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의 꽃’은 뒤풀이? 오늘 운동 헛하셨습니다 [건강+]
봄을 맞아 등산을 즐기는 이들이 많다. 4월 끝자락 만개한 철쭉 축제를 즐기려는 주민과 등산객들로 전국 산은 인산인해다. 등산은 체력을 키우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건강한 취미’다. 운동 후 마시는 차가운 ‘하산주’ 한 잔은 상상만 해도 짜릿하다. 실제로 평소 소량의 음주는 건강에 이로울 수 있다. 하지만 힘든 산행을 마친 직후라면 피하는 것이 좋다. 과음은 운동 효과를 도루묵으로 만들뿐더러 탈수 증상을 유발해 심각한 건강 이상을 불러올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땀이 나는 계절에 등산은 몸에 수분을 손실시킨다. 당일치기 등산이라도 짧게는 1시간에서 많게는 5시간정도를 걷게 되는데, 특히 낮 기온이 30도를 웃도는 요즘 고도가 높은 산행을 하면 몸에 힘이 더 들어가 많은 수분이 몸 밖으로 빠져나간다.
힘든 산행 후에는 ‘갈증’을 느낀다. 이때 우리 몸은 땀으로 수분과 전해질이 빠져나가면서, 몸의 세포와 영양공급 또한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다. 갑자기 근육을 사용한 격렬한 운동으로 몸의 피로가 쌓여 통증이 생기는 등 근육에 손상이 생기기도 한다.
이때 수분이 공급되지 못하면 근육 회복에 차질이 생긴다. 물 대신 ‘술’로 수분 보충을 하면 알코올이 분해되는 과정에서 체내 수분이 손실되고, 탈수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 운동을 한 뒤 음주를 하는 경우 심혈관계 부담이 커지고, 반복되면 부정맥이 생길 가능성도 커진다. 또 운동을 하면서 손실된 근육에 그리코겐이 보충되어야 하는데, 술이 이를 방해한다.
이와 반대로 음주를 한 후에 운동을 해도 동일하다. 무더운 날씨에 음주를 하면 혈압이 올라가 두통이나 현기증을 느낄 수 있고 기울어진 비탈길이나 미끄러운 바위 등 어려운 지형에서 낙상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야외활동이 활발한 봄과 가을철에는 산악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행정안전부가 펴낸 재난연감을 보면, 2020~2022년까지 3년 동안 발생한 등산사고 2만4302건 중 2051건이 4월에 발생했다. 여름·가을철보다 사고 수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 직전 3월(1488건)보다 563건 더 늘어, 다른 달보다 전월 대비 증가 건수가 가장 많았다. 특히, 요즘처럼 새순이 돋고 꽃이 피는 시기에는 평소 산을 찾지 않던 이들도 산행에 나서며 자칫 크고 작은 사고로 이어지기 쉽다.
산을 오르기 전엔 준비운동을 철저히 하고, 하루 8시간 이상 산행하지 않도록 하며, 긴 옷차림으로 야생벌레들로부터 몸을 보호해야 한다.
등산은 아침 일찍 시작해서 해가 지기 전에 끝나는 것이 보통이다. 그렇기 때문에 배낭에는 꼭 필요한 것들만 챙기고 양손에는 가급적 물건을 들지 않아야 한다. 배낭이 무거우면 산을 오르내릴 때 더 많은 체력을 소모하게 된다.
특히 산할 때는 이미 체력이 많이 소모되어 신체 부위에 충격이 쉽게 가해지기 때문에 최대한 배낭을 가볍게 해 무릎 등에 하중이 덜 가해지도록 해야 한다. 등산화는 발에 잘 맞고 방수능력이 좋은 것을 신어 미끄러지지 않도록 한다.
산행은 관절에 압박이 가해지는 야외활동이기 때문에 산에 오르기 전 충분한 준비운동은 필수다. 산을 오를 땐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면서 등산화 바닥 전체로 지면을 밟고 디딜 곳을 잘 살피면서 걷는다.
산행 중에는 한꺼번에 너무 많이 먹지 말고 조금씩 자주 섭취하도록 한다. 산행 초반에는 15~20분 정도 걷고 나서 휴식을 취해주고, 차츰 30분~1시간 산행 후 10분간 쉬는 것이 바람직하다. 산에서 내려올 때는 보폭을 좁게 하고 산을 오를 때보다 천천히 내려와야 한다.
등산 중 급작스러운 기상 이변으로 큰 비를 만날 수 있다. 최대한 빨리 하산하는 것이 좋지만 여의치 않을 땐 높은 지대로 피신하는 것이 좋다. 물살이 거센 계곡은 절대 건너지 않도록 하고, 능선을 따라 오르도록 한다. 피신 후 집중호우가 계속될 때는 무리하게 하산하지 말고 119에 구조를 요청한다. 등산로에 설치된 ‘119 구조 위치표지판 번호’를 숙지해두면자신의 위치를 정확하게 알릴 수 있다.
박윤희 기자 py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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