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넘게 공회전' 구하라법 21대 국회 임기 내 통과될까

한상희 기자 2024. 4. 28.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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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사위 소위서 계류…與 "법원 상실 선고" 野 "결격사유추가"
21대 국회 임기 만료 후 자동 폐기…2025년까지 개정해야
25일 가수 고 구하라의 일반 빈소가 마련된 서울 강남 성모병원 장례식장에 고인의 영정이 놓여져 있다. 2019.11.25/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양육 의무를 다하지 않거나 학대를 한 부모에게도 고인의 뜻과 상관없이 일정 비율 이상의 유산을 상속하도록 정한 유류분 제도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이에 따라 국회에 3년 넘게 계류 중인 '구하라법'의 통과 여부가 주목된다. 다음 달 29일 21대 국회 임기가 끝나기 전에 처리되지 않으면 법안은 자동으로 폐기된다.

28일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는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이 각각 발의한 두 개의 민법개정안이 통과되지 못한 채 계류 중이다. 두 법안은 지난해 7월 소위에 상정돼 같은 해 8월과 11월 두 차례 심사한 후로는 공식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번 헌재 결정으로 해당 법안 논의에도 속도가 붙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앞서 헌재는 지난 25일 유류분 상실 사유나 부양 기여분에 관한 규정을 별도로 두지 않은 것에 대해 "유기나 학대 등 패륜적 행위를 일삼은 상속인의 유류분을 인정하는 것은 일반 국민의 법 감정과 상식에 반한다"는 이유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했다.

현행 민법은 피상속인과 혈연관계가 있으면 원칙적으로 상속을 받을 수 있다. 피상속인이 유언을 남기지 않고 사망하면 배우자∙자녀∙부모∙형제자매가 유산을 상속받을 수 있도록 했다. 유언이 있더라도 배우자∙자녀는 법정상속분 2분의 1을, 부모와 형제자매는 3분의 1을 보장받는데 이게 유류분이다.

이에 부모를 버린 자식에게도 상속권을 보장해 불효자양성법이라는 오명이 붙었고, 특히 2019년 가수 구하라씨 사망 뒤 20년 넘게 연락을 끊었던 친모가 유산을 받아가 유류분 제도에 대한 논란이 빚어졌다.

이런 문제점을 받아들여 국회에서 부양 의무를 다하지 않은 자녀·배우자·부모·형제자매의 상속을 제한하는 이른바 '구하라법'이 발의됐지만, 20대 국회에서는 회기 만료로 폐기됐고 21대 국회에서도 임기(5월29일)를 한 달 앞둔 지금까지 법안이 계류 중이다.

지난 2021년 2월 서 의원이 대표발의한 민법개정안은 상속권 제도를 개정해 부모가 자녀에게 양육 의무를 다하지 않았거나 학대 등 범죄를 저지른 경우를 상속 결격 사유에 포함시키고 상속결격 확인 절차를 마련하도록 했다. 현행법은 직계존속(부모·조부모 등), 피상속인, 선순위 상속인 등을 살해한 경우만 결격 사유에 해당한다.

작년 6월 발의된 정 의원의 안은 피상속인에 대한 부양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하거나, 피상속인 또는 그 배우자나 직계혈족에게 중대한 범죄행위나 학대 또는 심히 부당한 대우를 하는 경우 피상속인의 청구나 유언 등에 따라 가정법원이 상속권의 상실을 선고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민주당은 상속인 결격 사유를 추가해 일정한 사유가 발생하면 법률상 상속권이 바로 상실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청구권자와 기간도 한정하지 않았다. 반면 국민의힘과 정부는 가정법원의 재판을 거쳐 상속권 상실 선고로 가야한다는 입장이다. 또 피상속인 또는 법정 상속인 등 법률에서 정한 청구권자가 상속인이 됐음을 안 날로부터 6개월 이내에만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뉴스1에 "구하라법은 양육 의무를 다하지 않은 피상속인의 상속권을 제한하는 것이고, 헌재 결정은 같은 취지를 들어 유류분을 제한하려는 것"이라며 "헌재가 구하라법의 법률적 근거를 일부 제시한 셈이어서 개정안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다만 "(부양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규정의) 적용 범위가 불확실하고, 처벌 수위나 박탈의 정도, 민법적 효과에 형사처벌까지 포함될지 등에 대한 논의도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유류분 제도가 일부 없어지고 기여 정도에 따라 상속이 이뤄진다면 상속 분쟁은 지금보다 훨씬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개인의 재산권이 걸린 예민한 사안인 만큼 정부와 국회가 신속하면서도 정교한 법 정비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법사위 소위는 지난 1월10일을 끝으로 아직 개최 일정도 잡혀 있지 않다. 여야 모두 법안이 최대한 조기에 통과되도록 노력한다는 방침이지만, 양당 간의 입장 차이가 존재해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법사위 관계자는 뉴스1과 통화에서 "법안에 관한 논의를 계속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아직 21대 국회 임기가 한 달 정도 남아있으니 최대한 중요하고 시급한 법안들은 이번 회기 안에 통과될 수 있도록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21대 국회 내에 통과되지 못하면 22대 국회에서 관련 법 개정 작업이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헌재 결정에 따라 국회는 2025년 12월 31일까지 법을 개정해야 한다.

angela02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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