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가족여행] 숨겨진 명소 다니며 추억 듬뿍 “이번엔 어디로 가지?”

황지원 기자 2024. 4. 2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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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가정의달] 경비 지원받아 농촌여행 떠나는 김현수씨 가족
2021년 여름부터 3년간 전국 20여곳 다녀
충북 보은 ‘미션투어’·경남 창원 ‘한달살기’ 등
방문 후기·꿀팁까지 전하는 블로그도 인기
자연속 힐링…자녀와 소통·다양한 체험도
지역·유산 탐방 교육효과 크고 호기심 유발
문화관광 누리집·스탬프투어 앱 이용 추천도
경기 성남에 사는 김현수씨 가족은 지방자치단체가 제공하는 여행지원금 프로그램에 참여해 3년간 20곳이 넘는 농촌지역을 여행 다녔다. 충북 보은에 간 김씨 가족이 항건천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왼쪽부터 김현수씨, 딸 서아양, 부인 강아란씨, 아들 서율군. 보은=백승철 프리랜서 기자

어린이날·어버이날이 이어지는 5월 가정의 달. 따듯한 햇살 아래 화려한 꽃과 연한 초록 잎사귀가 자연을 수놓는 이때, 연휴와 공휴일을 활용해 가족과 함께 농촌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여러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생활·관계 인구를 늘리기 위해 여행자금을 쏠쏠하게 지원하고 있다. 김현수씨 가족은 지난 3년간 지자체 지원금을 통해 농촌지역 20여곳을 여행 다녔다. 이 가족을 만나 관계를 돈독하고 화목하게 만드는 농촌 여행의 매력을 알아본다.

보은 오일장엔 도시 대형마트에선 본 적 없는 신기하고 맛있는 간식거리가 가득하다.

“우와 이건 뭘까? 한번 사 먹어 볼까?”

평소 어르신이 주를 이루는 충북 보은 오일장에 어린아이들과 부모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김현수씨(45)와 부인 강아란씨(42), 아들 서율군(10), 딸 서아양(6)이 그 주인공이다.

김씨 가족은 보은을 여행한 뒤 여행지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홍보하면 최대 20만원까지 경비를 돌려받는 ‘보은 미션투어’에 참여했다. 경기 성남에 사는 김씨 가족은 2021년 여름부터 농촌 지자체에서 진행하는 여행지원금사업에 참여해 경남 창원을 시작으로 강원 영월, 충북 제천, 전북 진안 등 여러 지역을 다녀왔다. 김씨가 여행 후기를 써서 올리는 네이버 블로그 ‘율아빠의 여행노트’는 많을 땐 하루 3000명이 방문할 정도로 인기다.

지난해 12월엔 ‘충남 보령 한달살이’에 참여하며 지역에서 6박7일 동안 머물렀다. 대천해수욕장 스카이바이크를 타며 만난 일몰 모습이 멋지다.

김씨 가족이 원래부터 여행을 좋아했던 건 아니다. 코로나19로 아이들이 학교에 가는 시간이 줄며 가까운 곳으로 1박2일 여행을 다니기 시작했다. 여행 정보를 얻기 위해 가입한 온라인 카페에서 본 글이 바로 ‘창원에서 한달 살기’ 공고였다. 숙박비는 1박당 5만원, 체험비는 1인당 8만원이 지원됐다. 이 프로그램에 선정된 그의 가족은 8박9일 동안 창원에 머물 수 있었다. 과거 국내 여행을 할 땐 짧은 시간 내 주요 관광지만 보기 바빴지만, 장기 체류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지역 구석구석을 다닐 수 있게 됐다. 부부 모두 도시 출신이라 농촌과 아무런 연고가 없던 자녀들도 농촌을 경험하게 됐다. 김씨는 “지원금 프로그램 덕에 전엔 멀어서 갈 엄두가 나지 않았던 전남·경남이나 관광지로 유명하지 않은 지역까지 가게 됐다”고 소개했다.

농촌 여행을 다니면서 가족 관계도 달라졌다. 한집에 살아도 부모는 일하느라 바쁘고, 아이들은 학교·학원을 전전하다 돌아와 막상 가족간 대화를 나누는 시간은 적었다. 여행하는 동안엔 종일 함께 먹고 놀면서 이야기를 많이 나눠 추억도 듬뿍 쌓게 됐다. 늘 붙어 있기에 다툼이 생길 때도 있지만 이 또한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금세 풀어졌다. 강씨는 “여행에서 돌아온 후에도 ‘그때 거기서 이걸 봤었는데, 그 음식 참 맛있었는데’라고 이야기하면서 자녀와 더 많이 소통하게 됐다”고 말했다.

국내 여행은 아이들 교육에도 도움이 된단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교과서에 등장하는 지역·문화유산을 아이들이 직접 눈으로 보고 와 훨씬 재밌게 수업을 들을 수 있다고 김씨 부부는 설명했다. 또 지역별로 특색 있는 박물관은 아이들의 흥미를 자극하기도 좋다. 김씨 가족이 방문한 박물관은 경기 수원 국립농업박물관, 충남 보령석탄박물관, 경남 밀양시립박물관, 제주 피규어뮤지엄 등 수십곳에 달한다. 발명가를 꿈꾸는 서율군은 “밀양기상과학관에서 날씨를 어떻게 예측하는지 배우고 천문대에서 별을 관측한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웃었다.

김씨 가족은 지난해 10월 ‘웰니스메이트 산청’을 통해 경남 산청에 3박4일간 체류했다. 동의보감촌 내 흔들다리 위에서 포즈를 취한 서아양.

생업 때문에 부부가 시간을 내 여행을 다니기는 쉽지 않았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액세서리를 판매했던 부부는 여행을 떠날 때 물건을 차에 가득 싣고, 주문이 들어오면 인근 편의점에 가서 택배를 부쳤다. 강씨는 프리랜서 교육 콘텐츠 기획자로도 일했는데 여행 일과를 마치고는 숙소에서 새벽까지 일하곤 했다. 이런 어려움에도 부부는 “아이들이 공기 좋은 곳에서 뛰어노는 걸 보면 힘든 건 금세 잊혀진다”고 입을 모은다.

김씨는 국내 여행을 재미있게 다닐 수 있는 ‘꿀팁’도 전했다. 여행지원금 프로그램을 신청할 땐 미리 계획을 짜서 제출해야 하는데 각 지역의 ‘문화관광 누리집’이 도움이 된다고 귀띔했다. 또 ‘스탬프투어’ 애플리케이션(앱)을 내려받아 지역 곳곳을 여행하면서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신호로 앱 내에서 도장을 찍으면 여행이 끝난 후 상품을 받는 경우도 있단다. 가족이 갈 만한 호텔이나 콘도가 없는 지역에선 휴양림 내 산장을 이용하면 좋다며 유사시 대처법을 공개하기도 했다.

“아이들이 좀더 크면 함께 여행을 다닐 기회가 없을 것 같더라고요. 또 한국 곳곳에 아름다운 곳이 정말 많고요. 앞으로도 부지런히 여행 다니고 블로그에 글도 쓰면서 농촌의 숨겨진 명소를 열심히 알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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