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부부 꿈 망친 전세사기'…수원지역 피해자, 신속 수사 촉구

김솔 2024. 4. 28.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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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구주택 임대인, 알고보니 앞서 실형받은 전세사기범의 바지사장"
피해자 "구속 수사해야"…경찰 "출국금지 조치 후 세부 혐의 파악 중"

(수원=연합뉴스) 김솔 기자 = "행복한 일만 가득할 줄 알았던 신혼집에서 전세사기를 당한 뒤 너무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어요."

전세사기 특별법(CG) [연합뉴스TV 제공]

최근 경기 수원시 권선구 세류동 한 다가구주택에서 2억8천만원의 전세 보증금 미반환 피해를 본 주부 A(30) 씨는 28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A씨 부부는 2021년 12월 말 이 건물에 있는 방 3개짜리 집에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

신혼집으로 마련할 곳을 찾던 이들에게 신축 건물인 데다가 전세 보증금도 비교적 저렴했던 이곳이 무척 매력적으로 다가왔다고 한다.

둘만의 첫 보금자리에서 A씨 부부는 하루하루 즐거운 추억을 쌓았다.

이러한 행복도 잠시, 지난해 말 수원 지역에서 전세사기 사건이 잇따르자 불안해진 A씨는 관련 오픈 채팅방에 입장했다가 서류상 임대인인 B씨를 대리해 자신과 임대차 계약을 맺었던 강모 씨의 이름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B씨는 급히 연락한 A씨에게 "돈을 돌려줄 수 있으니 걱정말라"고 안심시켰으나 임대차 계약 만기일이 4개월가량 지난 현재까지 보증금을 한 푼도 돌려주지 않고 있는 상태다.

알고 보니 A씨와 만나 임대차 계약을 맺었던 강씨는 수원 지역에서 18억원 규모의 전세 사기를 벌인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로 구속기소 돼 지난 1월 1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은 인물이었다.

A씨는 "강씨는 수원시 내 여러 건물에 바지 임대업자를 두고 사기를 벌였는데, B씨도 이들 중 한 명일 것으로 보인다"며 "B씨는 바지사장이 아니라고 하면서도 본인 명의 계좌번호 등을 강씨에게 모두 제공했다고 시인하더라"고 말했다.

누구보다 원망스러운 B씨였지만, 관계가 틀어지면 돈을 돌려받기 더욱 힘들어질지 모른다는 생각에 A씨는 그를 어르고 달래며 간청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온종일 B씨와 주변인들에 대해 수소문하고 등기부등본과 사업자등록현황 등 관련 문서를 확인하며 애타는 나날을 보내야만 했던 A씨.

A씨는 지난 1월 같은 건물에 거주하던 세입자 7명과 함께 사기 혐의로 B씨, 강씨 및 그의 가족, 중개보조인 등 관련 인물 6명을 수원남부경찰서에 고소한 상태이다.

경찰은 B씨를 불구속 입건해 수사하고 있는 가운데 A씨는 B씨에 대해 신속한 구속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A씨는 "B씨가 연락이 닿을 때마다 스스로 생을 마감하겠다는 식으로 얘기하고는 해 불안하다"며 "B씨가 돌발 행동을 하지 않도록 하루빨리 구속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세사기 [촬영 홍기원]

더군다나 지난해에는 강씨가 벌인 전세사기 사건의 공범 중 한 명이 70억원(피해자 추산)대의 전세사기를 추가로 벌인 뒤 해외로 도주하는 일도 벌어졌던 터라 A씨의 걱정이 더욱 크다.

경찰은 지난해 8월 임대인 이모 씨로부터 전세 보증금 피해를 봤다는 내용의 고소장을 받고 수사에 나섰다.

경찰 조사 결과, 이씨는 앞서 강씨가 저지른 18억원대 전세사기 사건의 공범으로 범행한 혐의를 받아 불구속기소 된 피고인 신분이었다.

그러나 경찰은 해당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이씨에 대해 출국 금지 신청 등을 하지 않았고, 이후 임차인들로부터 70억원대 전세사기 사건과 관련한 고소장을 받고 수사에 착수했을 때는 이미 그가 해외로 출국한 뒤였다.

경찰은 이씨에 대해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적색수배를 내리고 그의 소재를 파악 중이지만, 현재 검거는 요원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경찰은 B씨에 대해서는 이미 출국 금지 조치를 마친 만큼 해외로 도주할 가능성은 없다는 입장이다.

또 B씨의 혐의를 구체적으로 파악한 뒤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구속 요건을 충족하려면 B씨가 단순히 강씨에게 명의를 빌려준 차원을 넘어 이 사건의 공모공동정범이었다는 점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며 "B씨 등 피고소인들의 공모 정황 등을 파악하기 위해 철저하게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강씨가 재판에 넘겨진 이후인 지난해 10월부터 이달까지 수원남부경찰서에 강씨와 관련해 전세 사기 피해 고소장을 낸 고소인은 A씨를 포함해 70여명에 이른다.

이들은 강씨 또는 강씨의 바지사장들로부터 1억∼2억원 안팎의 전세 보증금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고 있다.

수원남부경찰서는 이 밖에 수원·평택 지역 임대인 C씨 사건(피해 규모 30억원, 고소인 29명), 수원 권선구 세류동 다세대주택 임대인 D씨 사건(피해 규모 9억원, 고소인 6명) 등 전세사기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s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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