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자리 없이 빽빽, 영업까지... 인천 송도꽃게거리 점령한 중고차 [현장, 그곳&]

황남건 기자 2024. 4. 28.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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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차수출매매단지 판매업자들, 보관료 아끼려 무상 주차장 악용
등록 말소 차량은 견인 가능하지만... 번호판 달아 단속 피하는 꼼수도
상인•주민들 불편 호소… 대책 시급
27일 오전 인천 연수구 옥련동 송도꽃게거리 노면주차장에 판매용 중고차들이 줄지어 서 있다. 중고차 판매 업체 직원들이 중고차 사진을 찍거나 영업을 하는 모습도 보인다. 황남건기자

 

“벌써 1개월째 판매용 중고차들이 주차 공간을 점령하고 있어요. 장사도 못하고 갑갑합니다.”

27일 오전 9시께 인천 연수구 옥련동 송도꽃게거리. 300여m 거리 좌우편 무료 노상주차장에는 판매용 중고차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빈자리가 없었다. 장기간 주차를 한 듯 차량 보닛과 유리창엔 먼지가 수북히 쌓여 있었고, 바퀴엔 거미줄까지 쳐져 있는 상태였다.

대부분 인근 중고차수출매매단지에서 활동하는 중고차 판매 업자들이 보관료를 아끼기 위해 세워놓은 차량들이다.

인근에서 꽃게 전문 음식점을 운영하는 A씨는 “판매용 중고차들이 가게 앞에 차를 대놓고 몇 주째 빼지 않고 있다”며 “손님이 늘어나는 꽃게철인데, 주차공간이 없어서 손님들이 돌아가기도 해 매출에 큰 손실을 입고 있다”고 토로했다.

인근 주택가도 상황은 마찬가지. 가뜩이나 비좁은 골목길은 중고차 판매 업체들이 주차한 차들로 꽉 차 있어 답답함 마저 느끼게 했다.

주민 박종운씨(32)는 “좁은 주택가 골목에 판매용 중고차들이 가득 들어찼지만, 차량에 휴대전화 번호도 없어 항의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며 울분을 토했다.

인천 연수구 옥련동 중고차수출매매단지 일대가 판매를 앞둔 중고차들의 불법 주차 점령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날 연수구에 따르면 구는 지난해 9월부터 이곳에 불법 주차된 등록 말소 차량을 강제 견인하거나 족쇄 등 이동제한장치를 걸어두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번호판이 없는 차가 5일 이상 장기간 주차하면 이같이 조치한다.

하지만 중고차 업체들은 이 같은 구의 조치를 피할 목적으로 번호판이 있는 판매용 중고차들을 세워놓는 등 꼼수를 부리며 법망을 피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 중고차 업체는 아예 이곳에서 손님들에게 중고차를 소개하는 등 영업 행위도 마다하지 않는다.

상황이 이렇지만 구는 차량 외관만 보고 판매용 중고차인지 여부를 판별하기 힘들어 견인 등 강제 조치에 어려움이 따른다는 입장이다.

27일 오전 인천 연수구 옥련동 송도꽃게거리 일대에 주차돼 있는 판매용 중고차량 전면 유리에 아랍어가 적혀 있고, 차량 대시보드 위에는 전화번호 알림판이 없다. 황남건기자

지역 안팎에선 이 일대를 유료 공영주차장으로 만드는 등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유승분 인천시의원(국민의힘·연수3)은 “중고차 업체들이 옥련동 일대 무료 주차공간을 점령해 상인과 주민들 불편이 크다”며 “꽃게거리 노면주차장의 유료 공영주차장 조성과 함께 종합적인 구의 관리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구 관계자는 “꽃게거리 일대 상인과 주민들 의견을 모아 유료 공영주차장 조성 여부를 검토해 보겠다. 다만, 인근 중고차수출매매단지가 이전하지 않는다면 중고차 업체가 또다시 인근에 무료인 곳을 찾아 장기간 주차할 우려가 있다”며 “중고차수출매매단지 이전을 이뤄내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덧붙였다.

황남건 기자 southgeon@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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