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독기다' 지명실패→독립리그→한화, 12G 연속 안타 기적…"선수는 다 간절하고 절실한데, 나는"
[스포티비뉴스=대전, 김민경 기자] "어느 선수들이나 다 간절하다고 생각하고, 다 절실하게 야구한다고 생각하는데, 나는 스스로 최대한 냉정하게 생각하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한화 이글스 내야수 황영묵(25)은 독기가 무엇인지 그라운드에서 보여주는 선수다. 2018년 충훈고를 졸업하고 프로 지명을 기대했으나 그를 찾는 구단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중앙대에 입학했다가 1학년 때 중퇴하고 성남 블루팬더스에서 독립리그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현역으로 군복무를 마친 이후로는 또 다른 독립리그 구단인 스코어본 하이에나들, 연천 미라클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 갔다. 프로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버티고 또 버틴 황영묵은 2024년 신인드래프트 4라운드 31순위로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황영묵은 스프링캠프부터 경쟁력을 뽐내면서 개막 엔트리까지 승선하는 영광을 안았다. 데뷔 첫해부터 꽃길만 걷나 싶었는데, 황영묵은 1군 경기에 단 한번도 나서지 못한 채 3일 만에 2군행을 통보받았다. 당시 주전 유격수 하주석이 공수에서 빼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었고, 백업으로는 이도윤이 있었다. 최원호 한화 감독은 황영묵이 2군에서 경기를 뛰면서 때를 기다리길 바랐다.
황영묵은 지난 9일 1군의 부름을 받았다. 하주석이 햄스트링 부상으로 갑작스럽게 이탈한 여파였다. 최소 2주 이상 회복 시간이 필요하다는 소견을 들었고, 최 감독은 이도윤을 첫 번째 유격수로 생각하면서 백업 자리에 황영묵을 채워 넣었다.
그런데 황영묵이 기대 이상이었다. 유격수로 수비가 매우 안정적인 것은 물론이고 타격감까지 좋았다. 14경기에서 타율 0.350(40타수 14안타), 1홈런, 2타점, 7득점, OPS 0.870을 기록하면서 1군 생존 가치를 입증했다. 지난 12일 대전 KIA 타이거즈전부터 27일 대전 두산 베어스전까지 12경기 연속 안타 행진이다.
최 감독은 황영묵의 활약을 고맙게 지켜봤다. 하주석이 부상으로 이탈하고, 주전 2루수 문현빈마저 부진해 2군으로 내려가면서 개막 때 구상했던 키스톤콤비가 한꺼번에 자리를 비우는 상황과 마주했다. 마침 이도윤까지 타격감이 떨어져 있었기에 황영묵이 지금과 같은 활약을 보여주지 않았더라면 더 힘든 시기를 보낼 뻔했다.
최 감독은 "황영묵은 사실 정말 잘하고 있다. 하주석이 부상으로 이탈하고, 이도윤을 생각했는데 황영묵이 백업으로 나가서 타격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다. 만약 이도윤이 타격이 어느 정도 괜찮았다면 황영묵을 (지금처럼) 안 썼을 수도 있다. 근데 그때 이도윤의 타격이 너무 안 맞았고, 그래서 황영묵을 한번 써 봤는데 공수에서 기대 이상으로 지금까지 잘해 주고 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올해 신인인데도 오랜 독립리그 생활 덕분에 공수 모두 안정적인 게 황영묵의 큰 강점이다. 최 감독은 "수비가 안정적이다. 풋워크와 포구 능력 등이 장점이다. 타격은 콘택트 능력이 괜찮다. 헛스윙 비율이나 삼진 비율이 적은 그런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황영묵은 27일 대전 두산전에 2번타자 유격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2안타 1볼넷 2삼진 3득점으로 활약하며 10-5 승리에 보탬이 됐다. 최 감독은 이날 팀 타선 개조를 위해 1군 타격코치를 정현석 코치에서 강동우 코치로 교체하는 결단을 내렸다. 강동우 코치는 타순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하면서 최근 타격감이 좋은 황영묵을 2번으로 올리고, 기존 2번타자였던 요나단 페라자는 3번으로 이동해 타점 생산에 더 힘을 쏟도록 조정하자는 의견을 냈다. 최 감독은 이 의견에 고개를 끄덕였다.
황영묵은 1회 선두타자 최인호가 중전 안타로 출루한 가운데 볼넷을 골라 출루하면서 선취점의 발판을 마련했다. 1사 1, 2루에서 노시환의 좌전 안타로 만루 기회를 잡은 가운데 채은성이 중월 3타점 적시 2루타를 때려 3-0을 앞서 나갔다. 2루주자였던 황영묵은 채은성의 타구가 뜬공이 될 경우를 대비해 리터치를 준비했다가 뒤늦게 홈으로 내달리기 시작하면서 1루주자 노시환과 겹칠 뻔했다. 황영묵은 필사적으로 홈으로 내달렸고, 두 선수 모두 득점에 성공하면서 웃을 수 있었다.
황영묵은 2회말 중전 안타를 생산하면서 12경기 연속 안타 행진을 이어 갔고, 6회말에도 좌전 안타를 생산하는 등 꾸준히 출루에 성공하면서 10-5 대승에 기여했다.
황영묵은 12경기 연속 안타 행진과 관련해 "사실 도와주신 분들이 정말 많다. 일단 내가 어떻게 해서든 살아 나가려고 하고, 어떻게 해서든 점수를 만들려고 노력하다 보니까 따라온 것 같다. 계속 기회를 주시고 계신 감독님께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기회를 살릴 수 있었던 비결로는 냉정한 자기객관화를 꼽았다. 황영묵은 "어느 선수들이나 다 간절하다고 생각하고, 다 절실하게 야구한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준비를 잘했다고 생각한다. 최대한 스스로 냉정하게 생각하려고 많이 노력했다. 최선을 다하려 노력했던 게 좋은 결과로 계속 따라오는 것 같다"고 했다.
1회 득점 장면은 본인의 실수가 더해졌다고 고백했다. 황영묵은 "내가 사실 실수한 것이다. 2루에서 리터치를 했으면 안 되고, 조금 더 앞으로 나와 있다가 타구가 넘어가는 것을 보고 갔다면 여유 있게 둘(황영묵과 노시환) 다 들어왔을 것이다. 내가 실수를 해서 최대한 열심히 뛰었고, 3루 베이스를 도는데 노시환 선수가 뒤에 보여서 더 열심히 뛰었다. 내가 슬라이딩을 하면 노시환 선수가 못 들어오기 때문에 내가 다리로 그냥 뛰어서 들어가야겠다고 생각을 했는데, 둘 다 득점해서 다행이었다고 생각한다"고 털어놓으며 웃었다.
황영묵은 주변의 칭찬에도 지금에 만족하지 않는다. 그는 "사실 신인 아닌 신인이지만, 신인 선수는 거침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항상 조금이라도 더 쉽게 생각하고, 생각을 최대한 비우려고 한 게 조금 잘 통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많은 시간이 더 남아 있기 때문에 더 계속 성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직 많이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경험을 더 채워야 한다. 사실 아마추어 때는 해 볼 수 없는 프로에서만의 경험이 있다. 베테랑 선배들 플레이를 많이 보고 배우고, 대화도 많이 하고 그러면서 계속 성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되돌아보면 개막하자마자 2군에 다녀온 게 큰 도움이 됐다. 황영묵은 "아쉽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선수가 계속 욕심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지 않나. 개막 엔트리에 들어갔다가 잠깐 2군에 내려가긴 했지만, 나는 항상 끝까지 계속 준비를 하고 있었다. 언제 1군에 올라가든 어디에서 플레이를 하든 내 것을 보여 드리려고 많이 노력했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좋은 경험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조만간 하주석이 건강히 돌아오면 황영묵은 지금보다 더 힘든 선발 경쟁을 펼쳐야 한다. 황영묵은 이와 관련해 "어떻게 보면 훌륭한 선배에게 보고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경쟁이) 힘들 수 있지만, 냉정하게 생각하면 경쟁은 늘 해야 하는 것이다. 끝까지 경쟁한다는 마음으로 플레이 하나하나 소중하게 생각하고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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