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리니스트 대니구 "관객 위해 연주하는 전방위 아티스트죠"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재즈페스티벌 등 참여…"최고보다는 유일한 사람 되고 싶어"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레츠 겟 잇!'(Let's get it!), '아이 러브 잇!'(I love it!)
연예인들 사이에서도 넘치는 에너지로 분위기를 띄우는 클래식 음악가가 있다. 최근 MBC TV 예능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해 독보적인 캐릭터로 주목받고 있는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33·구교현)다. 그는 대체로 차분하고 조용한 클래식계 사람들과는 달리 큰 목소리와 제스처로 주변 사람들의 흥을 끌어올린다.
지난 26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난 대니 구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며 특유의 밝은 에너지를 뿜어냈다. 인생을 통틀어 가장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면서도 지친 기색이 전혀 없었다.
대니 구는 '나 혼자 산다' 출연 이후 인기를 실감하냐고 묻자 "(소속사) 팀장님이 전화할 때마다 설렌다"며 "연주할 기회들이 많이 들어오니까 감사하고, 매일매일 일이 있으니 지칠 수밖에 없지만 제가 꿈꿔왔던 상황"이라고 즐거워했다.
이어 "그만큼 부담감도 생겼다"며 "어떻게 보면 제가 클래식 음악 홍보대사가 된 거니까 그만큼 교향악단과 협연하거나 할 때는 연주를 잘해서 좋은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그는 앞서도 JTBC '슈퍼밴드2'에 참가자로 출연하고, MBC 'TV예술무대' 진행을 맡는 등 클래식 애호가뿐만 아니라 대중들 앞에 서 왔다. 하지만 인기 예능인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하는 건 망설였다고 했다. 음악을 들려주지 않는 프로그램에 자신이 출연하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연애 예능 출연 제안도 여러 차례 있었지만, 이런 이유로 거절했다고 했다.
고민하던 대니 구는 음반 작업을 함께 해 인연이 있던 세계적인 소프라노 조수미의 조언을 듣고 마음을 굳혔다고 했다.
그는 "조수미 누나가 '너는 네가 연예인이라고 생각해, 바이올리니스트라고 생각해'라고 묻고는 '너랑 나는 엔터테이너야'라고 하셨다"며 "먼저 나를 조수미 누나와 같은 박스에 묶어주니 '할렐루야'였고, 정말 맞는 말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엔터테이너는 관객을 위해서 무언가를 하는 아티스트"라며 "물론 연주할 때는 작곡가나 음악 자체를 위한 부분이 있지만, 이건 굳이 내 역할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관객이 좋아하는 공연을 만들고, 관객을 위해 연주하는 게 내 역할"이라고 웃었다.
미국으로 이주한 한국인 부모 밑에서 나고 자란 대니 구는 6살 때부터 바이올린을 켰지만, 정작 바이올린을 전공으로 삼은 건 한국으로 치면 고3 때라고 했다. 줄리아드 음악원, 커티스 음악원과 함께 명문 음대로 꼽히는 뉴잉글랜드 음악원에 들어갔지만, 남들보다 전공을 늦게 시작한 탓에 동급생들과 실력 차이가 크게 났다고 했다.
대니 구는 "제가 너무 뒤에 있다고 생각해서 스트레스가 컸다"며 "아르바이트 할 때를 제외하고는 연습실에 가서 연습만 하다 보니 '이게 맞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학창 시절을 회상했다.
이어 "대신에 자부심 하나는 있었다"며 "누구보다도 가장 일찍 연습실에 가고 늦게 나간다는, 여기서 가장 열심히 살고 있다는 자부심이 있었다"고 말했다.
대니 구는 '나 혼자 산다'에서 공개한 일상생활에서도 치열할 만큼 열심히 사는 모습으로 '열혈청년', '성실청년'으로 불린다. 그는 매일 아침 1시간씩 운동을 하고, 평균 5시간씩 바이올린 연습을 하는 루틴을 꼭 지키려고 하는 편이라고 했다.
"죄책감이 드는 걸 싫어해요. 일할 때는 '빡'세게 일하고, 놀 때는 '빡'세게 놀려고 해요. 연습을 게을리해놓고 친구들을 만나 와인 마시고 놀면 죄책감이 들잖아요. 그게 싫어요. 그런 마음이 드는 건 놀 때도 제대로 노는 게 아니잖아요."
이렇게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살아 온 대니 구는 지금은 클래식은 물론 재즈, 국악 등 여러 장르에서 러브콜을 받는 연주자가 됐다. 가수로도 조금씩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그는 다음 달 5일까지 열리는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SSF)에 참여하고 있고, 다음 달 31일 개막하는 서울재즈페스티벌 무대에도 선다. 정통 클래식 축제와 재즈 축제를 오가는 유일무이한 연주자다. 이달 10일 발매한 싱글 앨범 '문라이트'에는 처음으로 바이올린 연주 없이 노래만 부른 곡 '러브레터'를 넣었다.
그는 "클래식을 연주할 때는 클래식 연주자로, 재즈를 할 때는 재즈 연주자로, 노래 부를 때는 가수로 보이고 싶다"며 "미켈란젤로가 화가이자 건축가, 시인으로 여러 방면에서 활동했던 것처럼 다시 이런 르네상스 같은 시대가 다시 오고 있고, 저는 여기에 맞는 사람인 것 같다"고 웃었다.
"예전에는 항상 최고가 되고 싶었는데, 이제는 유일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SSF도 하고, 재즈페스티벌도 하고, 노래도 하는 사람이 많지는 않잖아요. 제가 그런 사람이라는 자부심도 있죠."
ae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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