 | 한국일보
- 걸그룹 멤버, 유흥주점 근무? "댄스 스튜디오 설립 위해" | 한국일보
- 홍준표 축협에 또 쓴소리... "전력강화위원장, 정몽규 회장과 같이 나가라" | 한국일보
- "마음이 아프다, 이모가" 500만 몰린 뉴진스 신곡 뮤비 반응 보니 | 한국일보
- 고개 숙인 황선홍 감독 "내 책임... 그래도 한국 축구 시스템 바꿔야" | 한국일보
- '범죄도시4' 박지환, 오늘(27일) 비연예인 아내와 결혼식 |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