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식사에 콘플레이크보다 사과가 이로워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2024. 4. 28.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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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만큼 위험한 ‘혈당 스파이크’
당지수 낮은 식품으로 예방

(시사저널=노진섭 의학전문기자)

건강검진 결과에서 혈당이 정상 범위(공복혈당 100mg/dL 미만)라면 안심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혈당은 하루에도 수십 번씩 오르락내리락하는데, 특히 식사 후에 많이 상승한다. 그 상승이 당뇨병 환자만큼 급증하는 경우를 혈당 스파이크(blood glucose spike)라고 한다. 혈당 스파이크가 잦을수록 당뇨병과 심혈관질환 위험은 매우 커지며 수명까지 단축한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나온다. 안철우 강남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인구의 약 10%는 혈당 스파이크가 있다고 본다. 혈당 스파이크가 있는 사람 중 40~50%는 당뇨병으로 진행한다. 한마디로 당뇨병 전단계(공복혈당 100~125mg/dL)일 가능성이 크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 순간의 혈당만 측정하는 일반적인 혈당 검사로는 혈당 스파이크를 알 수 없다. 혈당 스파이크는 식사 후 짧은 시간 동안만 급격히 올랐다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병·의원에서 당화혈색소(혈색소가 당화된 비율)를 측정해야 혈당 스파이크를 확인할 수 있다. 지난 2~3개월 동안의 혈당 평균치를 평가하는 것이다. 그 수치가 5.7% 미만이어야 정상이고, 5.8% 이상이면 혈당 스파이크일 가능성이 크다. 안철우 교수는 "일반적인 혈당 검사로는 혈당 스파이크를 잡아내기 어렵다. 자신에게 혈당 스파이크가 일어나는지는 당화혈색소 검사나 식후 1시간 또는 2시간 후 혈당 검사나 인슐린 저항성 검사를 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시사저널 포토

대표 증상은 졸음과 심한 피로감

이런 검사를 받지 않으면, 혈당 스파이크가 있어도 아무런 증상을 느끼지 못해 혈당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이는 연구로도 확인됐다. 미국 스탠퍼드대학 연구진이 2018년 혈당 수치를 측정하는 과정에서 혈당이 정상이라고 판단됐던 사람 대다수가 식후 혈당이 치솟는 혈당 스파이크 현상을 보였다. 혈당이 당뇨병이나 당뇨병 전단계 수준으로 급증한 것이다. 연구진은 "혈중 포도당 수치가 급상승하는 사람이 많이 있다. 건강하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에서도 실제로는 당뇨병 환자와 동일한 수준으로 포도당을 잘못 조절하고 있으면서도 전혀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증상은 없으나 몸속에서는 매우 복잡한 일들이 발생한다. 갑자기 상승하는 혈당을 낮추기 위해 호르몬(인슐린)이 많이 분비된다. 이에 따라 혈당이 갑자기 곤두박질치는 '반응성 저혈당' 증세가 발생한다. 이때서야 심한 피로감이나 졸음을 느낀다. 흔히 식사 후 졸음을 식곤증이라고 하지만 사실 혈당 스파이크 때문일 수도 있는 셈이다.

이렇게 혈당이 급속히 올랐다가 뚝 떨어지는 현상이 잦을수록 당뇨병은 물론이고 심혈관질환이나 신경 손상 등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한다. 혈당 스파이크가 지속적으로 반복되면 인슐린 분비 문제와 인슐린 저항성이 생긴다. 즉 혈당 조절이 안 되는 당뇨병이 발생하는 것이다. 특히 당뇨병 환자나 당뇨병 전단계인 사람에게는 혈당 스파이크가 심각한 합병증을 불러오므로 매우 위험하다. 2019년 유럽당뇨병학회(EASD) 연례 학술회의에서, 혈당 스파이크가 있는 사람은 심혈관질환으로 사망할 위험이 2.4배나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뇌졸중, 심부전, 신장질환 위험도 2~3배 높아지고, 특히 당뇨병성 족부 궤양(발 괴사)과 당뇨병성 망막증(시력 손실) 위험은 각각 5배와 7배까지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혈당 문제가 흡연보다 수명을 더 단축한다는 보고도 있다. 미국 워싱턴대 건강분석평가연구소(IHME)는 2016년 국제 학술지(랜싯)를 통해, 기대 수명을 줄이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 1위로 혈당을 지목했다. 2위인 담배보다 혈당 문제는 장수에 가장 큰 위협이라는 분석이다.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혈당 스파이크는 혈당이 급격하게 오르내리기를 반복해 혈당 조절 능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건강을 위협하는 요소다. 이는 당뇨병 위험을 높이고 심장질환과 뇌혈관질환 등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제 의료계, 수명 단축 1위로 '혈당' 지목

혈당 스파이크를 낮추거나 예방할 방법은 무엇일까. 우선 매일 먹는 음식을 살펴볼 필요가 있는데 그 가운데 탄수화물 섭취에 신경을 써야 한다. 미국 스탠퍼드대학 연구진이 2018년 30명을 3개 팀으로 나눠 콘플레이크와 우유, 땅콩버터 샌드위치, 단백질 바 등 세 종류의 아침식사를 각각 제공하고 혈당을 측정했다. 그 결과, 콘플레이크와 우유를 먹은 사람의 80%는 혈당 스파이크 현상을 나타냈다. 땅콩버터 샌드위치나 단백질 바를 먹은 사람에게는 혈당 스파이크 현상이 적었다. 연구진은 "포도당 조절 장애나 혈당 스파이크를 유발하는 식품을 미리 파악하고 멀리하는 것이 혈당 조절에 중요하다"고 결론 내렸다. 

같은 탄수화물이라도 혈당을 높이는 정도에 차이가 있다. 건강 관리 플랫폼 업체 필라이즈의 자료를 보면, 김밥을 먹은 후 약 62%의 확률로 혈당 스파이크가 발생했다. 고구마는 약 60%, 떡볶이는 약 59%, 흰쌀밥은 약 51%의 발생 확률을 보였다. 이런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당지수(GI) 때문이다. 당지수는 음식을 섭취한 후 혈당이 상승하는 정도를 0~100으로 나타낸 수치다. 당지수가 100에 가까운 식품일수록 혈당을 빠르게 높인다. 일반적으로 당지수가 70 이상은 높고, 56~69는 보통이며, 55 이하는 낮은 식품으로 분류한다.

당지수가 높은 식품을 먹을수록 인슐린 분비가 과도해진다. 이에 따라 인슐린 분비 조절 기능이 고장 나면 에너지로 사용할 혈당마저 체지방으로 축적되면서 살이 찐다. 혈당 스파이크가 발생할 때 식욕 촉진 호르몬까지 분비돼 더 많은 음식을 먹고 비만해진다. 결국 혈당이 더 치솟는 악순환에 빠진다. 그러나 당지수가 낮은 식품을 섭취하면 소화 과정이 느려지고 포만감도 오래 지속된다. 그만큼 혈당이 천천히 오르고 식사량도 줄일 수 있어 체중 감량에 도움이 된다.

세계적으로 확립된 식품의 당지수는 없다. 그러나 국내외 의료계는 몇몇 식품의 당지수를 분류해 뒀다. 예를 들어 당지수가 높은 식품(70~100)은 흰쌀, 흰 빵, 감자, 수박, 콘플레이크, 설탕, 탄산음료, 사탕, 시리얼, 디저트 등이다. 당지수가 보통인 식품(56~69)은 옥수수, 바나나, 파인애플, 건포도, 체리, 오트밀, 현미, 꿀, 호밀빵 등이다. 당지수가 낮은 식품(1~55)은 녹색 채소, 사과, 배, 오렌지, 당근, 콩류 등이다. 

바나나는 당지수가 보통이지만 무르익을수록 단맛이 강해지면서 당지수가 높아진다. 혈당을 천천히 오르게 하는 식품으로는 콩을 들 수 있다. 밥에 콩을 넣어 먹거나 국수에 콩가루를 넣으면 당지수를 낮출 수 있다. 즉 당지수가 높은 음식을 먹을 때, 당지수가 낮은 음식을 같이 먹으면 혈당의 급격한 상승을 상쇄할 수 있는 것이다. 밥, 빵, 떡, 국수 같은 탄수화물은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생선 같은 단백질과 함께 먹는 식이다. 또 음식에 식초를 첨가해도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식초는 인슐린 민감성을 19~34% 높여 혈당 스파이크를 줄인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생선조림, 나물, 샐러드 등에 식초를 조금 넣으면 당지수를 낮출 수 있다.

물 자주 마셔도 고혈당 위험 21% 감소

몇몇 연구를 통해 혈당을 낮추는 데 크롬과 마그네슘이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크롬과 마그네슘은 세포가 혈액에서 당을 흡수해 혈당이 낮아지도록 하는 인슐린 작용을 강화한다. 크롬이 함유된 식품을 먹은 사람은 그러지 않은 사람보다 식후 혈당이 약 20%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크롬이 풍부한 식품으로는 브로콜리, 달걀노른자, 조개류, 토마토 등이 있다. 마그네슘이 풍부한 식품으로는 시금치, 아몬드, 아보카도, 땅콩 등이 있다. 음식을 먹는 순서도 혈당 스파이크와 관련이 있다. 흔히 밥을 먹고 반찬을 먹는데 이런 습관은 혈당을 빠르게 높인다. 채소(섬유질)-육류나 생선(지방이나 단백질)-밥(탄수화물) 순서로 먹으면 혈당이 서서히 오른다. 

과체중과 비만은 혈당 조절을 방해하는 요소다. 당뇨병에 걸리지 않으려면 살을 빼라는 의사의 권고가 나오는 배경이다. 비만한 사람 35명이 12주간 평균 6.6kg의 체중 감량을 시도했더니 혈당이 평균 14% 떨어졌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탄수화물을 적게 먹으면 체중을 빼면서 혈당도 낮추는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운동도 근육세포가 혈액에서 당을 흡수하는 작용을 촉진해 혈당 스파이크를 예방한다. 공복이든 식후든 운동은 혈당 조절에 긍정적이다.

우리 몸에 수분이 적어지면 체내 수분량을 조절하기 위해 바소프레신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된다. 이 호르몬 때문에 소변으로 설탕이 배출되지 않아 혈당이 높게 유지된다. 따라서 물을 자주 마시는 습관도 혈당을 낮출 수 있다. 약 3600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하루 1리터의 물을 마신 사람은 그 절반 이하로 마신 사람보다 고혈당 위험이 21%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안철우 교수는 "과거에는 살이 찐다며 열량에 신경을 썼고, 식품 포장지에 열량이 표기돼 있다. 이처럼 앞으로는 식품 포장지에 당지수를 표기해야 한다. 또 당지수가 낮은 식단과 조리법도 개발해야 한다. 그리고 '평균 당지수' 개념도 필요하다. 높은 당지수 식품과 낮은 당지수 식품을 먹었을 때 평균 당지수가 얼마인지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혈당 스파이크를 낮추는 7가지 방법

➊ 흰밥보다는 잡곡밥을, 흰 빵보다는 통밀빵을, 찹쌀보다는 멥쌀을 선택한다.

➋ 채소류, 해조류, 우엉 등 식이섬유소 함량이 높은 식품을 선택한다.

➌ 주스 형태보다는 생과일, 생채소 형태로 섭취한다.

➍ 잘 익은 과일, 당도 높은 과일(열대과일)은 피한다.

➎ 조리할 때 레몬즙이나 식초를 자주 이용한다.

➏ 식사할 때 한 가지 식품만 먹기보다 골고루 섭취한다.

❼ 천천히 꼭꼭 씹어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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