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령탑은 10승을 기대했지만 '무승+ERA 12.71'에 '최다 실점' 타이까지 1호 퇴출 불명예 쓸 수밖에 없었다
[마이데일리 = 김건호 기자] 사령탑은 10승을 기대했다. 하지만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여주며 단 1승도 챙기지 못하고 떠나게 됐다.
로버트 더거의 이야기다. SSG 랜더스는 27일 "더거의 대체 선수로 前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소속의 외국인투수 드류 앤더슨을 연봉 57만 달러에 영입했다"고 밝혔다.
SSG는 올 시즌을 앞두고 더거를 영입했다. 지난 시즌 텍사스 레인저스 산하 트리플A팀인 라운드 락 익스프레스에서 활약한 더거는 29경기 7승 10패 146⅓이닝 63사사구 143탈삼진 평균자책점 4.31을 기록했다. 트리플A 퍼시픽 코스트 리그(PCL)는 극심한 타고투저 리그로 유명하다. 이 리그에서 평균자책점과 탈삼진 1위를 차지했다.
KBO리그는 올 시즌 ABS(자동 볼 판정 시스템)를 도입했다. 도입 당시 수직 무브먼트가 좋은 변화구를 구사하는 투수가 유리할 것으로 봤다. 더거는 커브와 체인지업을 구사해 많은 기대를 받았다. 스프링캠프 때도 150km/h의 빠른 포심패스트볼과 타자의 타이밍을 뺏는 커브를 던졌고 SSG 이숭용 감독은 10승 이상 할 수 있는 투수로 봤다.
정규 시즌 더거의 모습은 기대와 달랐다. 지난달 26일 한화 이글스와의 홈 경기에서 데뷔전을 치른 더거는 5이닝 4피안타 3볼넷 2탈삼진 4실점을 기록했다. 이후 31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6이닝 5피안타(1피홈런) 무사사구 5탈삼진 3실점으로 퀄리티스타트(QS,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달성했다. 첫 두 경기는 무난한 성적을 거뒀다.
하지만 지난 6일 창원 NC 다이노스전에서 더거가 무너졌다. 3이닝 12피안타 7사사구 4탈삼진 14실점(13자책)을 기록하며 KBO리그 역대 한 경기 최다 실점 타이기록에 이름을 남겼다. 1999년 8월 7일 대구 삼성전 김유봉(두산 베어스)과 2017년 6월 29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 페트릭(삼성)과 함께 불명예 기록을 쓰게 됐다.
이후 12일 수원 KT 위즈전 때 마운드에 올라온 더거는 1이닝 4피안타(1피홈런) 2사사구 2탈삼진 4실점으로 나아진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더거는 18일 인천 KIA와의 맞대결에서 5이닝 3피안타 1볼넷 3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승리 투수가 되지 못했지만, 반등을 꿈꾸는 투구를 보여줬다. 당시 더거는 "KIA 타자들이 전체적으로 공격적인 타자들이 많아서 초구부터 변화구로 카운트를 잡고 들어가겠다고 계획했다. 그대로 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전했다.
계속해서 "(NC전 14실점은) 아마 커리어를 통틀어서 가장 안 좋았던 투구였을 것이다. 야구는 실패의 스포츠다. 그냥 그런 마인드로 극복하려고 했다. 당시에는 멘탈적으로 많이 지쳤는데, 그럴 때마다 제가 어떤 투수고 SSG가 날 왜 데려왔는지 생각하며 멘탈적으로 회복했다"며 "확실히 오늘 경기가 끝나고 나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부산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다시 한번 더거가 무너졌다. 2⅔이닝 9피안타 무사사구 2탈삼진 7실점을 마크했다. 이튿날 이숭용 감독은 "더거에 대해서는 심사숙고하겠다"고 전했고 결국, 더거는 SSG와 이별하게 됐다.
더거는 6경기 3패 22⅔이닝 13사사구 18탈삼진 33실점(32자책) 평균자책점 12.71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 2.07이라는 초라한 성적을 남기며 올 시즌 1호 퇴출 외국인선수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더거의 자리를 채울 앤더슨은 "다시 한번 새로운 무대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준 SSG 구단에 감사드린다"며 "시즌 중에 합류하지만 하루빨리 리그와 팀에 적응해 팀이 우승할 수 있도록 많은 승리를 가져오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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