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이혼’으로만 끝나면 안된다…방치땐 죽음에 이를 수 있다는데 [생활 속 건강 Talk]

심희진 기자(edge@mk.co.kr) 2024. 4. 28.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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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골이로 ‘수면 이혼’ 늘어
수면무호흡 환자 11만여명
고혈압 유병률, 일반인의 3배
다원검사로 정확한 진단 필요

두달 전 결혼한 A씨는 남편의 심한 코골이로 매일 밤을 거의 뜬눈으로 보내고 있다. 신혼의 단꿈은 고사하고 피곤한 몸으로 다음날 출근하는 일상이 반복되자 각방을 써야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지푸라기라도 잡아보자는 심정으로 남편과 함께 이비인후과를 방문한 A씨는 그곳에서 남편이 ‘수면무호흡 장애’라는 것을 알게 됐다. 현재 A씨 남편은 병원과 연계된 클리닉에서 꾸준히 치료받고 있다.

배우자의 심한 코골이 때문에 부부가 한 집에서 생활하면서도 밤에는 따로 방을 쓰는 ‘수면이혼’ 가정이 늘고 있다. 코골이는 본인뿐 아니라 가족들의 건강도 해치고 돌연사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관리가 필요하다.

출처=픽사베이
코골이란 잠자는 동안 이완된 근육들로 기도의 일부분이 막히거나 좁아지면 그 사이로 공기가 통과할 때마다 낮아진 기압 탓에 기도 점막이 떨리게 되는데, 이때 점막이 진동하는 소리를 가리킨다. 중요한 것은 단순 코골이와 치료가 필요한 수면무호흡 장애를 감별하는 것이다. 수면무호흡 장애는 폐쇄성 수면무호흡증, 중추성 수면무호흡증 등 수면과 관련된 호흡 기능 저하 증후군을 통칭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2년 수면무호흡증으로 병원을 찾은 사람은 11만3224명이다.

그중에서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증상은 ‘폐쇄성 수면무호흡증(OSAS)’이다. 폐쇄형 수면무호흡증은 상부 기도의 폐쇄나 허탈에 의해 잠자는 동안 숨이 반복적으로 정지되는 것을 말한다. 이 증상이 나타나면 혈액의 산소 포화도가 감소하고 숨을 쉬기 위해 수면 중에 깨는 일이 생긴다. 심평원에 따르면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은 전체 인구의 1~2%가량이 앓고 있는데 이는 성인 남성의 4%, 성인 여성의 2%정도에 해당한다.

문제는 무호흡 와중에도 노력성 호흡을 계속하게 된다는 것이다. 상부 기도가 폐쇄된 상황에서 노력성 호흡이 지속적으로 동반될 경우 호흡에 관여하는 기관들에 무리가 갈 수밖에 없다.

수면무호흡을 앓는지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수면 다원검사가 필요하다. 수면 다원검사란 병원에서 하룻밤 자면서 수면의 전 과정을 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자는 동안 호흡, 맥박, 움직임, 코골이, 혈중 산소 포화도, 뇌파 등을 측정한다. 다원검사 외에도 기도의 폐쇄 부위를 파악하기 위한 검사 등도 동시에 이뤄질 수 있다.

민현진 중앙대병원 수면무호흡클리닉 이비인후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코 고는 현상을 생리적인 습관으로 여기는 등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코골이로 인한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은 질병으로 간주된다”며 “방치될 경우 상황에 따라 심각한 합병증을 초래할 수 있어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폐쇄성 수면무호흡 환자는 밤마다 적게는 30회에서 많게는 300회정도 호흡 폐쇄를 경험한다. 수면 중 무호흡 증상이 매일 밤 되풀이되면 낮 동안 심한 졸림증과 피로감을 느끼게 된다. 무호흡 증상이 교통사고의 원인이 되기도 하는 배경이다. 집중력 감퇴, 기억력 감소, 성욕 감퇴, 두통 등의 증상도 나타날 수 있다. 만성적으로 산소가 부족하면 심장과 폐에 부담을 가중시켜 고혈압이나 동맥경화, 심부전, 부정맥, 심근경색, 복부 대동맥류, 뇌졸중, 폐질환 등의 심각한 심혈관질환을 일으킬 수 있도 있다.

인하대 의대 신경과학교실에 따르면 일반 인구의 고혈압 유병률은 13%인 반면 폐쇄성 수면무호흡증 환자의 고혈압 유병률은 38.7%로 약 3배 높다. 당뇨병 유병률은 수면무호흡증 환자가 1.6배, 고지혈증은 4.8배, 뇌졸중은 4.5배, 심근경색은 5배 높다. 민 교수는 “평소 비염, 축농증 등의 코 질환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는 수면 무호흡증을 더욱 경계해야 한다”며 “수면무호흡증은 돌연사 위험도 있어 객관적인 검사를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수면 무호흡증은 알츠하이머 치매 발생 위험도 높인다. 신체 내 산소 부족이 알츠하이머병을 유발하는 ‘베타 아밀로이드’ 물질을 제대로 배출하지 못하고 뇌에 침착시키기 때문이다. 또 수면무호흡증은 우울증과 불안장애의 발생 위험도 2배가량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수면 무호흡증을 개선하려면 먼저 생활습관을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 옆으로 누워 자는 것이 좋다. 또 잠자기 전 2시간 전에는 음주나 수면제 등은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비만인 경우 체중을 줄이고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 근육량과 폐활량을 늘리면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심예지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이비인후과 교수는 “체중이 10% 늘어나면 수면 무호흡에 걸릴 확률은 6배정도 커지기 때문에 살을 빼는 것이 중요하다”며 “음주도 혀의 근육을 이완시켜 잘 때 혀가 뒤로 쳐지도록 만들어 수면 무호흡을 유발하기 때문에 멀리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같은 보존적 방법으로 개선이 안될 경우에는 수술적 치료 혹은 양압기 치료를 시도해보는 것이 좋다. 민 교수는 “과거 코골이 수술로 알려진 구개인두 성형술은 전신마취 후 목젖과 편도를 제거하는 것으로, 심한 출혈과 통증, 긴 입원기간 등의 단점이 있다”며 “최근 들어선 혀밑신경자극술을 비롯한 다양한 약물치료가 연구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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