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2000만원인데…"네? 400만원이요?" 폭풍성장한 중국 로봇산업[차이나는 중국]

김재현 전문위원 2024. 4. 28. 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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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차이 나는 중국을 불편부당한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워커 S'의 작업 장면/사진=유비텍 유튜브
최근 국내 대기업에서 열린 로봇 전시회에서 한 직원이 중국 로봇업체가 출품한 로봇팔 가격을 물어본 후 깜짝 놀랐다. 국내 로봇기업 제품과 별 차이가 없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은 로봇팔의 가격이 400만원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참고로 국내 로봇기업이 만든 비슷한 성능의 로봇팔 가격은 2000만원이 넘는다. 중국 로봇산업의 발전 정도와 가격 경쟁력을 추측할 수 있게 하는 일화다.

제조업 대국인 중국의 공장을 농민공(농촌출신 노동자)이 아니라 산업용 로봇이 채우기 시작했다. 3억명에 달하는 농민공을 일부 대체하기 시작한 정도지만, 전기차·배터리 등 첨단 산업의 생산라인에서는 산업용 로봇이 작업하는 모습이 일상화되고 있는 중이다.

중국이 세계 산업용 로봇 시장의 절반을 차지
세계 산업용 로봇 시장 추이/그래픽=김다나
지난해 9월 국제로봇연맹(IFR)이 발표한 '세계 로봇시장 2023'(World Robotics 2023)에 따르면 2022년 세계 산업용 로봇 설치대수는 55만3000대에 달했다.

중국은 2013년 3만6600대로 일본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한 이후 10년 연속 세계 1위를 지키며 세계 산업용 로봇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2012년 중국은 세계 산업용 로봇 시장 점유율의 14%(2만3000대)에 그쳤는데, 10년 만인 2022년에는 이 수치가 52%, 설치대수는 29만대로 급증했다.

반면 2022년 2위를 기록한 일본은 약 5만대 수준이다. 이어 미국이 3만9600대로 3위, 한국이 3만1700대로 4위를 기록했다.

중국 산업용 로봇시장의 중국산 제품 비중 추이/그래픽=윤선정

기초 연구뿐 아니라 로봇제조까지 전반적인 산업의 성숙도가 높아지면서 중국 로봇 산업은 양적 성장 단계에서 질적 성장 단계로 넘어가는 모양새다. 이를 단적으로 나타내는 게 중국 산업용 로봇시장의 국산화율이다. 중국 까오공 로봇산업연구소(GGII)에 따르면 중국 산업용 로봇시장의 국산 제품 비중은 2013년 24.5%에서 2023년 처음 50%을 넘어서며 52.5%를 기록했다.

중국 산업용 로봇 수요 급증은 두 가지 요소의 영향이 크다. 첫 번째는 고령화와 임금 상승 영향으로 식음료, 화학 등 업종에서 공장 자동화와 더불어 포장·집하 단계에서도 산업용 로봇을 이용하면서 생산 효율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전기차, 바이오, 우주항공, 스마트팜 영역에서 안정성이 높은 고정밀 로봇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중국 전기차 업체들은 로봇화된 생산라인에서 몇 십 초 만에 뚝딱 전기차 한 대를 만들어낼 정도다.

좋은 예가 중국 로봇업체 유비텍(UBTECH)이 만든 휴머노이드 로봇 '워커 S'(Walker S)다. '워커 S'는 중국 전기차 업체 니오(Nio)의 생산라인에서 자동차 조립 및 품질 검사를 하며 실제 응용을 테스트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테슬라가 휴머노이드 로봇을 생산 라인에 투입하기 위한 경쟁을 벌이는 와중에 중국 역시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인공지능(AI)·로봇 산업의 발전 속도를 고려하면 수 년내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이 자동차 생산라인에 투입될 가능성이 높다.

로봇 밀도 1위의 한국, 추격하는 중국
2022년 세계 각 국의 산업용 로봇 밀도/그래픽=김현정
전 세계에서 제조업의 로봇 비중이 가장 높은 국가는 한국이다. 제조업 근로자 1만명당 산업용 로봇 도입대수를 뜻하는 로봇 밀도는 2022년 한국이 1012대로 전 세계에서 1위를 차지했다. 싱가포르가 730대로 2위, 제조업 강국인 독일과 일본이 각각 415대와 397대로 나란히 3·4위를 차지했다. 세계 평균은 151대다.

중국은 392대로 5위를 기록했다. 중국 로봇 밀도는 한국의 40%에도 못 미치지만, 제조업 근로자수가 한국보다 수 십 배 많기 때문에 설치된 로봇 대수는 한국보다 훨씬 많다. 2022년의 중국 산업용 로봇 설치대수도 29만대로 한국(약 3만1700대)를 크게 앞섰다.

완구, 의류 등 노동 집약적 산업이 많은 중국이 전체 로봇 밀도에서 한국을 앞서긴 힘들겠지만, 전기차 등 첨단제조업에서는 한국에 맞먹는 로봇 밀도를 달성할 전망이다. 실제로 중국은 14차 5개년 개발계획(2021~2025년)의 로봇산업 분야에서 2025년까지 로봇 밀도를 2020년의 두 배인 500대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중국 로봇 산업이 이렇게 발전한 이유는 뭘까? 중국 최대 로봇 기업으로 꼽히는 시아순(SIASUN)의 자동차사업 총감 청후펑은 4가지 이유를 제시했다. 첫 번째는 산업 업그레이드다. 여기에는 중국 정부의 정책 지원도 빠질 수 없다. 중국 정부는 2015년 제조업 업그레이드 전략인 '중국제조 2025'를 발표하며 인공지능(AI) 관련 기술의 중요도를 국가 전략 측면으로 끌어올렸다. 이후 10년이 경과하는 동안 중국 로봇산업이 표준화·정보화·스마트화되면서 로봇기업들이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두 번째는 고령화와 최저임금 상승으로 기업들이 숙련인력을 찾기 힘들어지고 설령 숙련인력을 찾더라도 높은 임금을 지급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면서 로봇에 대한 수요가 전반적으로 커졌다. 세 번째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다수 산업에서 공장 자동화가 가속화됐기 때문이다. 자동화전환에 성공한 기업들은 많은 근로자를 채용할 필요가 없어졌으며 생산 능력의 유연성과 품질의 안정성도 크게 향상됐다.

마지막은 산업용 로봇의 생산 비용이 하락하면서 로봇을 도입한 기업들의 투자회수 기간이 대폭 단축됐다. 앞에서 언급한 400만원짜리 로봇팔처럼 로봇 가격이 내려가면서 점점 더 많은 로봇이 중국 공장에 투입되고 있는 것이다.

김재현 전문위원 zorba0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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