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5 병원’ 주1회 휴진에…환자단체 “尹·李 회담 통해 의료공백 정상화해야”

김현주 2024. 4. 28.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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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직에 휴진까지…‘의·정 갈등’ 더 악화하나?
뉴시스 자료사진
의대 증원을 둘러싸고 정부와 '강 대 강' 대치를 이어가고 있는 의료계가 주 1회 휴진과 사직 강행을 예고하면서 의·정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의료 공백이 두 달 넘게 지속되면서 좀처럼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자 윤석열 대통령과 야당 대표의 회담을 계기로 정치권에서 사태 해결을 위한 출구를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사태 해결이 간단치 않아 보인다.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직 인수위원회는 보건복지부가 의대 교수들을 범죄자 취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의료계가 '원점 재검토'를 주장하는 상황에 정부 방안이 매우 파격적으로 나와야 하는데 그럴 가능성이 있을지 의문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尹·李 회담 통해 출구 찾아야”

뉴시스에 따르면 이른바 '빅5' 대형병원(서울대·서울아산·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성모) 교수들은 주 1회 외래진료와 수술을 중단하기로 했다. 연세대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오는 30일 하루 외래 진료와 수술을 전면 중단하고 다음달까지 매주 하루 휴진하기로 했다.

서울대병원 교수들도 30일 진료를 쉬고 정기 휴진 논의는 다음 달 출범하는 3기 비대위에서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서울성모병원도 구체적인 날짜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주 1회 휴진에 동참하기로 결정했다.

울산대 의대 산하 수련병원인 서울 아산병원과 울산대병원, 강릉아산병원도 다음 달 3일부터 주 1회 수술과 외래 진료 등을 하지 않기로 뜻을 모았다. 성균관대 의대 교수들도 주 1회 외래와 시술, 수술 등 진료가 없는 날을 휴진일로 정해달라는 권고안을 교수들에게 배포했다.

다만 병원들은 응급·중증 환자와 입원환자에 대한 진료는 이어가기로 했다. 휴진 동참 여부는 교수들의 선택에 맡겼다.

병원 비대위를 중심으로 사직 움직임도 구체화되고 있다. 서울의대 교수 4명은 5월1일부터 사직을 예고했다. 현재까지 병원을 떠나는 교수들은 미미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연쇄 사직으로 이어질 우려도 나온다. 다만 효력이 발생하는 사직서는 미미한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전병왕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26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현재까지 대학 본부와 병원 인사과에 형식과 요건을 갖춰 공식적으로 제출된 사직서는 소수이며, 사직서가 수리될 예정인 사례는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전문의 1만9000명 중 사직서를 제출하고 있는 의사는 10% 미만"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의료계를 향해 집단행동을 접고 의료개혁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논의의 장으로 나와달라고 촉구하면서도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은 유지하고 있다. 반면 의사계는 '원점 재검토'가 받아들여지지 않는 한 정부와 대화에 나서지 않겠다고 맞수를 놓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가 같은 말을 되풀이하면서 갈등이 장기화되자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회담을 통해 출구를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영수회담으로 의·정 갈등 해법 기대 ‘글쎄’

정치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에서 회담을 열고 정국 현안을 논의한다. 의제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대화를 이어가기로 하면서 의·정 갈등 해결을 위한 논의도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2000년 의약분업 당시에도 김대중 대통령과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의 합의로 사회적 갈등을 풀어낸 사례도 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국회에서 중재를 해서 의료 정상화가 될 수 있도록, 환자가 피해 보지 않도록 만들어줘야 한다"며 "의료인이 집단행동을 하더라도 생명과 직결된 응급실, 중환자실, 수술실, 분만실 등은 작동할 수 있도록 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주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대표는 "두 달 넘게 나라가 시끄러운데 영수회담 안에 의료대란에 대한 주제가 없다"면서 "국민이 영수회담에 바라는 건 (의료 공백을) 조속히 해결해달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영수회담 논의 의제에 의료 정상화가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영수회담으로 의·정 갈등 해법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송기민 경실련 보건의료위원장은 "의·정 갈등이 여야 갈등이 아닌 의료계 쪽과 해결해야 할 문제다 보니 영수회담을 하더라도 뾰족한 수가 나오지 않을 것 같다"면서 "여야가 한목소리를 낼 수는 있겠지만, 그게 해법이 될지는 다른 문제"라고 내다봤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교수는 "영수회담에서 논의가 되더라도 정부 입장이 변함이 없다면 의료계에서도 받기 어려울 것"이라며 "의료계가 '원점 재검토'를 계속 얘기하는 상황에 정부 안이 전향적으로 나와야 하는데 그럴 가능성이 있을까 싶다"고 봤다.

◆의협 차기회장 “정부가 양아치나 할 저질 협박…뭉쳐 싸울 것”

인수위는 지난 27일 성명을 통해 "복지부가 (의대) 교수님들을 범죄자 취급하고 겁박한 것에 대해 매우 분노한다"며 "의대 교수님들의 털끝 하나라도 건드린다면 14만 의사들과 의대생들이 하나로 뭉쳐 총력을 다해 싸울 것임을 명백히 밝힌다"고 말했다.

인수위는 "5월이 지나면 많은 학생들이 유급과 제적 위기를 맞게 될 것이기에 의대 교수들이 학생들을 지키기 위한 방법으로 정당한 절차에 따라 사직을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지만 정부는 교수들에게 도를 넘는 비난과 사직 금지 요구, 국공립대 교수 사직시 징역 1년을 검토 중이라는 독재국가에서나 봄 직한 폭압적인 발표를 했다"며 "헌법에 보장된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며, 이런 상황을 촉발한 정부의 책임을 의료계에 전가하는 파렴치한 행위"라고 강조했다.

인수위는 "정부가 교수님들께 동네 양아치 건달이나 할 저질 협박을 다시 입에 담을 경우 발언자와 정부에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거친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의대 교수 단체들은 사직서 제출 후 한 달이 지났다면서 사직서의 효력이 발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의대 교수 비대위별로 의대 증원 백지화 등을 주장하며 한시적 혹은 정기적 휴진 계획을 밝혔으며, 일부 교수들은 하루 휴진을 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전병왕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26일 브리핑에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으며, '의대 교수들의 휴진 등 결의가 업무방해죄 등 법 위반이 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관계법령을 위반하는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인수위가 지적하는 '징역 1년 검토'는 일부 언론이 '복지부 관계자'의 발언이라며 전한 내용으로 추정된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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